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이기정 시인의 가을을 부르는 이중주》
■
월인 박성진 문학평론
■
가을을 부르는 이중주 이기정 시인
가는 여름이 아쉬운가?
하늘 호수 물꼬 터놓은 듯
밤새 쏟아지던 세찬 빗줄기
낡은 옷 벗고 목청 돋우는
매미 소리에 잦아든다
어디선가 애끓는 귀뚜라미 울음
그 소리에 이끌린 무지갯빛이
내 곁에 와 살며시 팔짱을 낀다
가고 또 오는 삶의 순환 속
매미와 귀뚜라미의 이중주가
달항아리 속에서 잔잔히
퍼져 나와 내 마음을 설레게 한다
---
평론
1연 — 여름의 이별 인사
여름이 떠나려고 아쉬운 인사를 하는가
빗줄기는 밤새 하늘 호수의 문을 열어젖힌 듯 세차게 쏟아졌다.
‘가는 여름이 아쉬운가?’라는 물음에는 시인의 마음과 계절의 마음이 함께 묻어나 있다. 비는 단순한 날씨가 아니라, 계절이 남기고 가는 마지막 숨소리처럼 들려온다
---
2연 — 매미의 노래
허물을 벗고, 힘껏 목청을 높이는 매미여 마치 그 울음이 여름의 깃발을 마지막으로 흔드는구나 시인은 그 소리 들으며 마음이 잦아든다. 소리가 커서가 아니다
그 소리에 깃든 여름 한철의 힘이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이다.
---
3연 — 가을의 발걸음
그때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 애절하고도 맑은 울음이 바람결을 타고 온다. 그 소리에 이끌려 무지갯빛이 다가와 팔짱을 낀다. 여름과 가을이 잠시 한 자리에 앉아 있는 순간이다.
---
4연 — 순환 속의 화음
인생은 가고 또 온다. 계절도 그렇다. 매미와 귀뚜라미, 여름과 가을이 함께 부르는 이중주는 달항아리 속 물처럼 고요하게 번진다. 그 번짐이 마음에 스며 설렘이 된다. 이 설렘은 새로운 계절을 향한 기대이자, 지나간 계절을 고이 보내는 마음이다.
---
마무리 감상
이 시는 여름과 가을의 경계에서, 두 계절의 목소리가 함께 만드는 음악을 들려준다. 매미의 뜨거움과 귀뚜라미의 서늘함이 한 자리에 모여, 마치 빛과 그림자가 함께 서 있는 듯한 순간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순간을 담아낸 그릇이 바로 ‘달항아리’다. 하얗고 고요한 달 항아리 속에 계절과 마음까지 함께 익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