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부르는 이중주 이기정 시인》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이기정 시인의 가을을 부르는 이중주》

월인 박성진 문학평론


가을을 부르는 이중주 이기정 시인


가는 여름이 아쉬운가?

하늘 호수 물꼬 터놓은 듯

밤새 쏟아지던 세찬 빗줄기


낡은 옷 벗고 목청 돋우는

매미 소리에 잦아든다


어디선가 애끓는 귀뚜라미 울음

그 소리에 이끌린 무지갯빛이

내 곁에 와 살며시 팔짱을 낀다


가고 또 오는 삶의 순환 속

매미와 귀뚜라미의 이중주가

달항아리 속에서 잔잔히

퍼져 나와 내 마음을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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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1연 — 여름의 이별 인사


여름이 떠나려고 아쉬운 인사를 하는가

빗줄기는 밤새 하늘 호수의 문을 열어젖힌 듯 세차게 쏟아졌다.

‘가는 여름이 아쉬운가?’라는 물음에는 시인의 마음과 계절의 마음이 함께 묻어나 있다. 비는 단순한 날씨가 아니라, 계절이 남기고 가는 마지막 숨소리처럼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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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연 — 매미의 노래


허물을 벗고, 힘껏 목청을 높이는 매미여 마치 그 울음이 여름의 깃발을 마지막으로 흔드는구나 시인은 그 소리 들으며 마음이 잦아든다. 소리가 커서가 아니다

그 소리에 깃든 여름 한철의 힘이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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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연 — 가을의 발걸음


그때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 애절하고도 맑은 울음이 바람결을 타고 온다. 그 소리에 이끌려 무지갯빛이 다가와 팔짱을 낀다. 여름과 가을이 잠시 한 자리에 앉아 있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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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연 — 순환 속의 화음


인생은 가고 또 온다. 계절도 그렇다. 매미와 귀뚜라미, 여름과 가을이 함께 부르는 이중주는 달항아리 속 물처럼 고요하게 번진다. 그 번짐이 마음에 스며 설렘이 된다. 이 설렘은 새로운 계절을 향한 기대이자, 지나간 계절을 고이 보내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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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감상


이 시는 여름과 가을의 경계에서, 두 계절의 목소리가 함께 만드는 음악을 들려준다. 매미의 뜨거움과 귀뚜라미의 서늘함이 한 자리에 모여, 마치 빛과 그림자가 함께 서 있는 듯한 순간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순간을 담아낸 그릇이 바로 ‘달항아리’다. 하얗고 고요한 달 항아리 속에 계절과 마음까지 함께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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