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통"--- 자유 시, 현대시조》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변기통》


박성진 칼럼니스트

문화, 문학평론가


***변기통 자유시, 현대시조***


1. 자유시 버전


변기통 철학


박성진


사람의 모든 것 받아내는 그릇,

아픔도 세월도 함께 삼켜내고,

먹은 대로 살아온 흔적 또한 씻겨 간다.


당신의 눈물까지 머금었다 흘려내리니,

아, 이것이 해학이요 삶의 철학이로다.



---


2. 현대시조 버전


변기통 해학시조


박성진


사람사리 다 받아 삼키는 저 깊은 통,

울분도 세월도 눈물도 쉬 흘려보내네.

아, 웃으며 살자꾸나, 인생도 결국 물길이니.



---


평론 — 해학의 그릇, 운명을 사랑하는 철학


1.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장 높은 철학을


박성진의 시 〈변기통 철학〉과 〈변기통 해학시조〉는 문학의 전통적 위계를 전복한다. 시인은 사람들이 가장 기피하고 천하게 여기는 사물을 시의 한가운데로 불러낸다. 변기통은 더럽고 불결한 것으로만 여겨졌으나, 여기서는 인생의 상징적 거울이 된다. 인간은 살면서 흔적을 남긴다. 먹고, 울고, 상처받고, 때로는 회한과 눈물까지 쏟아낸다. 그러나 그것들은 결국 모두 흘러내린다. 시인은 이 사실을 직시하며, 변기통 속에서 삶의 해학과 철학을 동시에 끌어낸다. 이는 낮은 것의 반전이며, 문학이 가진 가장 근본적인 힘이다.


2. 해학 속의 철학, 철학 속의 해학


자유시 〈변기통 철학〉은 선언적이다. “이것이 해학이요 삶의 철학이로다”라는 구절은 철학자의 어조에 가깝다. 반면 시조 〈변기통 해학시조〉는 운율의 힘을 빌려 해학을 더 가까이 끌어온다. “사람사리 다 받아 삼키는 저 깊은 통”이라는 첫 구절은 웃음을 자아내지만, 결말은 철학으로 수렴된다. 두 작품은 서로 다르면서도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인간은 무엇을 겪든, 그것은 다 받아들여지고 결국 흘러가며, 우리는 웃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3. 니체의 아모르파티와의 만남


이 시가 니체의 철학과 만나는 지점은 분명하다. 니체는 인간에게 “운명을 사랑하라”(Amor Fati) 고 말했다. 운명은 바꿀 수 없는 것이며, 고통과 아픔, 눈물조차도 거부하지 않고 끌어안아야 한다. 변기통은 바로 이 ‘운명애’의 그릇이다. 우리의 흔적과 불순물을 다 받아내며, 그것을 부끄럽지 않게 흘려보낸다. 삶의 가장 더러운 흔적조차도 한 과정이며, 오히려 그 과정을 통해 인간은 해방된다.


또한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이 시의 결론과 겹쳐진다. “인생도 결국 물길이니”라는 시조의 마지막 행은, 모든 것이 반복되어 흐른다는 철학적 직관을 담고 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차례 같은 일을 반복한다. 먹고, 버리고, 씻고, 다시 먹는다. 그러나 그 반복은 헛된 것이 아니다. 니체가 말했듯, 영원히 반복되는 삶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삶에 대한 긍정이다. 박성진의 시는 변기통이라는 일상의 은유를 통해, 니체의 사상을 일상적 장면으로 구체화한다.


4. 눈물까지도 받아내는 철학


특히 인상적인 것은 “당신의 눈물까지 머금었다 흘려내리니”라는 구절이다. 이는 단순히 신체의 흔적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가장 내밀한 감정, 슬픔과 고통까지도 결국은 변기통이라는 그릇 속에 받아들여지고, 흘러간다. 여기서 우리는 삶의 또 다른 지혜를 배운다. 우리가 쏟아낸 눈물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세계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져 흘러가며, 새로운 삶을 가능케 한다. 이때 해학은 단순한 웃음이 아니라, 눈물을 견디게 하는 힘이다.


5. 웃음과 철학의 결론


〈변기통 철학〉과 〈변기통 해학시조〉는, 서로 다른 형식으로 같은 지혜를 말한다. 인생은 받아들이고 흘려보내는 과정이다. 더러운 것도, 눈물도, 세월도 결국 지나간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것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그것을 웃음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철학이 된다. 니체가 말한 “삶을 긍정하라”는 명령은, 여기서 “아, 웃으며 살자꾸나”라는 시조의 결론과 완전히 겹쳐진다.



---


총평


박성진은 가장 낮은 그릇에서 가장 높은 철학을 길어 올렸다. 변기통은 이제 더 이상 천한 사물이 아니다. 그것은 아모르파티의 그릇, 영원회귀의 무대, 해학과 철학이 공존하는 인생의 증언자이다. 시인은 우리에게 말한다. “모든 것을 받아내고, 결국 흘려보내라. 그러면 웃음으로 삶을 사랑할 수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매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