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중기 시인의 가을---서대문 형무소의 판토마임 》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서대문 형무소의 판토마임》

박성진 칼럼니스트

문화, 문학평론가


〈가을〉


홍중기 시인


마로니에 광장은

커피 향이 좋은 친구로

찾아온다


노랗게 날갯짓을 하며

떨어지는 은행잎엔

이별의 눈물

그리움이 북받치는

모습으로 남고


음악은 슬픔을 간직하며

가을비에 젖어드는

판토마임

서대문 형무소의 몸짓은

가슴을 찢어 버린 아우성


힘주어 걷는

일본 헌병의 손 발 사이로

존엄성이 무너지며

비명이 터진다


그리곤……


가을비

잔잔히 마로니에 광장으로

내릴 때


비둘기 떼들은

어디론가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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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 철학과 윤동주의 시혼이 만나는 자리


홍중기 시인의 〈가을〉은 계절과 정취를 노래하듯 시작하지만, 서대문 형무소의 피맺힌 기억을 불러낸다

‘가을’이라는 계절을 민족의 상처로 겹쳐놓는다. 은행잎의 노란 날갯짓은

단순한 낙엽이 아니었다

그것은 눈물이였다

시인은 현실의 역사와 개인의 감정을

판토마임의 장면 속에 겹쳐서 보았다


1. 하이데거의 ― 존재의 가슴,찟기는 아픔의절규이다


하이데거의 개념으로 보면, 시 속의

“가슴을 찢어 버린 아우성”은 단순한 고통의 표현이 아니었다. 그것은 존재가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억압 속에서 꺼지지 않는

‘존엄의 발현’이었다.

서대문 형무소의 벽은 육체를 가두었지만, 아우성은 존재의 본질을 폭로하고 있는것이다


2. 니체의 ― 힘과 존엄마저 붕괴하는 현장


니체의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일본 헌병의 발걸음은 ‘힘의 의지’가 폭력으로 전환된 상징으로 보아야한다

또한 존엄성마저 무너지는 그 순간을

시인의 사와 언어로 새로운 가치 전환의 아픈 기억을 영화의 필름처럼 상영하는듯 하다

비명 속에 깃든 존엄의 파편마저

힘의 비극을 판토마임속에 시인의 아픈 기억은 지울 수없는곳아다


3. 쇼펜하우어,슬픔의 판토마임


“슬픔을 간직한채 가을비에 젖어든 팬터마임”은 쇼펜하우어가 말한

인간은 고통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그 자체가 삶의 의지임을 부정할 수 없다.

시 속 판토마임은 말 없는 몸짓으로, 억압받는 자들의 숙명을 은유하기에

.....고통을 지워낼 수 없기에.....

판토마임은 그 고통을 고스란히 몸짓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4. 윤동주의 시혼과의 교차점 발견


이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서대문 형무소의 기억이다

윤동주 시인의 시혼과 맞닿아 있다.

비록 윤동주 시인은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숨을 거두었으나, 그의 별빛 같은 언어는 한국의 감옥과 억압의 공간에 스며 있는것이다 홍중기 선생님의 〈가을〉은 마치 윤동주의 고통과 목소리를 오늘의 광장으로 다시 불러내는 증언으로 이끌어낸다

그것이 사인의 시가 이꾸는 힘이다

낙엽과 가을비는 단순한 풍경이 아니었다 ‘시인의 피와 눈물’을 간직한 증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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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 홍중기


홍중기, 시인·방송인.

1947년 경기도 양주시 출생. MBC 공채 5기 탤런트로 방송 활동을 시작했으며, 베트남 사이공에서 방송 종군기자로 활동. 1982년 첫 시집 《아기 걸음마》를 출간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열었다.


그의 시는 전쟁과 자연, 그리움의 풍경을 다루면서도, 역사적 상처와 민족적 증언을 시어로 남기는 데 깊은 뿌리를 둔다.

현재 한국전쟁문학회 회장,

남양주시 시인협회 고문,

담쟁이문학회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수상부문》

2024년 한국전쟁 문학인상,수상

2001년 이육사 문학상, 수상



방송인으로는 한국방송연예인노동조합 부위원장, 한국 TV방송연기자협회 부회장, 《월간 탤런트》 편집장을 지냈다.

그의 작품은 문학과 방송, 증언과 예술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며, 오늘날까지도 ‘시와 삶의 증언자’로서 독자와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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