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박성진 문화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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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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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의 노래
플라톤의 대화처럼
투명한 빗소리가 떨어진다.
가을비 속 성악가의 목소리,
삶의 아픔을 부르고
사랑의 잔향을 남긴다.
삶은 미완성이지만
그 위에서 우리는 노래한다.
비와 노래가 겹쳐
불완전 속의 온전함을 만든다.
가을비가 멎어갈 때,
남은 노래는 작은 불꽃처럼
삶을 밝혀 완성을 향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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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 철학 시>
<서론>
시와 철학의 겹침
박성진 시인의 「가을비의 노래」는 계절적 이미지 속에 철학적 사유를 과감히 접목한다.
첫 행에서 플라톤의 이름을 불러내는 순간, 이 시는 단순한 서정시가 아니라 존재의 물음을 제기하는 철학 시가 된다.
플라톤의 대화와 빗소리를 동일선상에 두는 것은 이미 독자의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가을비는 자연의 현상이지만, 여기서는 진리를 탐구하는 대화의 소리로 전환된다.
이 지점에서 시는 삶의 불완전성과 예술의 구원, 그리고 진리의 불꽃까지 동시에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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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와 플라톤의 대화 그 투명한 물음>
“플라톤의 대화처럼 / 투명한 빗소리가 떨어진다.”
플라톤에게 대화(διάλογος)는 진리로 향하는 영혼의 과정이었다.
빗소리를 대화에 비유한 시인의 직관은 탁월하다. 빗방울은 하나하나 질문이고, 또 다른 빗방울은 응답이다. 그 질문과 응답이 얽혀 투명한 울림을 낳는다.
여기서 투명함은 단순히 맑음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가림 없는 진리의 울림을 뜻한다.
플라톤은 진리란 감각을 넘어선 이데아의 빛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빗소리의 투명함은 단순한 자연의 현상이 아니라, 영혼을 흔드는 진리의 파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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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악가의 목소리 카타르시스>
“가을비 속 성악가의 목소리, / 삶의 아픔을 부르고 / 사랑의 잔향을 남긴다.”
이 구절은 플라톤의 예술론과 직결된다.
플라톤은 『국가』에서 예술을 단순한 모방이라며 경계했다.
모방은 현상의 또 다른 모방에 불과하여 영혼을 진리에서 멀어지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향연』이나 『파이드로스』에서 그는 사랑과 예술이 영혼을 고양시킬 수 있음을 암시한다.
성악가의 목소리는 바로 이 양가성을 품는다.
그것은 “삶의 아픔”을 다시 불러내며, 인간 존재의 상처를 되새긴다. 동시에 그 목소리는 “사랑의 잔향”을 남긴다.
즉, 고통을 정화하여 영혼을 진리의 자리로 상승시키는 힘을 발휘한다.
여기서 노래는 위험하지만 동시에 구원이다.
그 긴장 속에서 독자는 예술의 본질적 힘을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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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 속의 온전함 이데아의 반짝임>
“삶은 미완성이지만 / 그 위에서 우리는 노래한다.”
플라톤 철학에서 현상계는 언제나 불완전하다.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이데아의 그림자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불완전성은 단순한 결핍이 아니다.
그것은 완전을 향한 그리움을 낳는다.
“비와 노래가 겹쳐 / 불완전 속의 온전함을 만든다.”
이 구절은 불완전 속에서도 순간적으로 드러나는 이데아적 조화를 포착한다. 노래와 비가 만나 잠시나마 온전한 진리의 순간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는 플라톤적 미학의 정수이며, 시인이 불완전을 단순히 비극으로 보지 않고 온전함의 가능성으로 전환시킨 탁월한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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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과 완성
선善의 이데아>
마지막 연은 시 전체의 클라이맥스다.
“가을비가 멎어갈 때, / 남은 노래는 작은 불꽃처럼 / 삶을 밝혀 완성을 향해 간다.”
플라톤에게 철학의 목표는 선善의 이데아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데아의 태양은 영혼을 밝히고, 존재 전체를 질서 있게 한다. 시인이 말하는 “작은 불꽃”은 바로 그 선善의 빛을 상징한다.
가을비가 그쳐도 불꽃은 남아 삶을 밝힌다.
이 불꽃은 미약하지만, 영혼 속에서 꺼지지 않는 진리의 흔적이다. 여기서 시는 완전성의 종착지, 즉 영혼의 불멸과 진리의 지속을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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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 긴장의 미학>
이 시가 단순한 철학적 명제가 아닌, 독자에게 스릴을 주는 이유는 마지막에 있다.
불꽃은 “작은” 불꽃이다. 그것이 꺼질지 모른다는 불안과, 더 크게 타오를 수 있다는 희망이 공존한다.
이 긴장은 곧 불완전한 현상계 속에서 완전을 향해 가는 인간의 실존과 맞닿는다. 불안과 희망의 교차가 시를 철학적 스릴러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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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의 노래가 남긴 것으로 마무리 >
박성진 시인의
「가을비의 노래」는 계절적 서정을 넘어, 플라톤 철학의 핵심을 시적으로 구현한다.
빗소리는 대화이고,
성악가의 노래는 예술의 위험과 구원이며,
불완전 속의 노래는 이데아의 반짝임이고,
마지막 불꽃은 선善의 빛이다.
이 시는 우리에게 말한다.
삶은 미완성이지만, 그 미완성 속에서 우리는 노래하며 온전함을 체험한다.
그리고 남은 작은 불꽃은 꺼지지 않고, 우리 영혼을 완성을 향해 이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