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 이민숙---사랑은 견디는 것이다 》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박성진 문화평론

사랑은 견디는 것이다


오선 이민숙 시


너는 냉면을 찾고

나는 비빔밥을 찾는다

너는 자유를 말하고

나는 질서를 강조한다


너는 재즈 음악 나는 발라드

너는 강아지

나는 고양이를 찾는다


이렇게 다른데 사랑한다니

사랑은 견디는 것일까


살아온 배경, 성향이 다르고

가치관 생각이 다른데

어디 다른 게 한 둘이던가


그럼에도 곁에 있음이

불편하지 않도록 견뎌 보는 것

너도 견디고 나도 견디고

너와 나를 차분히 다스리는 견딤으로 닮아 가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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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사랑의 본질을 묻는 시


이민숙 시인의 "사랑은 견디는 것이다"는 일상적 언어를 바탕으로, 사랑의 본질을 단정적 정의가 아닌 질문과 답변의 구조로 탐구하는 작품이다.

시인은 ‘사랑’이라는 거대 담론을 철학이나 심리학의 추상적 개념으로 풀지 않는다.

대신 냉면과 비빔밥, 재즈와 발라드, 강아지와 고양이 같은 생활적 기호의 차이를 통해 구체적인 갈등의 장면을 제시한다.

이 시적 전략은 사랑의 문제를 일상적 삶과 직결된 체험으로 환원하며, 독자가 자신의 삶 속에서 곧바로 체감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었다.


<일상의 사소함 속에 담긴 세계>


시에서 나열된 냉면 vs 비빔밥, 재즈 vs 발라드, 강아지 vs 고양이는 단순한 기호의 대립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넓은 의미에 삶의 차이를 함축한 표현들이다.

음식을 고르는 방식은 곧 삶의 태도를 드러내며, 음악적 취향은 감정의 결을 비춘다. 애완동물의 선호는 인간관계의 친밀함과 독립성에 대한 가치관을 반영한다.

이렇게 보면 시인의 시선은 일상의 미시적 갈등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삶을 바라보는 근본적 차이’를 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질문으로 열리는 시적 장치>


“이렇게 다른데 사랑한다니 / 사랑은 견디는 것일까”라는 물음은 시 전체의 중심축이다.

앞선 대립항들은 이 질문을 향해 누적되며, 사랑이란 ‘동질성의 확인’이 아니라 ‘차이의 수용’이라는 인식으로 나아간다. 질문형으로 제시된 구절은 독자에게 사유의 여백을 제공한다. 사랑을 ‘로맨틱한 합일’로 보지 않고, 현실적이고 고통스러운 ‘견딤’으로 규정하는 대목은 신선하면서도 묵직한 성찰을 남긴다.


<사랑의 현실성과 성숙의 차원>


이 작품은 사랑을 ‘낭만적 이상’이 아니라 ‘성숙한 관계의 윤리적 과제’로 바라본다.

“곁에 있음이 불편하지 않도록 견뎌 보는 것”이라는 구절은 타인과의 공존에서 요구되는 절제와 자제의 윤리를 드러낸다.

사랑은 결국 ‘서로의 다름을 억누르는 싸움’이 아니라 ‘불편을 감수하며 함께 머무르는 노력’ 임을 보여준다.

이는 사랑을 생애적 과업, 관계적 성숙으로 읽어내는 현대적 해석이다.


<차이의 인식에서 공존으로>


시적 화자는 처음에 타자와의 차이를 나열하며 갈등적 시선을 드러낸다.

그러나 결말부에서는 “너도 견디고 나도 견디고 / 너와 나를 차분히 다스리는 견딤”으로 나아간다. 여기서 ‘견딤’은 소극적 인내가 아니라 적극적 자기 조절이다. 즉, 견딤은 사랑을 가능하게 하는 최소한의 도덕적·심리적 기반이다.

사랑은 차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견디며 닮아가는 과정이라는 통찰이 담겨 있다.


< ‘견딤’의 언어적 무게>


‘견디다’라는 동사는 고통과 시련의 감각을 동반한다.

단순히 참는 것이 아니라, 불편과 충돌 속에서도 관계를 지켜내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시인은 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사랑의 과정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강조한다.

