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이오동 시인-"달 사냥꾼"》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박성진 문화평론


심산 이오동 시인


달 사냥꾼


오늘 밤 사냥감은 달

꾼이라면 이 정도 배포는 있어야지

새벽바람을 버티며 거미는

나무와 나무 사이 투망을 던진다


잠잠하던 그물이 출렁이다 팽팽해진다

입질이 왔다

늘였다 당겼다 힘겨루기에

여기저기 구멍이 뚫리지만

사냥의 미학은 기다림

시간과의 싸움이다


고분고분해지다 순간 맹렬해진다

투둑 줄이 끊어진다

헐렁해진 걸 보니 놓쳤다

놀라 달아난 달의 얼굴이 허멀건 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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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문화평론


<"시적 화두 달과 사냥의 은유">


달을 사냥한다는 상상은 단순한 기발함을 넘어, 인간 존재의 근원적 욕망을 드러낸다.

인간은 언제나 닿을 수 없는 것, 불가능한 것을 향해 손을 뻗는다.

달은 하늘에 걸린 빛의 덩어리이자, 영원히 손에 잡히지 않는 꿈과 같다.

달을 겨냥한 사냥은 곧 이상을 향한 인간의 시도이며, 동시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안은 운명이다.

이 은유는 욕망과 좌절, 이상과 현실 사이의 긴장을 드러내며, 시를 단순한 서정에서 철학적 성찰로 끌어올린다.


<거미와 그물의 장치>


거미가 나무와 나무 사이에 그물을 치는 장면은 소박하면서도 우주적 긴장을 품는다.

달을 잡겠다는 원대한 꿈은 결국 가느다란 거미줄에 의존한다.

이 대비는 아이러니를 일으키며, 인간의 연약함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작은 거미줄이 거대한 달을 붙잡으려는 순간, 우리는 인간이 시간과 운명에 맞서 싸우는 무모하지만 숭고한 존재임을 본다.

그물은 삶의 도구이자 동시에 허술한 운명의 비유다. 구멍 난 그물은 완벽하지 않은 인간의 조건을 보여주지만, 그럼에도 거미는 묵묵히 투망을 던진다.

이 반복 속에 인간 의지의 불굴함이 스며 있다.


<기다림의 미학>


“사냥의 미학은 기다림”이라는 문장은 작품 전체를 지탱하는 기둥이다. 달은 단숨에 잡히지 않는다.

잡히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사냥꾼은 기다림을 택한다. 기다림은 수동적 체념이 아니라 능동적 인내다. 그것은 시간과 더불어 자신을 견디는 일, 욕망을 조율하는 일이다.

기다림의 순간에 인간은 자신과 마주하며, 비로소 세계와 관계를 맺는다. 기다림이야말로 욕망을 무르익게 하고, 실패마저 의미로 바꾸는 힘이다.

이 시가 제시하는 기다림의 미학은 곧 삶의 태도를 말한다.


<시간과의 대결>


사냥은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다.

달은 끊임없이 하늘을 건너고, 그물은 바람에 흔들리며, 줄은 낡아간다. 인간은 시간 앞에서 늘 패배한다.

그러나 시인은 그 패배의 과정을 긍정한다. 줄이 끊어지는 순간조차 삶의 일부이며, 그 좌절이야말로 인간 존재의 진실을 드러낸다. 시간은 언제나 인간을 압도하지만, 그 싸움에 기꺼이 뛰어드는 의지가 삶의 존엄을 증명한다.

달을 잡지 못한 채 새벽을 맞는 순간조차, 기다림과 대결의 기록은 인간을 더욱 깊게 만든다.


<긴장과 해체의 리듬>


시 전체는 긴장과 해체의 리듬으로 이어진다.

그물이 팽팽해졌다가 구멍이 나고, 순종적이었다가 맹렬해지고, 다시 느슨해진다.

이 흐름은 인생의 리듬과도 같다. 삶은 언제나 조여졌다가 풀리며, 성취와 좌절을 오간다. 시인은 언어 속에서 이 진동을 재현한다.

단어의 리듬이 곧 인생의 리듬이 되고, 독자는 이를 읽으며 자신의 삶의 긴장과 이완을 떠올린다. 언어가 단순히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호흡을 옮겨놓은 것이다.


