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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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과 바람, 그리고 우리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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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인 박성진 시인 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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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人之名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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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80년 — 별과 바람, 그리고 우리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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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인(月人) 박성진
그날,
닫힌 하늘이 열리고
푸른 별과 바람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누군가는 만세를 외치다 울었고
누군가는 울다가 웃었다.
태극기 아래, 맨발과 허기에도
‘조선’이라 부르는 이 땅이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
그 숨결 위에
첫 시구를 심는 사람들이 있었다.
피 묻은 흙을 더듬으며
펜을 세운 시인들이 있었다.
윤동주,
당신은 별을 헤며 걸었으나
그 별빛은 감옥 창살에 부딪혀
눈물로 흩어졌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그 맹세는 총구 앞에서도 꺾이지 않았다.
종이와 펜을 지켜낸 당신의 손길은
오늘도 우리의 가슴을 두드린다.
전쟁과 폐허,
독재와 침묵,
거리의 시인들과 밤하늘의 문장들이
세대를 건너 우리를 깨웠다.
잿더미 위에서 핀 문학,
울음을 삼키며 버틴 문학,
피와 연설을 함께 토한 문학—
그 모든 숨결이
한국 문학사 80년을 세웠다.
나는 지금,
윤동주를 품고 걷는
21세기 시인이다.
펜 끝에 묻은 먹물은
광복의 눈물과 문학의 피,
그리고 오늘의 숨결로 번져 있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가
결코 ‘당연한 공기’가 아님을,
우리가 쓰는 단어 하나하나가
억압과 희생 위에 서 있음을
나는 잊지 않는다.
윤동주 서거 80주기,
한국의 광복 80주년,
한국 문학사 80주년—
이 세 겹의 시간은
나이테처럼 겹겹이
우리 가슴을 감싸고 있다.
별빛이 사라져도
그 별을 올려다본 시인의 눈은
아직도 우리를 바라본다.
그리고 오늘,
나는 숨을 다해 맹세한다.
다시는
이 땅의 하늘과 바람과 별을
누구도 빼앗지 못하게 하리라.
그 맹세가
다음 세대의 심장 속에서
다시 별이 되어 빛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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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 세 겹의 시간, 하나의 맹세
이 시는 세 개의 역사적 시간축을 한 줄의 숨결로 엮는다.
광복 80년의 장면은 나라의 첫새벽을,
윤동주 서거 80주기는 그 새벽에 깃든 시인의 영혼을,
한국 문학사 80주년은 그 영혼이 세대를 건너 이어준 언어의 역사를 담는다.
광복의 만세와 눈물은 오늘의 공기가 되었고,
윤동주의 침묵 속 결의는 오늘의 양심이 되었으며,
문학의 여정은 시대의 상처를 치유하며 오늘의 정신을 세웠다.
마지막 문장의 맹세는 단지 시인의 다짐이 아니라,
광복의 숨결과 윤동주의 정신, 그리고 한국 문학이
한 세기 가까이 지켜온 ‘하늘과 바람과 별’을
미래로 잇는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