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규 시인의 "지금 최선을"》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지금 최선을》



지금 최선을

정용규 시인 시


무시로 흘러가는

세월의 강물 위

정처 없이 표류하는 일엽편주


가버린 세월 어찌 탓하며

오지도 않은 미래 무얼 원망하랴

우리 만나는 세월 오직 지금일 뿐인데


저기 저 서편 하늘

황혼이 붉게 물들어오고 있지 않느냐

한번 간 세월은 다시 오지 않는 법인데


자, 우리 모두

저 붉은 노을을 향해

지금 바로 열심히 노를 젓자꾸나

어기여차 저 기여차 뱃노래도

흥겹게 부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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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최선의 시간>


정용규 시인의 「지금 최선을」은 유유히 흐르는 ‘세월의 강물’ 위에 자신을 던진 인간 존재의 항해를 은유로 삼는다. 시는 단순한 권유적 어투를 넘어서 시간에 대한 철학적 성찰과 공동체적 연대의 노래로 확장한다


*《세월의 강과 일엽편주 존재의 비유》


첫 연의 “무시로 흘러가는 / 세월의 강물 위 / 정처 없이 표류하는 일엽편주”는 인간의 삶을 ‘작은 조각배’에 비유하면서 무상(無常)의 인식을 드러내었다. 이는 동양 전통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허무의 상징을 떠올리게 하지만,

이 시에서는 허무를 넘어 항해의 의지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확장되었다. 삶은 어차피 표류이지만, 그 위에서 ‘지금’ 노를 젓는 행위가 중요함을 시인은 노래한다.


《과거와 미래를 부정하는 현재의 초점》


“가버린 세월 어찌 탓하며 / 오지도 않은 미래 무얼 원망하랴”라는 대목은 스토아 철학의 시간관과 닮아 있다. 과거는 되돌릴 수 없고 미래는 오지 않았기에, 인간은 언제나 현재의 순간에만 온전히 존재할 수 있다.

여기서 시인은 독자를 향해 “우리 만나는 세월 오직 지금일 뿐”이라는 결론으로 이끌어 나간다 인간은 끊임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오직 지금이라는 현존의 자리에서만 세계와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붉은 황혼과 유한성의 자각》


“저기 저 서편 하늘 / 황혼이 붉게 물들어오고 있지 않느냐”라는 구절은 시간의 유한성을 상징하였다.

하루의 끝자락인 황혼은 인생의 저녁, 즉 죽음을 암시한다. 그러나 시인은 “한번 간 세월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명제를 체념으로 끝맺지 않는다. 오히려 붉은빛 속에서 지금 이 순간을 불태워야 한다는 각성을 부른다.

이는 키에르케고르가 말한 ‘죽음의 기억을 통한 삶의 열정’과 통한다. 유한성의 자각이야말로 삶을 충만하게 하는 불씨가 된다는 것이다.


<공동체적 합창 ‘뱃노래’의 힘>


마지막 연은 개인적 성찰에서 공동체적 호흡으로 전환된다. “자, 우리 모두 / 저 붉은 노을을 향해 / 지금 바로 열심히 노를 젓자꾸나”라는 구절은 시적 ‘우리’를 삶의 현장으로 불러내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노 젓기의 행위는 단독으로 가 아니라 모두가 합하여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그리고 “어기여차 저 기여차”라는 뱃노래는 노동의 노래이자 공동체적 리듬이다.

이는 마치 플라톤이 말한 ‘리듬과 화음이 영혼을 형성한다’는 사유와도 맞닿는다. 흥겨운 노래 속에서 ‘지금 최선’은 고통의 항해가 아니라 함께하는 즐거움으로 승화된다.


<지금이 최선의 윤리적 실천의 언어>


이 시의 궁극적 메시지는 “지금 최선”이라는 말에 응축된다. 그것은 단순한 삶의 지침이 아니라 존재론적· 윤리적 명령이다. 과거의 후회와 미래의 불안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의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곧 인간다운 삶이라는 것이다.

이는 공자의 중용이 말하는 ‘때에 맞는 도(道)’의 실천과도 연결되며, 동시에 서양 실존철학이 강조하는 ‘현재적 결단’의 윤리와도 상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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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정용규의

「지금 최선을」은 노래와 항해의 이미지로 인간 존재의 시간적 조건을 드러내면서, ‘지금 이 순간’을 실천의 자리로 호명하는 작품이다. 과거와 미래를 부정하면서도 체념하지 않고, 오히려 붉은 황혼을 향해 나아가는 열정과 연대를 촉구한다.



이는 철학적 깊이를 지닌 동시에 노래처럼 흥겹게 울려 퍼지는 시다. 윤동주의 별빛 사유가 그랬듯이 시 또한 독자에게 시간의 무상 속에서 지금을 사랑하라는, “살아있는 최선”의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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