<언어의 물질성 ‘헐렁’과 ‘허멀건’>


후반부의 ‘헐렁’, ‘허멀건’은 감각적이고 토속적인 언어다. 이 말들은 단순히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소리와 촉감을 함께 전한다. 헐렁은 힘이 빠져버린 줄의 촉감을, 허멀건은 달의 창백하고 무심한 얼굴빛을 독자에게 생생히 전달한다.

이러한 언어는 문학적 추상성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의 감각을 불러내어 독자의 몸과 마음을 동시에 흔든다. 또한 토속적 말맛은 한국적 정서를 강화하며, 시를 더 인간적이고 친근하게 만든다.


<실패의 미학>


사냥은 결국 실패한다.

줄은 끊어지고 달은 달아난다.

그러나 이 실패는 단순한 좌절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적 진실을 드러낸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잡으려 하지만, 끝내 놓치고 만다.

그 실패 속에서 삶의 의미가 빛난다. 달을 붙잡지 못했기에, 달은 더욱 눈부시다. 실패는 미학이 되고, 놓침은 동경을 강화한다. 시인은 실패를 절망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존엄한 조건으로 제시한다.


<사냥꾼의 얼굴 인간 존재의 은유>


사냥꾼은 특정한 인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얼굴이다.

인간은 각자 자기만의 달을 쫓는다. 그것은 사랑일 수도, 꿈일 수도, 혹은 자유와 이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손에 닿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달을 향해 손을 뻗고, 줄을 당기며, 기다린다. 사냥꾼의 얼굴은 곧 우리의 얼굴이며, 실패의 순간은 곧 우리의 순간이다.

이 은유 속에서 시는 개인의 경험을 넘어, 인간 보편의 운명을 드러낸다.


<자연과 우주의 시학>


작은 거미줄과 거대한 달이 만나는 장면은 우주적 시학을 형성한다.

바람, 나무, 줄, 달은 모두 하나의 거대한 무대를 이룬다.

거미줄은 우주의 망처럼 얽혀 있고, 달은 그 망에 결코 걸리지 않는 초월적 존재다. 인간은 그 사이에서 사유하고 욕망한다.

자연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투영이며 거울이다.

이 시는 작은 생명과 우주적 대상의 조우를 통해, 존재와 세계의 관계를 사유하게 한다.


<불가능을 향한 욕망>


달을 잡는 일은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인간은 그 불가능을 향해 손을 뻗는다.

그 불가능성 때문에 오히려 인간은 더욱 인간답다. 불가능은 절망이 아니라 초월의 길이다.

잡히지 않는 달을 향해 그물을 던지는 행위는 실패를 예정하면서도, 동시에 희망을 증언한다. 불가능을 욕망하는 것이 인간 존재의 본질임을 시는 보여준다.


<사유의 전환 시적 성찰>


이 작품은 단순한 서정적 장면을 넘어 존재론적 성찰을 이끌어낸다.

달을 잡으려는 시도는 곧 인간이 시간, 욕망, 실패 속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상징한다. 왜 우리는 잡을 수 없는 것을 욕망하는가, 왜 실패를 알면서도 손을 뻗는가, 이 질문들은 시를 넘어 철학의 차원으로 확장된다.

시는 독자를 존재와 욕망의 본질을 묻는 사유의 자리로 이끈다.


<한국적 정서와 언어감각>


토속적 단어와 일상의 촉감이 배어 있는 언어는 이 시를 한국적 정서 위에 놓는다.

‘헐렁’과 ‘허멀건’은 우리말의 숨결을 살려내며, 달이라는 보편적 상징에 한국적 감각을 덧입힌다. 이로써 시는 지역성과 보편성을 동시에 품는다.

한국적 말맛이 곧 보편적 존재론의 통로가 되는 셈이다.


<총평>


달의 얼굴을 향한 인간학


결국 이 시는 달을 잡으려다 놓친 이야기다. 그러나 더 깊이 보면, 인간이 자기 한계와 마주하는 이야기다.

달의 허멀건한 얼굴은 잡히지 않는 아름다움, 닿을 수 없는 동경을 상징한다.

시는 그 불가능의 순간을 실패로 규정하지 않고, 인간 존재의 진실로 승화시킨다.

달을 잡지 못했기에 우리는 더 달을 바라보고, 그 시선 속에서 인간은 더욱 인간다워진다.

달 사냥꾼은 달의 얼굴을 시의 미학의 전투에서 성공하였을까


심산 이오동 시인은

《시인, 수필가, 모델, 뮤지컬 배우》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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