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모상철 시인의 계절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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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칼럼니스트
문화,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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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모상철〉
정겨움이 머무른다
둥치 큰 나무들의 가지가
무성도 하여라
오가는 새들의 지저귐에
귀 기울이고
태양이 작열하는 한낮의
정겨웠던 매미소리도 폭염
일기예보를 하는 듯
우렁차게 부르짖는다
안타까움이여
매미소리 끊어지고
어두워져 가는 하늘에 별빛
달빛도 빨갛게 상기되어
열을 내려놓는다
이따금 들려오는 풀벌레소리
반가움이 앞선다
철 잃은 계절의 변화에
가을이 다가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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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데거 연결의 고리
1. 매미소리는 자기를 드러낸다
한낮의 여름 매미는 폭염 속에서도 울부짖는다. 이 울음은 단순한 배경음이 아니다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존재의 고백이었다. 하이데거가 말한 대로 현존재처럼 매미는 세계 속에 울음을 통해 자기 존재를 드러내었다.
2. 죽음으로의 향한 존재이다
“안타까움이여 / 매미소리 끊어지고”라는 대목을 보라소멸의 순간에서 매미는 울음소리로 이미 죽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침묵은 여름의 종말을 알리는 증언이다.
하이데거는 죽음을 의식할 존재가 진실하다. 매미의 울음은
존재의 침묵, 끝을 받아들이는 장면이다.
3. 시간과 계절, 전환
매미가 사라져 간다 풀벌레 소리 전환은 단순한 계절 교체가 아니다.
지나온 여름, 현재, 미래의 가을이 한 자리에 겹쳐진 것이다. 하이데거가 말한 대로 시간성(Temporalität)은 바로 이런 방식을 말한다. 사라진 매미, 침묵은 현재를 말하며, 풀벌레는 다가올 미래를 노래하였다
4. 존재의 진리, 열린 세계
별빛과 달빛, 풀벌레의 소리는 존재의 진리를 드러내는 소리이다. “철 잃은 계절의 변화에 / 가을이 다가오는 소리다”라는 마지막 구절을 보라 소리를 통해 열리는 세상 우리는 진리 앞에 서있다 순간, 순간을 보여주었다. 하이데거가 말한 데로
‘예술은 존재의 진리를 연사건’이며
인류의 삶에 그대로 와닿는 사건의 마침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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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평론
이여름의 매미 울음에서 시작하여 가을의 풀벌레 소리에 닿기까지의 여정을 통해 계절의 흐름을 존재와 시간, 생과 죽음으로 드라마를 담아내았다
울음과 침묵은 죽음을 향한 존재의 선취,
풀벌레의 소리는 시간의 전환인 것이다
끝 구절은 존재의 진리의 개시다.
따라서 이 시는 자연시가 아니라, 하이데거적 사유가 살아 있는 시적 현장이며 성큼 가을로 넘어가는 변화를 보고 있다
우리는 매미와의 순간을 고백하고, 침묵과 죽음, 소리를 통해 존재의 진리를 확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