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박성진 문화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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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순 시인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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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의 비애
아! 아! 일제 치하 벗어나 조국 광복의 기쁨도 잠시 서로 다른 뜻 벼르고 다투고
이념으로 갈라져 부모와 형제도 몰라라
총부리를 겨누었던 동족상잔의 비극
부모 형제 단장의 뼈아픈 날들
죽지 못해 살아낸 세월
가슴에 대못으로 남은 그리움
자식 잃고 애간장 녹인 피는 물
이 타는 가슴을 그 누가 알까
70년을 한결같이 고향 산천 그리워
하 그리워 지척에 삼팔선 갈라진 세월
가슴에 피멍으로 삼키지 못한 설움아
남북한 연락사무소 폭파된 오늘
죽음의 문턱 하루하루 다가오네
통일의 문은 아득히 멀기만 하여라
<서론> 분단의 시적 기원
이 시는 단순한 가족사의 비극을 넘어, 민족 전체가 겪어온 역사적 단장의 서사를 담아낸다. 1945년 광복 이후의 환희가 불과 몇 해 지나지 않아 이념 갈등과 전쟁의 참상으로 전도된 아이러니, 그것이 곧 이산가족의 비애로 응결되었다.
시인은 감탄사 “아! 아!”로 문을 열며 민족사의 절규를 발화한다.
이는 단순한 수사적 장식이 아니라, 언어로 다 담아낼 수 없는 깊은 고통을 압축하는 ‘공명’의 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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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적 배경 광복과 분단의 역설>
1945년 해방은 민족적 축복이었으나, 곧이어 찾아온 분단은 그 기쁨을 짧은 찰나의 순간으로 전락시켰다. 미·소 냉전 체제 속에서 한반도는 ‘지정학적 전리품’이 되었고, 같은 민족이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동족상잔의 비극이 1950년 한국전쟁으로 폭발했다.
이 시는 바로 그 역사를 배경으로, 한 가정과 한 민족이 동시에 겪은 단절과 상실의 운명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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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적 구조와 표현 방식>
시의 각 연은 단문 위주로 전개되며, 짧지만 절제된 언어가 날 선 감정의 밀도를 형성한다. “부모도 형제도 몰라라 / 총부리를 겨누었던 동족상잔의 비극”에서, 혈육과 살상 도구가 극적으로 병치되며, 인간성의 붕괴와 이념의 잔혹함이 직설적으로 드러난다.
이 단문들의 연속은 역사의 증언처럼 읽히며, 구체적 사건보다 감정의 응결을 통해 독자에게 절대적 체험을 이입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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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산’의 상징성 인간학적 차원》
이산가족의 존재는 단순한 가족적 이별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근원적 결핍을 상징한다. 부모와 자식, 형제와 자매는 인간 공동체의 가장 기본적인 결속인데, 이 결속이 국경선이라는 인위적 장치에 의해 단절되었을 때, 인간의 정체성은 근본적으로 흔들린다.
이 시의 “가슴에 대못으로 남은 그리움”이라는 구절은, 단순한 비유를 넘어 몸에 새겨진 상흔을 은유하며, ‘기억의 육체화’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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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적 사건의 직접적 반영>
작품 후반의 “남북한 연락사무소 폭파된 오늘”은 2020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건을 직접적으로 가리킨다.
이는 시가 단순히 과거의 상처를 회고하는 데 머물지 않고, 현재진행형의 분단 현실을 직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산가족의 상처가 결코 과거의 기록물이 아니라 현재의 비극이라는 점을 일깨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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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문턱’ 시간의 절망》
시인은 “죽음의 문턱 하루하루 다가오고”라고 노래한다. 이산가족의 세대가 이미 고령에 접어든 오늘, 생존 자체가 역사적 유예이다.
다시 만남을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은 갈수록 줄어들고, 죽음은 통일 이전에 다가올 마지막 현실이다. 이 구절은 이산가족 문제의 시급성을 환기시키며, 인간적·윤리적 책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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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염원의 좌절과 아득한 미래>
마지막 행 “통일의 문은 아득히 멀기만 하여라”는 체념적 절규와 동시에 역사적 과제의 미완성을 함축한다.
