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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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칼럼니스트, 평론가-달빛 속에
울리는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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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속에 울리는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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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인지명(月人之名) 박성진 시인 作
1.
바람은 오늘도 윤동주의 창을 열고
그 시의 숨결 속으로 내 마음 떠돈다
별이 부끄럼 없이 떨어지는 밤이면
나는 나를 꿰뚫어 보는 거울 앞에 선다
자화상은 아직도 덜 익은 나를 묻고
참회는 내 시의 맨 앞줄을 붙잡는다
2.
형벌처럼 아름다운 그 이름 — 윤동주
그는 시로 죽고, 나는 시로 살아
하늘을 우러러 다시는 피하지 않으리
어둠이 짙어도 별은 빛났으니
나는 그가 두고 간 침묵을 세어가며
또 하나의 서시를 적는다, 끝끝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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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詩評)
박성진, 문학바탕 평론가 ·
이 시는 윤동주 시인의 시정신에 대한 깊은 헌사이며, 동시에 그 정신을 계승하고자 하는 시인의 부끄러운 고백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인은 "바람", "별", "자화상", "참회", "서시"라는 윤동주 문학의 핵심 상징어들을 의도적으로 재배치함으로써, 단순한 오마주를 넘어 윤동주의 정신을 삶의 방향으로 삼고자 한다.
1연에서 '윤동주의 창을 여는 바람'은 시인의 영혼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암시하며, "별이 부끄럼 없이 떨어지는 밤"은 윤동주의 '별 헤는 밤'과 '부끄러움의 미학'을 절묘하게 포갠 구절이다. 거울 앞에 선 자아는 《자화상》의 화자를 떠올리며, 참회는 《참회록》을 그대로 품고 있다.
2연은 윤동주라는 이름을 '형벌처럼 아름답다'라고 표현하며, 시인으로서의 무게감을 철학적으로 응시한다. "그는 시로 죽고, 나는 시로 살아"라는 선언은 윤동주의 죽음 이후를 살아내는 이 시대의 계승자, 즉 월인지명 박성진 시인의 문학적 사명을 고백한 것이다.
마지막 행의 "또 하나의 서시를 적는다, 끝끝내"는 윤동주의 대표작 《서시》를 계승하며, 삶과 시를 일치시키려는 다짐으로 귀결된다. 그것은 단순한 문학의 계승이 아니라, ‘살아 있는 시인’으로서의 윤동주 정신 구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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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윤동주에서 월인으로 이어지는 침묵의 시학
윤동주는 죽어서도 말이 없고, 박성진은 살아서도 말이 없다. 그러나 둘의 시는 말이 없기에 가장 깊은 말을 한다. 시의 고요 속에 울리는 윤동주의 이름은, 이제 '월인지명' 박성진의 시 안에서도 별처럼 빛나고 있다.
윤동주의 정신은 계승되어야 할 유산이 아니라, 매일의 삶에서 ‘부끄럼 없이 살고자 하는 마음’ 그 자체로 살아야 할 시간의 태도다. 그리고 이 태도를 시로 써내는 자, 그가 바로 이 시대의 월인(月人)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