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이생진 추모시---이인애 시인》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박성진 문화평론



바다의 시인 이생진을 그리며


多情 이인애 시인


가슴에 하나씩 품은

저마다의 등대를 의지한 채

고달프게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외로울 때도

언제라도 찾아가면

두 팔 벌려 안아주며

위로가 되어주는 넓은 품 안

수평선 너머 당신이라는

바다를 불러 봅니다


구름으로 왔다가

비 되어 적시며

비릿한 갯내음 성산포가 그리워

마침내 바다가 되신 님


바람이 불어옵니다

나라는 고독한 섬에

간절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시는 가슴으로 쓰고

혼을 담아 부르는 노래라지요

고결한 영혼, 이생진 선생님

낮이나 밤이나 당신을 기리며

꿈에서도 시의 바람을 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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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평론


<등대의 상징과 인간 존재의 항해>


시의 첫머리에서 제시된 ‘가슴에 하나씩 품은 등대’는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인생의 바다를 항해하는 사람들이 의지하는 영혼의 좌표다.

등대는 고단한 삶 속에서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존재다. 이생진 시인의 작품 세계는 늘 섬과 바다, 그리고 그 바다를 건너는 이들의 외로운 항해를 비추어왔다. 따라서 화자가 ‘등대’를 언급하는 순간, 그것은 곧 이생진이 남긴 시편들을 상징한다.

그의 시는 섬사람과 도시 사람, 젊은이와 노인 모두에게 등대와 같은 역할을 했으며, 생애의 고단한 순간마다 길을 밝혀 주었다.

이 장면은 우리 각자가 저마다의 고난 속에서 문학이라는 등불을 품고 있다는 깨달음을 준다.



< 인간을 안아주는 무한한 심연>


“두 팔 벌려 안아주며 / 위로가 되어주는 넓은 품”이라는 구절은 바다를 단순히 자연경관으로 바라보는 차원을 넘어선다.

바다는 절망에 빠진 이를 품고, 외로운 자를 감싸며, 희망 없는 자에게 끝없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무한의 존재다.

이생진 시인은 일찍이 바다를 단순히 경치가 아닌 ‘인간의 울음과 웃음을 흡수하는 심연’으로 보았다.

화자는 이생진을 ‘수평선 너머의 바다’로 호명하며, 그를 살아 있는 위로의 형상으로 되살린다.

이는 단순한 추모가 아니라, 시인의 존재가 지금도 영원히 이어지고 있다는 증언이다.



<구름, 비, 성산포,

시인의 영혼>


세 번째 연은 구름에서 비로, 비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존재의 변환 과정을 묘사한다.

이는 인간 삶의 무상함과 자연 회귀의 철학을 담고 있다. 이생진은 평생 성산포와 바다를 노래했다.

그에게 바다는 삶의 터전이자 궁극의 귀의처였다. “비릿한 갯내음 성산포”라는 대목은 시인의 고향적 향수와 문학적 자양분을 상징하며, 마침내 그가 바다가 되었다는 선언은 그의 삶과 문학이 하나로 합일했음을 드러낸다. 여기에는 자연과 인간, 문학과 삶이 경계 없이 이어지는 동양적 순환 사상이 흐르고 있다.



<고독한 섬, 인간 존재의 은유>


“나라는 고독한 섬”이라는 고백은 존재론적 자각이다.

인간은 본래 섬처럼 홀로 존재하며, 타자와의 교류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이 고독한 섬에 찾아오는 것은 ‘바람’이다.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언제나 존재하며, 섬을 흔들고 노래하게 한다. 이 장에서 바람은 이생진 시인이 남긴 시의 호흡, 즉 영혼의 메아리를 뜻한다. 따라서 화자가 느끼는 바람은 곧 시인의 위로이며, 문학이 사후에도 독자를 찾아와 감동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시의 본질 가슴과 혼>


“시는 가슴으로 쓰고 / 혼을 담아 부르는 노래라지요”라는 구절은 문학론으로서 읽힌다.

시가 단순한 기교나 언어의 유희가 아니라, 존재의 깊은 자리에서 흘러나오는 영혼의 증언임을 말해준다.

이생진 시인의 작품 세계는 언제나 생활과 시의 간극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섬사람의 고통을 직접 발로 뛰며 듣고, 그 고통을 시로 기록했다. 이 구절은 그러한 시인의 태도를 다시 확인시키며, 독자에게도 시란 삶을 바꾸는 진실한 노래임을 일깨운다.



<고결한 영혼으로서의 시인>


“고결한 영혼”이라는 호명은 단순한 미사여구가 아니다.

이생진 시인은 문학의 상업화나 정치적 이념에 기울지 않고, 평생 섬과 바다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그의 삶은 청빈했지만 흔들림 없었고, 시는 늘 서민과 고독한 이들의 편에 섰다. 고결성은 바로 그러한 지조와 순결에서 비롯된다.

이 장에서 화자는 그 고결한 정신을 기리며, 문학이 세속적 욕망과 거리를 두고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낮과 밤, 생과 사의 연속성>


“낮이나 밤이나”라는 구절은 단순한 시간 묘사를 넘어, 생과 사의 연속성을 암시한다.

시인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그의 존재는 낮과 밤처럼 끊임없이 이어진다.

낮은 현실의 삶을, 밤은 죽음을 뜻할 수 있다.

그러나 이생진 시인의 문학은 낮과 밤의 경계를 허물며, 죽음 이후에도 여전히 빛을 발한다. 이는 죽음조차도 시의 생명력을 막지 못한다는 선언이다.



< 무의식과 문학적 영속성>


화자는 “꿈에서도 시의 바람을 품습니다”라고 고백한다.

이는 의식적 추모를 넘어, 무의식 속에서도 시인의 영혼이 살아 있음을 뜻한다. 꿈은 현실을 초월한 차원이며, 여기서 시의 바람은 잠재의식 속에 자리한 문학의 영속성을 드러낸다.

이는 문학의 위대한 힘을 증언한다.



< 바다문학의 전통과 계승>


이 시는 이생진 개인을 기리는 동시에 한국 바다문학의 계보를 계승한다.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남조의 ‘바다여 그대 있음에’처럼, 한국 시단에서 바다는 늘 근원적 주제였다.

그러나 이생진 시인은 누구보다도 ‘섬과 바다’를 생활의 현장으로 끌어왔고, 바다문학을 민중적 차원으로 확장했다.

이 시는 그러한 전통을 이어받으며, 후대 문학이 계승해야 할 길을 제시한다.



<개인에서 공동체로 위로의 보편성>


화자의 목소리는 단순히 개인의 추모를 넘어선다. 바다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며, 이생진 시인의 시 역시 누구에게나 열린 위로였다.

따라서 이 시는 시인 개인의 영혼을 기리는 동시에, 모든 고단한 이들의 삶을 위로하는 공동체적 차원으로 확장된다.

개인의 고독이 공동체의 위로로 승화되는 지점에서, 시는 다시 살아난다.


< 시인의 영원한 귀환>


마지막으로, 이 시는 죽음 이후에도 시인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선언한다.

구름, 비, 바람, 바다로 이어지는 이미지들은 자연의 순환 속에서 영혼의 귀환을 노래한다. 이는 단순한 추모를 넘어, 시인의 존재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와 우리 삶과 만난다는 희망의 메시지다.

이생진 시인은 이제 독자들 각자의 가슴에 바람으로, 바다로, 등대로 다시 찾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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