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밤, 지킬과 하이드 앞에서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어느 밤, 지킬 앤 하이드


박성진 시인 각색


1. 윤동주의 시


〈어느 밤, 지킬과 하이드 앞에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려하였지만


거울을 마주한 사내의 눈빛은

나의 그림자였다


하이드는 누구인가

지킬이 만든 괴물인가

내 속에도

그가 숨죽이고 있는가


사랑하였으나

증오가 더 빨리 달리는 이 세상에서

나는 어느 쪽인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였는가

오늘도 고요히

자취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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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박성진의 화답 시


〈윤동주 앞의 지킬, 달을 우러러〉


월인(月人) 박성진 시인 作


시인,

당신의 시를 안고

극장의 어둠 속에 앉았습니다


지킬이 내 안에 있었고

하이드는 당신의 ‘부끄러움’ 앞에

몸을 떨었습니다


윤동주여,

당신이 몰랐던 또 하나의 질문이

이 무대에서 태어납니다


"나는 나인가,

내 안의 그림자는 타인인가"


당신처럼,

우리도 오늘

또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기 위해

하이드와 싸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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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적 대화 — 달빛 서간


〈거울 앞의 너에게 — 윤동주, 박성진〉


윤동주

거울 속 그림자를

외면하고 살면

나는 정직한가


박성진

그림자를 응시하는 이가

진짜 용기 있는 자입니다

부끄러움은

자기를 마주하는 기도입니다


윤동주

하이드는 도망칠 수 없는

나의 뒷모습


박성진

지킬은 윤동주의 '서시'이고

하이드는 '참회록'입니다

두 편 모두 시인입니다


윤동주

당신은

악을 어떻게 이겨냅니까


박성진

악을 이기려 하지 않습니다

나는 부끄러움을

꽃처럼 품고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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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윤동주의 눈으로 본 〈지킬 앤 하이드〉


윤동주는 〈지킬 앤 하이드〉에서 "이중인격의 공포"가 아니라 "인간의 진실을 마주하는 용기"를 보았을 것입니다. 그는 “부끄러움”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정화하고자 했고, 지킬의 실험이 윤동주에게는 “자기 성찰의 궁극적 극단”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박성진 시인은 윤동주의 시정신을 이어받아, 하이드조차 껴안고, 선과 악의 경계를 넘는 “윤리적 통합”을 시로 노래합니다. 결국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윤동주와 박성진은 이렇게 답합니다:


> 나는 나의 그림자까지도 사랑하려는 자이며,

그 고백이야말로 시인의 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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