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별빛 정한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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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시
「별빛 정한의 시인」 — 엄창섭 박사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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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시인, 문화평론가)
별빛 젖어드는 강가,
가만히 두 눈을 감으면
먼 하늘, 누군가의 울음 스며옵니다.
그 울음은 처음엔 한 사람의 눈물이지만
곧 민족의 가슴으로 번지고
끝내 별빛 되어 밤하늘 적십니다.
김동명, 그대의 이름을 부르면
낙엽 냄새에 바람이 들고,
강물은 그대의 정한을 안고 흘러갑니다.
김소월의 이별 지나서
윤동주의 침묵이 맞물려
그대는 슬픔을 노래로 바꾸었지요.
허무를 바라보던 눈빛,
그 눈빛이 끝내 별빛이 되어
우리 영혼에 박혔습니다.
정한 은 흩어지지 않습니다.
눈물은 별이 되어
조용히 우리의 마음에 비칩니다.
오늘, 엄창섭 박사님의 깊은 심연(深淵)에
그 별빛 하나 띄워 올립니다.
이 시를 읽는 동안,
슬픔은 감동의 노래가 되고
허무는 영혼의 등불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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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 철학의 숨결로 읽는 ‘살아 있는 별빛’
이 시에서 ‘별빛’은 과거의 잔광이 아니라, 지금도 흐르는 현재형의 빛입니다. 시인은 엄창섭 박사님의 정신과 문학적 숨결을 그 별빛에 실어 강가 위로 띄웁니다.
첫 연의 ‘두 눈을 감으면’이라는 행위는 단순한 감상적 제스처가 아닙니다. 이는 가시적 세계를 잠시 닫고, 내면의 세계를 향해 감각을 열어놓는 철학적 행위입니다. 그 순간 스며드는 울음은 개인에서 시작해 공동체로 번지고, 끝내 우주적 상징인 별빛으로 변모합니다. 이 과정은 쇼펜하우어가 말한 ‘고통의 보편성’과도 통하며, 하이데거가 말한 ‘세계-내-존재’의 울림과 맞닿아 있습니다.
둘째 연에서 등장하는 김동명, 김소월, 윤동주의 이름은 단지 문학사의 인물 목록이 아닙니다. 이는 한국 시문학의 정한을 잇는 정신의 계보이며, 그 계보 속에서 박사님의 목소리가 함께 울리고 있다는 시인의 선언입니다. 강물은 ‘정한을 안고 흐른다’는 표현처럼, 시대와 사람을 품으며 쉼 없이 흘러갑니다.
셋째 연에서 ‘허무를 바라보던 눈빛’이 ‘별빛이 되어 우리 영혼에 박힌다’는 이미지는, 고통과 허무를 지우는 대신 그것을 빛으로 전환하는 적극적 변용의 철학을 보여줍니다. 니체의 ‘운명 사랑(Amor fati)’처럼, 삶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새로운 의미로 바꾸는 정신입니다.
마지막 연에서 ‘깊은 심연에 띄워 올리는 별빛’은 추억의 헌사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유효한 영혼의 등불입니다. 시인은 살아 있는 박사님께 이 별빛을 건네며, 그것이 오늘의 우리 삶 속에서 여전히 반짝이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 평론은 엄창섭 박사님을 ‘살아 있는 별빛의 시인’으로 읽습니다. 그 별빛은 과거의 빛이 아니라, 지금도 호흡하며 흐르는 사유의 강물 속에서 살아 있는 빛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