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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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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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칼럼니스트
문화,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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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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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애 시인 시
서러움 찬이슬에 타서 마신 새벽
헤일 수 없는 결별을 뒤로한 채
새로운 포부로 두근대는 첫 만남
언 몸을 간질이는 실바람의 유혹
거부할 수 없는 햇살의 속삭임
웅크린 대지 위에 숨을 토해내듯
나날이 희망으로 부푸는 꽃봉오리
가지마다 널린 슬픔의 날은 길고
생의 희열은 덧없이 짧기만 한데
불확실한 내일을 향해 딛는 발걸음
나 이대로 먼 길을 걸어가야 하리
비바람 별빛에 찰랑이며 찰랑이며
잊히지 않을 의미 있는 무엇이 되리
잊히지 않을 의미 있는 무엇이 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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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별 이후의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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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연은 ‘찬이슬’, ‘새벽’, ‘결별’이라는 차가운 이미지로 시작한다. 그러나 그 뒤에는 “새로운 포부로 두근대는 첫 만남”이 전개해 나간다. 절망 뒤에 오는 첫 만남은 키르케고르가 말한 실존의 도약을 닮아 있다. 인간은 삶의 불가피한 상실을 뒤로해야만 새로운 가능성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1연은 고통을 인정하되, 그 너머를 향해 발을 내딛는 존재의 전환점을 시인은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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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연에서의 “햇살과 꽃봉오리의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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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연은 실바람, 햇살, 웅크린 대지, 꽃봉오리가 어우러진 생명의 이미지로 펼쳐지고 있다
숨을 토해내듯 피어나는 꽃은 하이데거의 말처럼 존재의 개화를 어김없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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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는 닫혀 있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 속에서 열리며 외부의 부름에 즉각 응답한다. 꽃봉오리는 단순한 식물이 아니다
존재의 은폐와 비은폐가 교차하는 순간의 상징임을 시인은 자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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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세계의 부름에 응답하면서 자신을 열어가는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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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과 희열의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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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연에서는 삶의 모순이 노래를 한다
역설적이다
슬픔의 날은 길고, 희열은 짧다.
이는 쇼펜하우어가 지적한 의지의 세계와 고통의 본질을 떠올리게 한다.
생은 늘 부족하고, 욕망은 충족되지 않았다.
그것이 삶이다
그러나 화자는 단순한 체념에 머물지 않는다. “불확실한 내일을 향해 딛는 발걸음” 속에 의지와 인내가 깃들어 있었다. 쇼펜하우어가 말한 예술적 직관이나 윤리적 자비를 말하려는 것일까 시인은 고통의 인식을 발걸음으로 전환시켜 나아간다 이때에 삶은 단순한 고난이 아니라 넘어서려는 과정 그 자체로 빛나고 있는 것을 예언하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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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연 “길 위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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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연은 길 위에서의 결단을 보여준다. “나 이대로 먼 길을 걸어가야 하리”라는 구절은 인간 실존의 순례의 길을 드러낸다. 마르셀이 강조한 것은 희망과 충실성이다. 비바람과 별빛은 역경과 위안을 동시에 상징한다
“잊히지 않을 의미”는 곧 인간이 타자와 세계 속에서 남기려는 흔적의 태도이다.
마르셀의 말처럼 희망은 단순한 낙관이 아니라, 불확실한 미래에도 관계와 충실함 속에서 계속 걷는 행위이다.
이 연은 결국 삶을 의미의 여정으로 긍정하는 철학적 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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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노래〉는 결별과 만남, 유혹과 응답, 슬픔과 희열, 그리고 길 위의 의미라는 네 단계로 펼쳐진다. 키르케고르, 하이데거, 쇼펜하우어, 마르셀의 사유를 겹쳐 읽으면, 이 시는 단순한 계절의 노래를 넘어 인간 존재의 길을 따라가는 실존 철학적 서사시로 보인다.
4월의 계절성은 곧 삶의 변곡점이며, 시인은 독자에게 묻는다.《당신은 불확실한 길 위에서 어떤 의미를 남길 것인가》
시인은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