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평론 《송시현 뮤지컬 "1944"》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박성진 문화평론가



뮤지컬 《1944》

<문화평론 >

송시현 1944

대표작의 미학과 영성


뮤지컬 《1944》는 한국 근현대사의 가장 고통스러운 시기를 배경으로, 일제강점기 속에서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신앙과 민족을 지켜낸 주기철 목사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송시현 대표는 이 작품을 통해 단순한 역사적 전기를 재현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신앙적 고백과 예술적 표현, 그리고 역사적 성찰과 현재적 물음을 동시에 관객 앞에 제시한다.

그것은 곧 하나의 공연을 넘어, 역사와 신앙, 문화와 예술이 교차하는 거대한 체험의 장으로 확장된다.

본 평론은 이 작품의 구조와 미학, 신학적·역사적 의미를 따라가며, 송시현 대표가 구현한 뮤지컬의 품격과 예술적 완성도를 종합적으로 탐구하고자 한다.



---


<시대와 작품의 배경>


《1944》의 무대는 단순한 과거의 복원이 아니다.

작품이 조명하는 주인공 주기철 목사는 1897년에 태어나, 3·1 운동의 현장에서 민족적 항거와 비폭력 투쟁을 목격했고, 신사참배 거부를 통해 민족과 교회의 신앙을 지키다가 끝내 옥중에서 순교했다. 1944년, 그는 향년 47세의 나이로 평양 근처 돌박산 기독교 공동묘지에 묻혔다.

이 서사는 단순히 한 인물의 전기적 서술이 아니라, 한국 기독교와 민족사 전체가 짊어져야 할 역사적 기억이다.

송시현 대표는 이 역사적 무게를 뮤지컬이라는 형식으로 끌어올리며, 예술적 재현이 곧 신앙적 예배이자 민족적 성찰이 되도록 설계한다.



---


<주인공과 내면의 갈등>


이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운 장치는 ‘준’이라는 인물이다. 그는 주기철의 친구로 등장하지만, 결국에는 주기철 내면의 또 다른 자아였음이 밝혀진다. 준은 기회주의적이고 세속적이며, 때로는 두려움에 떠는 존재다. 그러나 바로 그 두려움과 흔들림이 역설적으로 주기철에게 더 큰 용기와 결단을 주었다. 이 반전은 인간 내면의 분열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한 탁월한 장치다.

순교의 길은 초월적 영웅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것은 두려움과 욕망, 이기심과 흔들림을 넘어서는 인간의 투쟁이다.

관객은 준의 존재를 통해 자신 안의 또 다른 자아, 곧 기회주의적이고 안락을 추구하는 본능을 직시하게 되고, 그 순간 주기철의 결단은 단순한 영웅담이 아니라 보편적 인간의 물음으로 확장된다.



---


<비폭력과 폭력의 대립>


작품 초반 3·1 운동 장면은 극 전체의 리듬을 결정한다. 비폭력 군중의 절규와 일본군의 폭력적 진압, 그리고 그 한가운데서 떨고 있던 준의 모습은 상징적이다.

비폭력의 군중은 몸으로 방패가 되어 폭력에 맞섰고, 그들은 쓰러지면서도 신앙과 민족의 희망을 품었다.

주기철은 그 장면을 통해 자기 신앙의 방향을 더욱 확실히 인식한다. 뮤지컬은 이 장면을 단순히 역사적 사실로 제시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늘의 관객에게 던져진 질문이기도 하다. “폭력 앞에서 나는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비폭력의 길은 여전히 유효한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는 군중의 합창은 단순히 과거의 메아리가 아니라, 지금도 살아 있는 현재형의 고백으로 다가온다.



---


<음악의 힘>


뮤지컬 《1944》의 음악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극 전체를 이끄는 영적 심장이다. 찬송가의 선율은 변주되어 등장하며, 신앙적 고백과 역사적 울분을 동시에 담는다. 한국적 민속 선율은 민족적 정서를 자극하며, 불협화음과 대위법적 구조는 주기철의 내적 갈등을 드러낸다.

특히 ‘일사각오’ 넘버는 단순한 솔로곡이 아니라, 한 인간의 결단을 담은 신앙의 고백이자 피와 눈물의 선언이다.

관객은 이 장면에서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함께 결단하는 자리에 선다.

음악은 예술적 장치일 뿐 아니라, 예배적 체험의 통로로 기능한다.



---


<가족과 인간적 고통>


주기철은 신앙의 결단을 내리면서 동시에 인간적 고통을 겪는다.

그는 어머니와 아내, 자식들에게 죄송함을 느낀다.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아들로서 다하지 못한 책임은 그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뮤지컬은 감옥 속 편지와 환영 장면을 통해 그 미안함을 형상화한다. 이 대목에서 관객은 ‘위대한 순교자’가 아닌 ‘한 인간 주기철’을 만난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죄책감은 신앙적 결단을 더욱 인간적으로 만든다.

