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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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꽃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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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인 박성진 문학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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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꽃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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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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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빛이 스쳐가도
별과 나비는 아는 자리
나는 햇살에만 고개를 든다
동트는 아침의 숨결을 마시고
저무는 석양의 빛을 먹으며
이슬 한 방울로 하루를 적신다
덤불 속 그늘에 묻혀 있어도
내 향기는 나를 위로하고
내 노래는 봄을 위로한다
이름 없어도 괜찮다
서럽지도 부끄럽지도 않다
나는 여름을 부르는 작은 풀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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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 사람의 숨결로 읽는 철학과 문학
이 시를 읽으면 마치 새벽 공기를 깊게 들이마신 듯, 가슴속이 서서히 채워진다. ‘이름 없음’은 결핍이 아니라 삶의 다른 표정이다. 세상에 불려지는 이름 하나 없이도 햇살에 고개를 들고, 이슬로 하루를 적시는 풀꽃처럼, 우리도 누군가의 기록에 남지 않아도 하루를 살아낸다.
철학의 언어로는 ‘존재의 자립’이다. 누가 불러주지 않아도 존재하는 것, 그리고 그 존재가 스스로를 위로하고 또 계절을 위로하는 것. 이는 사르트르가 말한 실존의 자유를 닮았다. 문학적으로는 잔잔한 서정 속에 굳은 심지가 숨어 있다. 봄빛과 석양, 이슬과 향기 — 이 모든 이미지가 사람의 호흡처럼 이어져, 읽는 이를 한 송이 꽃처럼 숨 쉬게 한다.
무엇보다 “내 향기는 나를 위로하고 / 내 노래는 봄을 위로한다”는 대목에서, 삶의 순서를 깨닫게 된다. 자신을 먼저 돌보고, 그다음에 세상을 안아주는 일. 숨을 고르고 나서야 더 먼 곳까지 숨결을 전할 수 있다는, 너무도 사람다운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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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비하인드 — 호흡 속에서 태어난 한 송이
전홍구 시인은 어느 봄날, 공원 가장자리에 피어난 이름 모를 풀꽃 앞에 한참 서 있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모두 발걸음을 재촉했고, 그 꽃은 누구도 불러주지 않는 자리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햇살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시인은 그 모습에서 한숨과 미소가 동시에 나왔다. 이름이 없다는 건 서러운 게 아니라, 불필요한 무게에서 벗어난 자유일 수 있다는 깨달음이었다.
그날 이후, 그는 사람의 숨결로 이 시를 썼다. 꽃이 들이마신 아침 공기와 내쉰 석양의 빛, 그리고 묵묵히 하루를 적시는 이슬의 숨을 글자로 옮겼다. 그래서 이 시는 활자 속에 갇힌 문장이 아니라, 숨결로 피어난 하나의 생명처럼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