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변희자 시인-"삶, 꽃처럼"》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박성진 문화평론



시 ― 삶, 꽃처럼


변희자 시인


장미가 가시를 떼어내니

향기도 멀어지고


해바라기가 볕을 잃으니

웃음도 사라진다


채송화는 상처를 나누어

부러진 가지마다

다시 꽃을 틔우고


코스모스는 욕심을 비워

어울림 속에

날마다 잔치가 열린다


고통은 향기를 지켜내고

햇살은 삶을 일으키며

부러짐은 시작이 되고

비움은 채움이 된다


진실한 삶이란

저마다의 빛으로

저마다의 생김으로

피워 내야, 꽃이 된다


**********


<평론>

꽃의 언어로 본 인간 존재의 서정과 진실


박성진 문화평론




<서문>

꽃의 철학, 인간의 비밀


이 시는 단순히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지 않는다.

그 중심에는 인간의 내면, 존재의 성장, 고통의 윤리, 그리고 삶의 미학이 함께 있다.

‘꽃’은 생명과 아름다움의 상징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다.

변희자 시인은 ‘삶을 꽃처럼’이라는 구절 안에 인간 존재의 전 과정을 압축했다.

그것은 씨앗으로부터 피어나고, 시들고, 다시 순환하는 생명의 윤회이며,

동시에 고통과 비움, 깨달음의 변증법이다.

‘장미’, ‘해바라기’, ‘채송화’, ‘코스모스’라는 네 개의 꽃은

인간의 네 단계적 삶을 상징한다.

장미는 젊음의 열정, 해바라기는 신념과 사랑,

채송화는 상처와 회복, 코스모스는 조화와 비움의 완성이다.

즉, 이 시는 인간의 생애를 ‘꽃의 사계절’로 형상화한 영적 시학이라 할 수 있다.



<장미의 가시 상처의 의미학>


“장미가 가시를 떼어내니 / 향기도 멀어지고”


시인은 ‘가시’라는 존재의 고통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이 ‘향기의 조건’ 임을 말한다.

이 구절은 인간의 존재론적 진실을 꿰뚫는다.

고통이 없으면 향기 또한 없다.

그 가시는 자기 방어의 상징이면서 동시에 생존의 장치다.

그러므로 가시를 없앤다는 것은 생의 본질을 잃는 일이며,

향기의 근원을 스스로 지워버리는 행위다.

장미의 가시는 인간의 상처, 불안, 결핍, 시련을 은유한다.

이 시는 ‘상처의 존재론’을 통해

인간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는 통증이야말로

삶을 깊고 향기롭게 만드는 필연임을 드러낸다.

이 구절은 스토아 철학자들이 말한 “고통을 통한 자유”의 미학과도 맞닿는다.

진정한 삶의 향기는 가시 끝에서 피어난다.



<해바라기의 윤리, 빛을 잃은 자의 웃음>


“해바라기가 볕을 잃으니 / 웃음도 사라진다.”


이 두 행은 ‘신념의 윤리’를 상징한다.

해바라기는 늘 태양을 향해 고개를 드는 존재,

즉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인간의 상징이다.

그러나 빛이 사라지면 방향을 잃는다.

이때의 ‘볕’은 단순한 햇빛이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 의미, 믿음의 근원이다.

삶에서 웃음을 잃는 순간은 빛을 잃은 순간이다.

이 문장은 단순한 슬픔의 묘사가 아니라,

‘의미 없는 삶의 공허함’을 상징한다.

따라서 해바라기의 웃음은 희망의 다른 이름이며,

빛을 잃은 해바라기는 신념을 잃은 인간의 자화상이다.

변희자 시인은 “볕”이라는 단어 하나로

삶의 방향, 윤리, 존재의 희망을 동시에 걸어두었다.

그 단어는 철학적으로는 ‘로고스(이성의 빛)’,

종교적으로는 ‘은총’,

심리적으로는 ‘삶의 동기’를 상징한다.



<채송화의 상처 회복의 미학>


“채송화는 상처를 나누어 / 부러진 가지마다 / 다시 꽃을 틔우고”


이 세 연은 시의 전환점이다.