이는 단순한 패배 선언이 아니라, 민족 모두가 짊어진 과제의 무게를 드러낸다. 여기서 ‘문(門)’은 닫힌 역사의 문이자, 언젠가 열릴지도 모를 희망의 문이다.
따라서 이 구절은 ‘절망 속의 희망’이라는 이중 구조를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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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적 계보와 전통>
이 시는 분단문학의 전통과 맞닿아 있다. 1950년대의 시인들, 예컨대 신석정, 박목월, 김수영 등이 전쟁의 상처를 시로 형상화했듯, 이 시 또한 역사적 고통의 집단 기억을 증언한다.
그러나 차이점은, 이 시가 구체적 현재 사건을 끌어들이며, 과거-현재-미래의 시간대를 동시에 호명한다는 점이다. 이는 분단문학이 단순한 회고문학을 넘어, 현실 참여적 문학으로 진화해야 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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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윤리적 함의>
이산가족의 비극은 곧 타자의 얼굴을 상실한 상태이다. 국경선은 인간이 인간을 대면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정치적 이념은 윤리적 관계를 끊어냈다.
시는 이러한 비윤리적 현실을 고발하며, 다시 마주해야 할 타자의 얼굴을 그리움의 형식으로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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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사건의 재현을 염원하며>
시 전체는 단순한 ‘한(恨)의 노래’가 아니라, 언젠가 있을 역사의 재현, 곧 통일과 상봉의 순간을 간절히 염원한다. “역사적 사건이 다시 펼쳐질 그날”이란 곧 이산가족 상봉의 현실화이며, 더 나아가 민족사의 ‘정의 회복’이다. 따라서 이 시는 과거의 기억, 현재의 체험, 미래의 소망을 삼중 구조로 결합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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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적 성격 단절의 미학>
이 시는 서정적 연속성보다는 단절적 구성을 채택한다.
짧은 행과 돌연한 전환은 분단된 현실, 단절된 가족의 상황과 그대로 평행을 이룬다.
이는 시적 형식이 곧 분단의 형상화라는 미학적 전략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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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과 민족의 중첩>
“자식 잃고 애간장 녹인 피눈물”은 개인의 체험처럼 읽히지만, 동시에 수많은 부모 세대의 집단적 목소리이기도 하다.
이 시는 개인의 삶과 민족의 운명을 구분하지 않고, 겹쳐진 고통의 목소리를 문학적으로 드러낸다.
따라서 이 시는 증언 시이자 집단적 애도의 장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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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 정치 속의 한반도>
분단은 결코 남북만의 문제가 아니다.
냉전의 결과물로서, 국제 정치의 산물이다. 이 시가 ‘아득히 먼 통일’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만큼 국제 정세가 한반도의 운명을 규정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따라서 이 시는 단순한 민족 내부의 문학이 아니라, 세계사적 맥락을 지닌 텍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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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
영적 차원>
70년을 한결같이 “죽지 못해 살아낸 세월”은 단순한 생존의 기록을 넘어, 인간의 영혼이 고통 속에서도 꺼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는 마치 성서적 ‘광야 체험’과도 유사하다.
분단 70년은 민족의 광야 시기이며, 이산가족의 삶은 곧 순례자적 삶이었다.
따라서 이 시는 영적 차원에서 읽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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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다시 올 날을 기다리며
〈이산가족의 비애〉는 민족적 절규이자 미래에 대한 예언이다.
과거의 비극과 현재의 상흔, 그리고 통일에 대한 염원이 교차하며, 이는 한 편의 시를 넘어 민족사의 집단 증언으로 승화된다. “통일의 문은 아득히 멀기만 하네”라는 마지막 행은, 단순한 절망의 끝이 아니라, 언젠가 열릴 문을 향한 간절한 두드림이다.
시가 남긴 흔적은 곧 역사적 과제이며, 문학이 할 수 있는 증언의 최대치이다.
시인의 이산가족의 비애가 느껴진다
시인에 피멍은 얼마나 오래갈까
이산의 아픔을 대신한 70년 아픔을 노래한 시인의 시가 큰 울림을 준 시로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