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박성진 문화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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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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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그리고 뿔
이봐요
내 어깨 양쪽이
자꾸 근질근질 날개가
솟아 나오려나 봐요
내 안에 쌓이고 쌓인
착하고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꽃잎들이 더 이상 쌓일 데가 없어
빛의 날개로
솟아 나오고 있나 봐요
이봐요
내 머리 양쪽이
자꾸 근질근질 뿔이
솟아나려나 봐요
내 안에 쌓이고 쌓인
추하고 사악하고
밉상스러운
응어리들이
더 이상 쌓일 데가 없어
어두운 뿔로
솟아 나오고 있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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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이 시의 첫 구절 “이봐요”는 독자를 단숨에 시의 장으로 끌어들인다. 화자는 내면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목격하며 이를 증언하듯 말한다. 날개와 뿔은 모두 외부에서 주어진 표식이 아니라, 자기 안에서 쌓이고 쌓인 것들이 더 이상 담을 수 없어 솟아난 결과다. 이는 인간 존재가 단일한 선의 존재도, 단일한 어둠의 존재도 아니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한 몸 안에서 빛과 그림자가 동시에 자라나며, 그 긴장은 인간 실존의 구조 자체를 드러낸다.
날개는 초월과 순수, 자유와 구원의 표징이다. “착하고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꽃잎들”이 오랜 시간 퇴적되어 더 이상 내면에 머무를 수 없을 때, 그것이 형상을 얻어 날개로 솟아난다. 꽃잎은 덧없음의 표지이지만, 축적될 때 영혼의 빛으로 전화된다. 따라서 날개는 우연히 주어진 장식이 아니라, 삶의 선한 경험이 쌓여 발현된 영혼의 결정체다.
반대로 뿔은 어둠의 형상이다. “추하고 사악하고 밉상스러운 응어리들”은 인간 내면의 그늘, 억눌린 원한과 질투, 분노와 열등감의 덩어리를 뜻한다. 그것이 머리에서 솟는다는 것은 이성이 본능적 어둠에 휘둘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뿔은 무겁고 날카로운 본능의 징표다.
날개가 상승을 상징한다면, 뿔은 중력과 긴장의 표지로 인간을 현실에 묶어 둔다.
날개와 뿔이 각각 솟아나는 위치 어깨와 - 머리- 역시 상징적이다. 어깨는 책임과 짐을 지는 곳으로, 날개가 거기서 솟는 것은 짐을 지는 자만이 얻을 수 있는 초월을 의미한다. 반대로 머리는 이성과 판단의 자리인데, 거기서 솟는 뿔은 이성이 언제든 욕망과 억눌린 감정의 압력에 잠식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이 배치는 인간이 지닌 윤리적·존재론적 긴장을 생생히 드러낸다.
“쌓이고 쌓인”이라는 반복은 내적 삶의 축적된 성격을 강조한다. 선의와 사랑이 쌓이면 날개가 되고, 어두운 감정이 쌓이면 뿔이 된다. 인간은 타고난 천사도, 타고난 괴물도 아니다. 우리는 매일의 행위와 선택을 통해 스스로 날개와 뿔을 키워간다.
시인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인간을 축적의 존재로 정의한다.
이처럼 날개와 뿔은 모두 내 안에서 솟아나기에, 인간은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전장이다.
날개는 영혼의 빛, 뿔은 억눌린 그림자다. 인간은 이 둘의 갈등을 평생 감당해야 하며, 그것을 부정하는 순간 자기 이해로부터 멀어진다.
따라서 이 시는 도덕적 교훈을 넘어선, 실존적 자화상이다.
고대 신화 속 날개와 뿔은 이미 인간 상상력의 중심에 있었다. 날개 달린 헤르메스와 이카로스, 뿔 달린 판과 미노타우로스가 그 예다.
시인은 이러한 신화적 이미지를 단순히 차용하지 않고, 그것을 내적 심리의 언어로 번역한다.
결국 인간은 신화적 존재이며, 날개와 뿔은 우리 모두의 보편적 구조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으로 읽으면, 날개는 초자아의 발현, 뿔은 이드의 분출이다.
융의 분석심리학으로 보면, 날개는 자기(Self)의 이상적 지향, 뿔은 그림자의 형상이다. 이 시는 무의식적 긴장을 시각적 이미지로 드러내며, 내면의 구조를 시적 언어로 해석한 심리학적 지도라 할 수 있다.
한국문학의 전통에서 보자면, 윤동주의 「자화상」이 거울을 통해 내면의 분열을 응시했다면, 이 작품은 날개와 뿔이라는 형상으로 내적 갈등을 외화 한다. 이는 자화상 전통의 현대적 변용이며, 인간 내면의 모순을 한층 더 극적으로 드러낸다.
언어적 장치 또한 주목할 만하다. “이봐요”라는 호명은 독자를 단숨에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고, “쌓이고 쌓인”은 시간적 누적을 체현하며, “더 이상 쌓일 데가 없어”라는 구절은 내면의 한계, 곧 임계점을 드러낸다. 반복과 리듬은 시 전체를 내적 긴장이 폭발하는 드라마로 만든다.
결국 이 시는 존재론적 질문으로 귀결된다.
인간은 누구인가? 날개와 뿔이 동시에 솟는 인간은 빛과 어둠을 함께 지닌 모순적 존재다. 따라서 인간은 자기 안의 날개와 뿔을 모두 직시할 때만 진실해질 수 있다.
현대 사회의 맥락에서도 이 시는 유효하다. 날개는 공동체적 사랑과 연대, 책임을, 뿔은 경쟁과 욕망, 긴장의 표지다. 오늘의 인간은 두 속성을 동시에 경험하며, 그 균형 속에서 살아간다.
이 시는 곧 현대인의 집단 초상이다.
마지막으로, 「날개 그리고 뿔」은 인간을 단순히 선하거나 어두운 존재로 환원하지 않는다. 날개와 뿔은 인간 본성의 두 얼굴이며, 서로 대립하면서도 떨어질 수 없는 공존의 표지다. 시인은 자기 안의 날개와 뿔을 인정하고 직시할 때에만, 인간이 성숙에 도달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안혜초 시인의 이 시는 인간 실존의 모순을 드러내는 동시에, 성찰과 성숙의 시학을 제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