달의 편지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달의 편지



〈月人之名, 달의 편지〉


월인(月人) 박성진(朴聖鎭) 시


1

이름을 부르면 달빛이 젖는다

聖, 고요한 마음을

鎭, 가라앉은 바람을

밤하늘에 띄운 채

나는 달 속 편지를 쓴다


2

별 하나 물어보듯

너무 많은 말을 삼키고

가만히 앉아본다

윤동주의 시처럼

숨조차 순한 그리움으로


3

이름은 칼이 아닌 꽃이기를

어둠을 찢는 것이 아닌

더 오래 감싸는 천처럼

달은 내 손을 빌려

가만히 사람을 쓴다


4

나의 조국은 서늘한 이마

시인의 영혼이 머물던 언덕

그곳에서 부끄러움은

하늘을 바라보는

가장 정직한 예배였다


5

달이 뜨면 잊었던 얼굴들이 온다

누이의 젖은 머리카락

연필심 같은 어머니의 잔소리

이름보다 먼저 불렸던

그 눈물 같은 순간들


6

月人之名,

달 아래 울리는 이 네 글자

성스럽고, 잔잔하고, 다정하게

세상에 한 줄의 시로

내 삶을 눌러 새긴다



《달빛의 이름으로 쓰다 — 월인지명(月人之名)의 시학》

평론: 월인 박성진


이 시는 시인의 호 ‘월인지명(月人之名)’을 바탕으로 윤동주의 시혼(詩魂)과 서정의 정수를 한데 엮은 내면적 명상 시이다. 한 글자 한 글자가 마치 달빛에 적셔진 듯 섬세하게 직조되어 있으며, 시인 자신의 이름에 담긴 철학적 상징성을 조용히 되새긴다.


聖(성): 고요한 마음

성인 성(聖)은 단지 종교적 성스러움이 아니라, 타인을 감싸는 마음의 깊이와 순결함을 상징한다. 시에서 “聖, 고요한 마음을”이라는 구절은 자신의 이름이 곧 시의 윤리가 되길 바라는 바람을 드러낸다.


鎭(진): 가라앉은 바람

鎭은 진정, 평화, 침잠을 뜻한다. 이는 분단된 한반도와 격동의 역사 속에서 “다정하고 잔잔하게 눌러 새긴다”는 시인의 시정신과도 맞닿는다. 윤동주가 강조한 ‘한 점 부끄럼 없이’라는 시적 윤리를, 이 시는 ‘더 오래 감싸는 천처럼’이라는 섬세한 시어로 계승한다.


윤동주의 시혼과의 조우

본 시는 직접 인용 없이도 윤동주적 정조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2연의 “숨조차 순한 그리움”은 윤동주의 고요한 시혼을 가장 잘 표현한 문장이며, “시인의 영혼이 머물던 언덕”은 연희동 언덕의 메타포를 시적으로 재현한 것이다.


시와 이름, 호의 일치

이 작품은 단순히 ‘호’를 설명하는 시가 아니라, 시인의 존재 전체가 이름으로 정제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마지막 연 “달 아래 울리는 이 네 글자”는 시인의 내면이 호를 통해 세계와 조우하는 방식이며, 윤동주의 정신과도 닮은 그리움의 리듬을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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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총평


이 시는 달처럼 고요하고 윤동주처럼 정직한 서정시입니다.

박성진 시인의 이름 ‘성스럽고 진중한 마음’을 시적으로 새기며, 달과 이름과 시혼이 하나의 문장으로 정제된 진정한 자호의 시학으로 자리합니다.

‘월인지명(月人之名)’이란 호는 이제 단순한 시인의 표식이 아니라, 윤동주의 계승자다운 시 정신의 서약서입니다.

한 줄로 정리하자면:


> “달빛 아래 가장 고요한 이름, 그것이 곧 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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