사랑은 달콤한 말이나 감정의 충동이 아니라, 인내와 절제의 지속적 훈련이라는 의미망 속에 자리한다.


<한국적 사랑 담론과의 연관>


이 작품은 한국 현대시에서 흔히 등장하는 ‘사랑의 상처, 열정, 추억’이라는 서정적 관습에서 벗어나, 매우 현실적이고 생활적인 사랑의 정의를 제시한다. 이 점에서 박노해 시인의 노동 시가 삶의 현장에서 시를 길어 올리듯, 이민숙 시인의 시 또한 생활 현장에서 사랑의 본질을 길어낸 것이다.

이는 서구 낭만주의적 사랑 담론과 구별되는, 한국적 일상 감각에 기반한 사랑론으로 표현한 것이다.


<철학적 사유로 확장>


이 시는 단순히 생활 시의 차원을 넘어 철학적 해석으로 확장될 수 있다.

하이데거가 말한 ‘타자와 함께 있음’의 존재론적 조건에서 레비나스가 강조한 ‘타자의 얼굴 앞에서의 윤리’는 이 시가 제시하는 ‘견딤’과 깊은 울림을 가진다. 사랑은 나와 다른 타자를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존중하며 공존하는 책임적 관계라는 점에서 시의 메시지와 맞닿는다.


<감정의 구체성과 보편성>


음식, 음악, 동물이라는 일상의 구체물은 시를 친근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갈등은 모든 연인과 인간관계에 적용될 수 있는 보편성을 획득한다.

사랑은 결국 ‘너와 나’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이는 시가 개인적 고백을 넘어 사회적·철학적 공명을 얻는 방식이다.


<시적 구조의 단순성과 효과>


시의 구성은 단순한 대립 구조와 질문, 그리고 해답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 단순성이 오히려 강한 설득력을 만든다.

장황한 수사 없이, 짧은 대립과 단정적 결론은 일상적 언어로 큰 울림을 남긴다.

이는 미니멀리즘적 서정의 미학이다 현대시의 간결한 미감을 잘 보여주었다.


<견딤의 윤리와 공동체적 차원>


“차분히 다스리는 견딤”은 사랑을 넘어서 공동체적 삶의 원리로도 읽힌다. 사회는 수많은 차이와 갈등 속에 구성되며, 이를 지탱하는 것은 법이나 강제가 아니라 ‘견딤’이라는 상호적 인내일 수 있다.

시의 메시지는 개인적 사랑론에서 공동체적 공존의 원리로 확장될 수 있는 사회윤리적 함의를 가진다.


<문학사적 위치>


사랑을 ‘견딤’으로 규정한 이 작품은, 사랑을 주로 감정적 환희나 비극으로 묘사해 온 한국 시사 속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이 ‘이별의 순응’을, 기형도의 시가 ‘사랑의 상흔’을 노래했다면, 이민숙 시인의 시는 ‘차이의 견딤’을 노래한 것이다.

이는 사랑을 ‘실천적 행위’로 바라보는 현대적 감각의 산물이다.


<독자의 수용과 자기 성찰>


이 시는 독자에게 직접적 질문을 던진다.

“사랑은 견디는 것일까?”라는 구절은 독자가 각자의 경험을 떠올리며 답을 내리게 한다.

이는 수용미학적으로 독자의 자기 성찰을 자극하는 힘이다.

사랑의 환상에 머무는 대신, 독자는 자신의 관계를 돌아보며 사랑의 지속 가능성을 ‘견딤’이라는 키워드로 재정립하게 된다.


<결론>


<사랑은 결국 인내의 예술>


이민숙 시인의 「사랑은 견디는 것이다」는 단순한 생활 시를 넘어 사랑의 본질에 대한 성숙한 철학적 성찰을 담고 있다.

사랑은 차이를 지우는 합일이 아니라, 차이를 인정하며 함께 머무는 인내의 과정이다. 사랑은 화려한 불꽃이 아니라 묵묵한 견딤이며, 그것이야말로 두 사람이 서로를 닮아 가는 길이다.

이 작품은 우리 시대의 사랑을 위한 생활 시로

간명하면서도 깊은 사랑에 대한 성찰의 정의를 제시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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