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화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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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까기 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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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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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人之名作 朴聖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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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까기 인형 문화 해설
《호두까기 인형》을 듣고 있으면, 차이콥스키가 겨울을 어떻게 음악으로 빚어냈는지가 또렷하게 전해집니다.
이건 악보를 분석하는 일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이야기를 듣는 일에 가깝습니다.
첫머리의 행진곡은 눈 쌓인 골목에서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발걸음 같습니다.
빠르고 설레지만, 어른의 마음으로 들으면 그 속에 ‘아, 저 시절이 있었지’ 하는 그리움이 배어 있습니다.
현악기와 목관악기가 서로 주고받는 멜로디 속에서
장난기와 부드러운 눈발의 결이 번갈아 스칩니다.
사탕 요정의 춤이 시작되면 객석의 공기가 달라집니다.
첼레스타가 작은 수정방울처럼 반짝이며 울리고,
그 소리는 귀를 스치는 순간 아이스크림 한 스푼처럼 마음을 살짝 녹입니다.
화려한 기교보다 순수한 기쁨이 더 가까이 다가오는 순간입니다.
중간에 이어지는 각국의 춤은 세계 여행 같습니다.
러시아 춤은 한겨울 축제의 불꽃놀이,
중국 춤은 은근히 번지는 따뜻한 차향,
아라비아 춤은 느리게 번져오는 모래바람의 온기처럼 다가옵니다.
차이콥스키가 색채와 향을 음악 속에 담아낸 솜씨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리고 꽃의 왈츠.
현악기의 물결 위에 관악기의 음들이 꽃잎처럼 흩날리고,
마지막에 금관이 들어오면 한꺼번에 햇빛이 쏟아집니다.
그 순간, 무대 위는 겨울이 아니라 봄이 됩니다.
《호두까기 인형》의 음악은 화려하지만 허세를 부리지 않습니다.
크리스마스 아침, 포장지를 풀 때의 조심스러움과
그 안에서 터져 나오는 반가움을 함께 품고 있죠.
그래서 이 음악은 단순한 발레 음악을 넘어
해마다 ‘누군가의 소중한 겨울’을 다시 꺼내주는 역할을 합니다.
음악이 끝나고 나면, 마음 한쪽에 달콤한 공기와 눈빛이 오래 남습니다.
그게 차이콥스키가 만들어낸 겨울의 기적입니다.
月人之名作
朴聖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