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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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 형무소의 --- "판토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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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칼럼니스트
문화,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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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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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중기 시인의 시
마로니에 광장은
커피 향이 좋은 친구로
찾아온다
노랗게 날갯짓을 하며
떨어지는 은행잎엔
이별의 눈물
그리움이 북받치는
모습으로 남고
음악은 슬픔을 간직하며
가을비에 젖어드는
판토마임
서대문 형무소의 몸짓은
가슴을 찢어 버린 아우성
힘주어 걷는
일본 헌병의 손 발 사이로
존엄성이 무너지며
비명이 터진다
그리곤……
가을비
잔잔히 마로니에 광장으로
내릴 때
비둘기 떼들은
어디론가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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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 가을, 역사의 현장에서
카메라 렌즈를 들은 시인의 떨림
홍중기 시인의 〈가을〉은 단순한 계절의 풍경화가 아니었다. 이 작품은 도심의 서정적 이미지와 역사의 피울음을 교차시키는 서글픈 뮤지컬이다
민족의 기억과 문학의 증언까지 동시에 호출하였다. 커피 향 가득한 마로니에 광장에서 시작된 시는 은행잎과 가을비라는 계절의 이미지 속에 역사적인 상흔을 끌어들였다. 결국에는 독자를 평범한 일상에서 역사의 아픈 현장으로 끌어들인다
1. 일상의 서정에서 역사적 증언으로
“커피 향이 좋은 친구”라는
도심의 정경은 친숙한 평화의 풍경이다. “떨어지는 은행잎”은 “이별의 눈물”로 전환되면서 시의흐름은 완전히
달라진다. 낙엽은 추억과 상실의 상징으로 겹쳐지고, 평범한 일상은 역사적 울림으로 변모해 간다. 홍중기 선생님의 시는 사소한 서정에서 시작하였지만 민족의 고통을 증언하는 자리까지 독자를 불러내었다
이런 아픔의 순간은 고비가 아니었다
씻을 수 없는 그날의 참상의 기억을
회상하기 싫은 시인의 다큐 시인 것이다
2. 서대문 형무소는 ― 절규의 무대이다
시가 중반에 이르러 /서대문 형무소의 몸짓은 / 가슴을 찢어 버린 아우성/이라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때 가을비는 더 이상 낭만의 배경이 아니다/ 역사의 절규
시인의 절규다/ 서대문 형무소는 일제 강점기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고통을 겪었던 장소이다 바로 그 현장에서의 판토마임의 현상은 시 속에서 절규와 억압으로
마주 보고 서있는 것이다
그 공간에서 시인은 두 번 죽는 절규를 감지하였다 그리고 미래의 현실에서
다시 아픔을 딛고 살아가고 있다
서대문 형무소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시는 시인을 생각하니 부끄러운 글을 마치기도 전에 한없이 쏟아내는 맑은 눈물이 흘러 주체를 못 하겠다. 홍중기 선생님의 형무소 현장에서 쓴 "가을"은 아름다운 계절의 가을이 아니었기에 평론을 한다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시인의 아픔에 비할 수 없기에 더욱 그렇다
계절의 낭만과 역사의 비극은 정면으로 시인과 마주 서서 시인의 렌즈에 잡히어
그 현장을 찰카닥찰카닥 시로
포착하였다
3. 폭력과 존엄마저 붕괴한 자리
“힘주어 걷는 / 일본 헌병의 손 발 사이로 / 존엄성이 무너지며 / 비명이 터진다.”
이 대목은 시의 비극적인 정점이다/
인간의 존엄마저 무너지고, 오직 비명만이 남아있다. 그러나 문학은 이 절규를 일으키는 힘을 내었다 증언자 시인의 목도한 현장에서 다시 무너진 존엄을 불러일으켜 세웠다
시적 기록은 역사적 정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며 굳건한 별빛, 성찰의
돌이키지 말아야 할 아픈 가을의 시인
홍중기 선생님의 생생한 "가을"을
선물처럼 만나서 2025년 가을은 행복한 가을로 눈부시게 될 것이다
<2025년 01 시>
4. 비둘기의 비상 ― 상실과 자유의 이중성
마지막 연의 “비둘기 떼들은 / 어디론가 / 날아갔다”는 구절은 결말을 숭고하게 완성하였다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인 동시에, 떠나간 영혼들의 흔적이라 할 수 있다
시인은 비둘기의 비상을 통해 땅 위의 상실마저 하늘 위의 자유로 변모시키었다 독자는 상실의 비애와 초월의 해방을 동시에 체험하게 되었다
5. 윤동주의 시혼과의 겹침
〈가을〉 속 서대문 형무소는
윤동주의 시혼과 겹쳐진다.
윤동주 시인은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하였다 윤동주 시인의 정신은 서대문 형무소를 비롯한 일제의 감옥 전체에 스며 둘어 있다. 시인이 말하는“아우성”은 윤동주를 비롯한 마노은 영혼들의 절규이자, 우리에게 던져지는 물음인것이다.
홍중기 시인의 시는 윤동주의 시학처럼, 단순한 서정을 넘어 역사를 증언하였고, 시대의 상처를 문학의 언어로 새기어
주었다
〈가을〉은 가을비와 비둘기;
계절의 정취를 빌려서 다시한번 민족의 절규와 희망을 동시에 그려낸 ‘역사적 서정시’라 할 수 있다.
독자들은 이 시를 통해 단순한 감상을 넘어,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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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중기 시인 프로필
홍중기(洪重基, 1947~ ) 시인은 경기도 양주시에서 태어났다. 방송인으로 출발한 그는 MBC 공채 5기 탤런트로 활동하며, 드라마와 무대에서 대중과 만났다. 그러나 그의 삶은 곧 역사와 문학의 길로 이어졌다. 베트남 사이공에서 종군기자로 활동하며 전쟁의 참상을 직접 목격했고, 이 경험은 그의 시세계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1982년 첫 시집 《아기 걸음마》를 펴낸 이후, 그는 전쟁과 자연, 그리움과 상실을 노래하며 꾸준히 창작을 이어왔다. 그의 시는 늘 시대와 역사, 인간의 내면을 함께 담아내며, 단순한 서정에서 증언과 성찰로 확장된다.
문학 공동체와 사회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한국전쟁문학회 회장,
남양주시 시인협회 고문,
담쟁이문학회 고문으로서 문학적 연대를 이끌었으며, 방송인으로서도 한국방송연예인노동조합 부위원장, 한국 TV방송연기자협회 부회장, ‘월간 탤런트’ 편집장을 역임하며 다방면에서 활동했다.
《수상부문》
*2024년 한국전쟁 문학인상
*2001년 이육사 문학상, 을 수상하며
문학적 성취를 인정받았다.
전쟁과 고통을 증언하면서도,
자유와 평화를 향한 노래를 잊지 않는
그의 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시대와 독자에게 울림을 준다.
홍중기 시인의 시는 단순한 언어가 아니라, 역사와 현재를 잇는 증언이며, 인간 존엄을 일깨우는 살아 있는 기록이다. 그는 오늘도 시를 통해 아픔을 품고, 동시에 희망과 평화를 노래하는 ‘역사적 서정시인’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