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진 선생님 추모시 평 》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박성진 문화평론

박성진 문화평론



이생진 선생님의

유고시 두 편, 평론


저 세상 / 이생진


저 세상에서도

바다에 가자.

만약 바다가 없다면,

다시 이 세상으로 돌아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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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대한 그리움 / 이생진


내가 돈보다 더 사랑하는 것은

바다다.

꽃은 바다요, 열매도 바다.

나비도 바다요, 벌도 바다.

내 가까운 집은 바다다.


내 먼 적도 바다다.


내가 느끼는 견딜 수 없는 그리움은

모두 바다가 되었다.


결국 나 또한 바다가 되고 싶다.


나는 끝까지 바다에 남아 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은

바다에게 삼켜진 바다다.

세월이 흐르면,

나 또한 바다에게 삼켜진 바다로

다시 태어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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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바다와 함께 살아낸 시인의 별세"


2025년 9월 19일, 한국 현대시의 큰 별 이생진 시인이 향년 96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20세기와 21세기를 가로지르며 활동하며, ‘바다의 시인’이라는 별칭을 평생 짊어지고 살았다. 그의 별세는 단순히 한 시인의 죽음을 넘어, 한국 근대시의 한 장을 닫는 사건이었다.


이생진 선생님의 문학은 바다로 시작해 바다로 끝났다. 일제강점기의 상흔을 기억한 세대였고, 한국전쟁과 분단의 고통을 겪었으며, 산업화와 민주화,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도 시를 놓지 않았다.

그 오랜 세월 동안 바다는 늘 그를 지탱한 공간이자 언어가 되었다.

이번 유고시 두 편의 평론은 그가 평생 써온 바다의 노래를 요약하는 최후의 증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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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세상의 함축과 죽음 이후에도 이어지는 바다>


"저 세상"은 단 네 줄로 이루어졌지만, 그 속에 담긴 울림은 한 생애를 함축한다.

시인은 저 세상에서도 바다에 가자고 말한다.

만약 바다가 없다면 차라리 이 세상으로 돌아오자는 고백은, 바다가 그에게 삶과 죽음의 절대 기준이었음을 말해준다.


여기서 바다는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존재의 본질이 되었다. 종교적 내세관이나 형이상학적 이상향보다, 그는 바다를 선택하였다. 바다가 없는 내세라면 아무 의미가 없으며, 불완전한 현실일지라도 바다가 있는 쪽을 택하겠다는 고백은, 바다를 삶의 궁극적 조건으로 삼은 시인의 세계관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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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세관의 삶, 바다 없는 천국은 거부된다>


대부분의 인간은 죽음 이후를 안식과 완전의 공간으로 상상한다.

그러나 이생진 시인은 달랐다. 그는 바다가 없는 천국을 거부했다. 천국보다 바다를, 영생보다 파도를 선택했다.

이 관점은 기존의 종교적 내세관을 전복한다.


그에게 바다는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영혼을 품는 실체였다.

바다는 고통을 씻어주는 손길이었고, 인간을 다시 태어나게 하는 힘이었다.

따라서 바다가 없는 천국은 공허하며, 바다가 있는 현실은 불완전해도 충만했다.

이 역설 속에서 우리는 그의 독자적 내세관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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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대한 그리움의 총체성>


이 시는 그의 바다 시학의 총체적 결산이다. 꽃도 바다, 열매도 바다, 나비도 벌도 바다가 된다. 가까운 집도, 먼 적도 바다다. 인간의 모든 관계와 감각, 심지어 사랑과 증오까지 바다로 환원된다.

바다는 더 이상 자연의 한 부분이 아니라, 존재와 세계 전체를 관통하는 원리가 된다.


“결국 나 또한 바다가 되고 싶다”는 구절은 그의 자아마저 바닷속으로 녹아들기를 바라는 마지막 소망이다. 그리움이 바다로, 자아가 바다로 변하는 이 시의 흐름은, 인간 존재를 무한한 자연과 하나 되게 하는 시인의 궁극적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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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켜진 바다의 역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은 바다에게 삼켜진 바다다.”

이 역설적 구절은 바다가 자기 자신을 삼킨다는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그러나 이는 무의미한 반복이 아니라, 세계의 순환과 환원 원리를 상징한다.


바다가 바다를 삼키듯, 인간도 바다에 흡수된다. 이때 삼켜짐은 소멸이 아니라 귀속이다.

파괴가 아니라 새로운 존재로의 변모다. 시인은 자신도 언젠가 바다에게 삼켜져 다시 바다가 되리라 믿는다.

죽음은 파멸이 아니라 환원이며, 새로운 시작의 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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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동행한 평생의 여정>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그는 늘 바다를 향했다.

울릉도와 독도를 찾아다니며 바람과 파도를 기록했고, 서귀포에서 잠시 바다를 곁에 두고 살기도 하였다 그의 시는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바다와 평생 맺은 동행의 증언이었다.


