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 시인- 당신의 고민은 무엇입니까》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박성진 문화평론

당신의 고민은 무엇입니까


박순 시인


누구 시집인지 중요하지 않아요

미친 폼으로 들어요

여기, 아, 네,

왼쪽 얼굴로만 햇살이 닿네요


덧셈도 뺄셈도 아닌

(나누기)


오른쪽보다 조금은

더 파리하게


침 뱉지 못하는

(가짜)


웃어봐요, 입술을 열어요


파리하지 않잖아요


죽어가는, 쓸데없는, 눈물,

왼쪽 얼굴로 살고 있어요, 여전히,


사랑하면 안 되나요?

(비대칭적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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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문화평론>


세태와 사회를 비추는 사유의 거울


<시의 첫인상과 형상화된 얼굴>


박순 시인의

'당신의 고민은 무엇입니까'는

얼굴이라는 구체적이고도 상징적인 매개를 통해 사회와 개인의 내면을 교차시킨다.

“왼쪽 얼굴로만 햇살이 닿는다”는 구절은 물리적 비대칭을 넘어, 존재의 불완전성과 사회적 시선의 편향을 드러낸다.

여기서 얼굴은 단순한 신체가 아니라 타자의 응시와 사회적 낙인이 동시에 새겨지는 자리다.

시인은 그 얼굴을 “덧셈도 뺄셈도 아닌 (나누기)”로 정의함으로써, 단순한 산술적 합이나 결핍이 아닌 분열과 갈라짐, 그리고 그 속에서 생겨나는 고독의 수학을 제시한다.


<사회적 낙인과 가짜 웃음>


“침 뱉지 못하는 (가짜)”라는 표현은 사회적 역할과 강요된 미소의 폭력성을 드러낸다.

이는 개인이 불평등한 관계와 제도적 억압 속에서조차 진정한 저항을 하지 못하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담아낸다.

웃음은 기쁨이 아니라 강요된 생존의 수단이며, “입술을 열어 웃어봐도” 여전히 그 웃음은 사회의 틀 속에 가두어진 가짜로 규정된다.

시인은 이를 통해 동시대인의 고민, 즉 타자의 시선에 맞추어 살아야 하는 비극적 현실을 드러낸다.


<비대칭성의 은유 개인과 사회의 불균형>


시의 핵심은 “비대칭”이다. 왼쪽과 오른쪽, 진짜와 가짜, 파리함과 웃음, 살아 있음과 죽어감이 끊임없이 대비된다.

이는 장애와 건강, 강자와 약자, 주류와 비주류 사이의 불균형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현대사회는 끊임없이 ‘정상성’이라는 이름으로 균질한 얼굴을 요구하지만, 시인은 “왼쪽 얼굴로 살고 있어요, 여전히”라고 말하며, 불완전한 얼굴로도 살아가는 당당한 고백을 보여준다.

이는 곧 소수자적 존재가 사회 속에서 자리를 차지하는 방식이며, 차별적 구조에 대한 저항의 언어다.


<눈물과 무용성의 역설>


“죽어가는, 쓸데없는, 눈물”이라는 표현은 사회가 개인의 고통을 ‘쓸모없음’으로 치부하는 냉혹한 현실을 드러낸다. 그러나 시인은 그 눈물을 끝내 버리지 않고 시적 언어로 구체화한다. ‘쓸데없다’는 사회적 규정이지만, 그 눈물이야말로 인간적 존엄과 사랑의 증거다. 따라서 이 눈물은 곧 시적 주체의 저항이며, 보이지 않는 가치의 복권이다.


<사랑과 금지된 만남>


마지막 구절의 “사랑하면 안 되나요? (비대칭적 만남)”은 시 전체의 정조를 압축한다.

사랑은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권리이자 감정이지만, 사회적 조건 속에서 금지되거나 왜곡될 수 있다.

특히 장애와 사회적 소수자의 삶 속에서 사랑은 종종 ‘비대칭적’으로 규정된다.

시인은 이를 직시하며, 금지된 사랑조차 사랑임을, 그리고 그 사랑이 인간적 존엄의 중심임을 다시 묻는다.


<세태 비판적 함의>


현대사회는 끊임없이 균형과 정상성의 가치를 내세우며, 비대칭을 교정해야 할 결함으로 본다.

그러나 이 시는 그러한 사회적 통념을 전복하며, 오히려 ‘비대칭적 만남’ 속에서 진정한 인간적 가치가 발생한다고 역설한다.

이는 오늘날 경쟁과 효율, 정상성과 성공을 강요하는 사회 풍토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으로 읽힌다.


<사회적 맥락과

문학적 위치>


박순 시인의 작품은 단순히 개인의 고백이 아니라, 사회적 편견과 불평등 구조를 반영하는 증언 시다. 그는 자신의 얼굴과 몸을 시적 재료로 삼아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드러내고, 소외된 존재의 목소리를 문학적으로 승화시킨다.

이러한 시는 현대사회에서 시의 역할이 무엇인지 묻는 동시에, 문학이 어떻게 사회적 소수자의 존재를 드러내는지 보여준다.


<존재의 불완전성을 긍정하는 시학>


결국 이 시는 불완전성과 비대칭성 속에서 인간의 존엄을 찾으려는 시학이다. 햇살이 한쪽만 비추는 얼굴, 가짜 웃음을 강요당하는 삶, 무용하게 취급되는 눈물, 금지된 사랑 모두가 시의 중심에 놓인다.

이는 곧 사회적 약자의 삶을 문학적 언어로 끌어올림으로써, 비대칭의 존재 자체가 하나의 고유한 아름다움임을 증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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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 시인 프로필


2015년 《시인정신》 신인문학상 수상


시인정신 우수작품상 수상


서울시립뇌성마비복지관 표창


제2회 서울시민문학상 본상


제5회 하유상문학상 수상


문학청춘 기획위원, 한맥문학 편집위원


서울시립뇌성마비복지관 작문교실 강사


시집 『페이드 인』, 『바람의 사원』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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