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여름이 주는 과거로의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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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인지명 박성진 문화, 문학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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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주는 과거로의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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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문 시인 시
익숙하고 편리한 공간에서
진한 커피 향이 주는 차분함과
추억이 담긴 음악의 흐름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즐기는 대신
파란 풀빛과 맑은 물줄기
몸 밖으로 튀어 오른 물고기의 은빛에서
물기 어린 잡으며 즐기던 향수가 서려
행복을 보고 맡고 느낀다
잠자리 날개 위에 실린 추억은
웅장한 느티나무 그늘 아래
할머니께서 주시는 미숫가루 한 대접과
행복을 주는 옛날이야기 속에 있다
너를 좀 모르던 한여름 어린 시절
온몸으로 자연과 초목을 벗으며 적셨던
그 시절에 묻었던 것들을 새롭게
이 여름 큰 행복으로 감각을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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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 여름, 그 길에서 다시 만나는 나
이 시는 여름을 통로 삼아, 과거 속 나를 다시 불러오는 여정을 보여준다
그것은 단순한 그리움이 아니라,
오늘을 새롭게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
첫 연에서 시인은 현대인의 여름을 담담하게 그린다. 커피 향, 음악, 에어컨 바람. 모두 편안하지만, 그 안에 계절의 숨결은 희미하다. ‘대신’이라는 짧은 전환이 잠시
길을 바꾼다. 현재의 안락함에서 물러나, 감각이 살아 있던 자리로 돌아가려는 결심이 스며 있다. 회귀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둘째 연에서 장면이 활짝 열린다.
파란 풀빛이 눈을 적시고, 맑은 물줄기가 귀와 피부를 깨운다.
물고기가 튀어 오르는 순간의 은빛, 손끝에 스치는 시원한 물살, 물방울의 차가움이 되살아난다. 시인은 ‘보고, 맡고, 느낀다’는 단순한 말로 그 감각을 꺼내놓았다.
과거는 이렇게, 몸이 기억을 다시 일깨워 현재 속으로 스며들게 한다
셋째 연은 회귀의 깊은 자리다.
잠자리 날개 위의 추억은 가벼워도 오래간다. 느티나무 그늘, 여름 한낮의 햇볕을 가려주고, 그 아래에서 마시던 할머니의 미숫가루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사랑이었다.
시원한 맛과 함께 나를 지켜주던 손길과 목소리가 떠오른다. 그 곁에서 들려오던 옛날이야기는 시간을 이어주는 다리였다. 회귀는 이렇게 온기와 돌봄이 살아 있는 자리로 우리를 끌어낸다
마지막 연에서 시인은 ‘모르던’ 시절로 돌아간다. 세상의 무게를 모른 채, 온몸으로 계절과 어울리던 한때. 물이 피부에 닿고, 햇볕과 바람이 몸을 감싸던 시절로 나를 편한 풀밭으로 데려온다 시인은 현재로 데려와 오늘과 겹치게 한다.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숨결을 품고 지금을 살아가는 것이 회귀다.
이 시에서 여름은 단순한 계절이 아니다. 그것은 과거로 들어가는 문이자, 현재를 다시 숨 쉬게 하는 샘이다.
시인은 그 문을 열고 들어가 잊었던 감각과 온기를 되찾았다. 그리고 그 힘으로 오늘을 살아간다. 독자는 그 여정을 자기 안에도 남아 있는 여름과 함께 회귀의 순간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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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종문
한국문인협회 회원, 중앙대학교 명예 상임이사, 아태문인협회 회원
시집 『가을로 향하는 인생』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