바다는 그의 삶을 위로했고,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때로는 피난처였고, 때로는 귀향지였다.

그는 도시의 고독을 바다에서 씻어냈으며, 민족의 상처를 바다의 파도 속에 새겼다.

이생진 시인의 삶은 곧 바다의 연대기였으며, 그의 문학은 바다의 영혼을 기록한 서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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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과 위로의 공간으로서의 바다>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 앞에서 그는 인간의 무력함을 체험했다.

그러나 바로 그 무력함이 새로운 위로를 열었다.

바다는 인간을 작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그 작은 존재조차 감싸 안았다.


선생님의 바다는 고독의 자리이자 위로의 자리였다. 파도 소리는 삶의 무상함을 알리면서도, 그 무상함을 견디게 해주는 음악이었다. 고독과 위로, 두 감정이 바다라는 공간에서 함께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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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시의 맥락 속에서 본 이생진 시인>


한국 현대시에서 특정 이미지를 일생의 주제로 삼은 시인은 많다.

윤동주는 별, 김소월은 달빛과 산, 김영랑은 꽃이었다.

이생진 선생님에게는 바다가 있었다.

그러나 그의 바다는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 인간 존재와 역사를 담아내는 그릇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바다는 자연시를 넘어 역사 시였고, 존재론적 성찰의 장이었다.

그 속에는 고독과 그리움, 민족의 아픔과 개인의 상처가 함께 녹아 있었다.

이생진 선생님은 바다를 통해 한국 현대시에 독자적 지평을 열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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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와 민족적 바다>


그는 독도를 노래한 시인으로서도 기억된다.

독도는 바다 위의 섬이자, 민족의 정체성과 자존을 상징하는 장소였다.

그의 독도시는 풍경 묘사가 아니라, 민족적 선언이었다.


그에게 바다는 개인적 그리움과 민족적 정체성을 동시에 품은 공간이었다. 독도는 바다 위에서 민족의 상징으로 떠올랐고, 그는 그 바다를 지키는 노래를 평생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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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시학 단순성의 미학>


유고시 두 편은 극도로 단순하다. 그러나 그 단순함은 빈곤이 아니라 절제였다. 젊은 날에는 바다의 다양한 얼굴을 노래했지만, 노년에는 자신을 바다와 완전히 겹쳐 놓았다.


“나는 끝까지 바다에 남아 있다”는 선언은, 화려한 수식보다 더 강렬하다.

언어를 비우고 남은 마지막 울림은 오직 바다였다.

그 단순함 속에서 우리는 그의 생애 전체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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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동일시된 자아>


“나는 끝까지 바다에 남아 있다.”

이 구절은 그의 자아가 바다와 하나 되었음을 의미한다.

바다는 시인의 또 다른 이름이 되었고, 시인은 바다의 영혼으로 남았다.


그는 바다를 바라보며 자신을 비추었고, 바닷속에서 자아를 길어 올렸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는 자신과 바다를 구분하지 않았다.

이 동일시는 그의 마지막 시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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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재해석 소멸이 아닌 환원>


죽음은 보통 소멸로 인식된다. 그러나 이생진 선생님에게 죽음은 바다로 돌아가는 귀속이었다.

그는 죽음을 통해 더 큰 존재 속으로 흡수되기를 바랐다.


“바다에게 삼켜진 바다로 다시 태어나리라”는 고백은 죽음을 환원으로 본 시인의 독창적 세계관이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바다라는 영원의 일부가 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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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세월의 증언자로서의 시인>


96세를 살아낸 그는 일제강점기, 해방, 전쟁, 분단, 산업화, 민주화, 세계화까지 모두 목격했다.

그의 생애는 곧 한국 현대사의 파도였다.


그의 바다는 개인적 고독이자, 민족적 고통의 상징이었다.

그는 긴 세월의 증언자였고, 그 증언을 바다의 노래로 남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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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영혼을 기록한 사람>


그의 시는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바다의 영혼을 담은 기록이었다. 파도 소리와 바람, 섬의 적막과 물결을 언어로 옮긴 시인이 바로 이생진 선생님이었다


선생님의 시를 읽으면 실제로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듯한 생생함이 느껴진다.

이는 바다와의 교감에서 비롯된 힘이었다.

바다의 침묵을 인간의 언어로 번역한 시인이었다.

삶과 바다는 시인에게 섬과 바다의 영혼을 담은 기록이었다. 섬과 바다 또한 "섬 시인"

으로 유명한 시인으로 향년 96세로 장수하시며

2025년 가을의 길목에서 먼 길을 떠나셨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 "나도 피카소처럼"

시집을 남기었다. 일천 개의 섬들과 바다까지 애도의 물결은 자연과 한국인 모두가 슬픔에 빠진 날, 한국의 피카소, 시인의 삶은 바다로 시작해 바다로 돌아가는 귀환의 삶을 살아오신 이생진 선생님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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