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박성진 문화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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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비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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多情 이인애
한낱 질긴 잡초였지
밭두렁 옆 길가에
흔하게 널려 있는
주인집에 공짜로 세든
천덕꾸러기 신세로
꿈속에조차 단 한 번도
주인공 역할은 하질 못했어
화려한 꽃을 피우지 못해
정말이지 고단하게
모진 세월 견디며
살아온 일생이었지
발길에 차이고
호미에 뽑히며
늘 낮은 포복 자세로
엎드려 지내고는 했어
발각은 곧 죽음이었으니까
세상 참 오래 살고 볼 일이야
항산화 항노화 항염 오메가 3
어떤 이는 관절에 좋다면서
나를 주목하기 시작했어
이런 날이 올 줄 낸들 알았겠어?
그러니까 너도 좌절하지 마
하늘이 주신 목숨
기왕에 태어난 거
열심히 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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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평론
<시의 첫인상 낮은 생명의 고백>
이인애 시인의 「쇠비름 이야기」는 흔히 잡초로 치부되는 풀 한 포기의 삶을 화자의 목소리로 빌려내어, 인간 존재의 은유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시의 화자는 밭두렁과 길가에서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한 “천덕꾸러기”로서의 자기 운명을 말한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결코 비관에 머물지 않고, 역설적으로 강인한 생명력과 희망을 전한다.
<잡초의 생애와 인간의 생애>
쇠비름은 화려한 꽃을 피우지도 못하고, 언제나 뽑히고 차이며, 땅바닥에 엎드려 살아야만 했다. 이는 사회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다수의 삶, 혹은 소외된 존재의 생애를 떠올리게 한다.
“발각은 곧 죽음”이라는 구절은 존재가 드러나는 순간 도태되는 현실의 냉혹함을 압축한다.
이는 단순한 식물의 서술을 넘어, 인간 군상의 그림자를 비춘다.
< 뒤늦게 밝혀진 가치 ‘항산화’의 은유>
시 후반부에서 쇠비름은 “항산화, 항노화, 항염, 오메가 3”라는 현대 의학적·건강학적 언어로 새롭게 주목받는다. 한때는 무가치하고 방해만 되는 존재였으나, 시간이 흘러 의학과 건강의 시각 속에서 귀한 존재로 재발견된 것이다.
이 역전의 순간은 곧 사회적 인식 변화의 은유이며, 인간 역시 시대와 조건에 따라 재평가되는 존재임을 일깨운다.
<좌절을 넘어선 생명의 권유>
마지막 연에서 시인은 단정 짓는다. “그러니까 너도 좌절하지 마 / 하늘이 주신 목숨 / 기왕에 태어난 거 / 열심히 사는 거야.” 이는 잡초의 목소리를 빌려 전하는 인생론이다. 생명은 처음부터 빛나는 주인공으로 태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꿋꿋이 낮은 자리에서 버티고 견디다 보면, 뜻밖의 의미와 가치가 드러난다. 여기에는 시인의 따뜻한 격려와 삶의 성찰이 묻어난다.
<문학적 특징>
서사적 구조: 시는 잡초의 과거
(천덕꾸러기), 현재(고단한 생존), 미래(가치의 재발견)라는 3단 구조로 전개된다. 잡초의 생애사가 인간의 생애사로 겹쳐진다.
언어의 이중성: “항산화, 항노화, 항염”과 같은 과학적 용어는 시의 언어와 이질적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현대 독자에게 직관적인 울림을 준다.
이는 전통적 서정과 현대적 정보 언어의 절묘한 결합이다.
은유의 힘: ‘잡초’는 하찮음의 은유이자 강인함의 상징이다.
하찮음 속에서도 의미를 창출하는 생명력은 시의 중심 메시지다.
<철학적 울림>
이 시는 생명을 대하는 관점을 근본적으로 질문한다. 외면받는 존재라 할지라도, 시간이 흐르면 뜻밖의 가치가 발견된다. 이는 ‘존재의 본질은 타자의 시선에 의해 재규정된다’는 현상학적 통찰과도 닿는다. 또한 “하늘이 주신 목숨”이라는 종교적 어휘는, 존재 자체의 은총과 필연성을 강조하며, 인간의 삶이 단순한 효용을 넘어선 신비임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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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총평>
「쇠비름 이야기」는 한 포기 잡초의 목소리를 통해, 인간 존재의 소외와 재발견, 그리고 좌절을 넘어서는 생명 철학을 노래한 작품이다.
잡초의 낮음은 인간의 낮음을 대변하며, 동시에 그 견디는 힘은 희망의 메시지로 승화된다.
과학적 언어와 서정적 서술의 결합은 이 시를 동시대적으로 만들며, 결국 독자에게는 “너도 좌절하지 말라”는 단순하지만 근원적인 위로를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