이 장면들은 신앙과 인간성의 교차를 보여주며, 순교의 길이 결코 추상적이거나 비현실적이지 않음을 강조한다.



---


<현대적 확장>

일본 목사 부자의 서사


뮤지컬의 후반부는 예상치 못한 전환을 보여준다.

무대는 21세기 일본으로 이동하며, 스미요시 에이지 목사와 그의 아들 겐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에이지는 한국교회의 순교자를 설교하며 일본의 회개를 외치다 파직당한다.

아들 겐은 방사능 피해자들을 돌보며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결국 그는 아버지의 고뇌를 마주하며, 한국과 일본 교회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신앙적 길을 찾는다.

이 평행 구조는 주기철과 준의 내적 갈등을 현대적으로 확장한 것이다.

과거의 내적 투쟁이 현재의 국제적 화해로 이어지며, 뮤지컬은 보편적 메시지로 나아간다.



---


<용서와 화해의 비전>


《1944》의 결론은 단순한 순교 찬미가 아니다.

그것은 회개와 반성, 용서와 화해, 미래와 찬양으로 이어지는 영적 순환의 고리다.

주기철의 죽음은 민족 해방을 위한 희생이었지만, 동시에 일본 교회와 신앙인들까지 품는 화해의 씨앗이었다. 하나님은 일본의 신앙인도 사랑하시며, 한국과 일본 교회가 함께 회개와 용서로 나아갈 때 비로소 하나님의 계획이 완성된다.

이 메시지는 단순히 과거의 역사에 머물지 않고, 오늘의 동북아시아와 세계 교회에 여전히 유효한 물음으로 남는다.



---


<무대적 상징과 연출>


무대는 감옥의 차가운 철창과 벽돌을 반복적으로 제시하며, 개인과 민족의 수난을 함축한다.

십자가는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무대를 지배하는 상징으로, 주기철의 길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빛과 어둠의 대비는 주인공의 내적 결단을 직관적으로 표현하고, 군중 합창은 민족적 울분과 신앙 공동체의 연대를 동시에 형상화한다. 이러한 무대 언어는 관객을 단순한 관람자가 아니라, 예배적 체험자로 만든다.

공연장은 극장이자 동시에 성소가 된다.



---


<송시현 대표의 기획과 품격>


송시현 대표는 《1944》를 통해 신앙과 예술, 역사와 현재를 하나로 엮어내는 기획력을 보여주었다.

그는 주기철의 이야기를 단순히 과거의 기록으로 묶어 두지 않고, 오늘의 관객이 체험하고 성찰할 수 있는 예술적 언어로 번역했다.

이는 단순히 뮤지컬 한 편이 아니라, 한국 교회와 민족사, 나아가 인류적 화해를 향한 예술적 증언으로 기능한다.



---


<결론>

문화적 유산으로서의 《1944》


뮤지컬 《1944》는 한국 뮤지컬사에서 보기 드문 신앙적 서사극이다.

동시에 세계 무대에서도 유효한 보편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주기철 목사의 삶과 순교를 무대 위에 올리며, 그 의미를 오늘의 관객에게 묻는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관객은 작품이 던진 질문 앞에 선다. “너는 어떤 길을 갈 것인가? 너의 양심은 어디에 있는가?” 이 물음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관객의 가슴속에 오래 남으며, 스스로를 성찰하게 한다. 그것이야말로 《1944》가 지닌 가장 위대한 힘이다.



---


총평


뮤지컬 《1944》는 단순한 역사극을 넘어선다.

그것은 신앙과 예술이 교차하며, 인간의 고통과 하나님의 영광이 동시에 드러나는 체험의 자리다.

송시현 대표는 이 작품을 통해 관객을 감상자가 아닌 증인으로 세우며, 역사의 비극을 오늘의 결단으로 연결한다.

이 작품은 한국 문화예술계에 길이 남을 하나의 사건이자, 보편적 인류의 화해와 신앙의 유산으로 기억될 것이다.


송시현 작사 작곡가, 뮤지컬

데뷔:1986년 MBC 가변가요제

"1990년 발표한 이선희 노래

송시현 작곡"

*추억의 책장을 넘기며

*한바탕 웃음으로

*나 항상 그대를

가수 이선희 히트곡 외

* 단국대학교

*전 부산예술대학교 학부장 교수

*현 뮤지컬 연출/작곡가/싱어송라이터/프로듀서/시인/이선희 겨울애상등/

한국대중문화예술대학원

뮤지컬석사 졸업

*썸 뮤지컬 컴퍼니 대표

*썸 한국뮤지컬 오케스트라 대표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박성진 평론 《이산가족의 비애 -김영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