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왜 사느냐고 물으면》
■
월인지명 박성진 문학평론
■
왜 사느냐고 물으면
■
靑民 박철언
왜 사느냐고 물으면
'보고 들을 수 있으니까'
'걸을 수 있으니까'
'봉사할 수 있으니까'
'글 써야 하니까'
살아야 할 이유는 넘친다
그중 가장 큰 까닭은
'아직 못다 한 사랑이 있으니까'
대답하련다
대나무 숲에 서면
꽉 찬 바람 소리만으로도
마음 비워져 맑아지듯
사랑의 뜨락에 서면 서로를 향한
꽉 찬 비움으로 맑아지는 가슴
어떠한 말도 비울 때 비로소
간절한 사랑에 가 닿지 않을까
---
평론 — 숨과 사유가 흐르는 독백
“왜 사느냐고 물으면…”
삶의 본질을 묻는 질문입니다.
소크라테스는 ‘성찰 없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말했지만, 박철언 시인의 대답은 더 단순하고, 더 구체적이었다
보고, 듣고, 걷고, 봉사하고, 글을 쓰는 일.
이는 칸트가 말한 ‘인간을 목적으로 대하라’는 윤리 명제와 닮은 형태이기 때문이다 세계와 연결하는 다리이다
박철언 시인은 거기에 한 줄을 더 덧붙입니다.
“아직 못다 한 사랑이 있으니까.”라고
여기서 사랑은 감정의 소모가 아니라,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이야기이자, 삶을 지속시키는 힘입니다. 쇼펜하우어가 사랑을 맹목적 의지로만 보았다면 박철언 시의 사랑은 서로를 향한 ‘꽉 찬 비움’ 속에서 빛나기
때문입니다
대나무 숲의 바람 소리를 기억해 봅니다.
채움이 아니라 비움에서 오는 울림의 소리여 ‘그릇은 비어야 쓸모 있는 것이죠’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말로 가득 채우는 순간은 오히려 본질이 멀어집니다. 말이 비워질 때에 사랑은
오히려 맑아집니다.
이 시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세 가지를 일깨웁니다.
첫째, 감각을 회복하며 보고 듣는 순간이 삶의 뿌리가 될 것입니다
둘째, 행동으로 증명할 것은
봉사와 글쓰기로 투명한 삶이 보아기 때문입니다
셋째, 사랑을 이어갈 것이다
아직 다하지 못한 사랑이 시인의
탄력 있는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니체의 아모르파티, 운명을 사랑하라는 말은, 여기서 시인은 이렇게 번역합니다.
“살아야 할 이유가 넘친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숨을 쉽니다. 그리고, 시인의 남은 사랑을 계속 이어갑니다
편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이유가 투명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