여기서부터 시인은 상처를 회피하지 않고 ‘함께 나누는’ 존재로 변화한다.

채송화는 작고 흔한 꽃이지만, 그 생명력은 놀랍다.

부러진 가지에서도 다시 꽃을 피워내는 강인함.

그것은 회복의 미학, 상처를 통한 창조의 윤리다.

이 대목은 인류의 근원적 통찰,

즉 “고통은 나눌수록 가벼워진다”는 진리를 담고 있다.

채송화의 상처는 자기 파괴가 아니라 자기 확장이다.

‘나누는 고통’은 공동체의 회복을 의미하고,

‘다시 피는 꽃’은 용서와 사랑의 메타포다.

이 구절을 통해 변희자 시인은

‘상처의 회복’을 넘어, 상처의 긍정으로 나아간다.

그것은 니체의 (운명 사랑)”의 시적 변주이며,

상처 속에서 새로운 생명을 길러내는 생태적 윤리다.



<코스모스의 세계와 비움, 조화의 철학>


“코스모스는 욕심을 비워 / 어울림 속에 / 날마다 잔치가 열린다.”


여기서 코스모스는 우주의 질서, 조화의 상징이다.

‘코스모스(Cosmos)’는 그리스어로 ‘질서’를 의미한다.

즉, 자연의 균형, 삶의 조화, 존재의 조율이다.

욕심을 비운다는 것은 단순한 도덕이 아니라,

존재를 전체의 리듬 속에 맞추는 행위다.

그 속에서 ‘날마다 잔치’가 열린다.

그 잔치는 결핍이 아니라 충만의 상태이며,

비움이 곧 채움으로 변하는 역설적 순간이다.

시인은 인간이 자연과 어울릴 때 비로소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것은 현대 문명 속 인간에게 잊힌 메시지이기도 하다.

비워야만 들리고, 멈춰야만 본다.

코스모스의 세계는 “함께 피는 삶”의 미학이다.



<고통의 향기 인간 존재의 심연>


“고통은 향기를 지켜내고 / 햇살은 삶을 일으키며 / 부러짐은 시작이 되고 / 비움은 채움이 된다.”


이 부분은 시의 핵심 철학을 압축한 부분이다.

모든 역설의 진리가 여기에 있다.

고통은 향기의 근원, 부러짐은 시작,

비움은 채움, 상처는 탄생의 문이다.

이 구절은 동양철학의 음양론, 서양의 변증법,

그리고 불교의 공(空) 사상까지 포괄한다.

삶의 진실은 대립이 아니라 순환이며,

파괴 속에서 창조가 피어난다.

특히 “고통은 향기를 지켜내고”라는 행은

인간의 영혼이 고통 속에서도 스스로의 향기를 잃지 않아야 함을 상징한다.

그 향기는 인격, 존엄, 신념이다.

즉, 시인은 인간의 고통을 ‘정화의 불꽃’으로 바라본다.

삶의 고통은 인간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향기롭게 숙성시킨다.



<부러짐의 시작과 존재>


“부러짐은 시작이 되고”라는 행은

인간의 실패와 절망을 전복시키는 시인의 문장이다.

대부분은 부러짐을 끝으로 여기지만,

시인은 그것을 ‘시작의 신호’로 읽는다.

이 말은 자연의 순환 원리와 같다.

잎이 떨어져야 봄이 온다.

부러져야 새 싹이 난다.

즉, 상실은 탄생의 조건이다.

시인은 인간의 생을 직선이 아닌 원형으로 본다.

그 원형 안에서 모든 부러짐은 다음 생의 씨앗이다.

이 구절은 절망을 넘어서는 인간의 강인한 회복력,

그리고 영혼의 순환 구조를 보여준다.



<비움의 채움 동양적 생명 철학>


“비움은 채움이 된다.”

이 한 줄은 불교의 ‘공(空)’ 사상을 품는다.

욕망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우주는 들어온다.

가득 찬 그릇은 더 이상 아무것도 담지 못하지만,

텅 빈 그릇은 모든 것을 담는다.

시인은 ‘비움’을 통해 존재의 근원적 자유를 제시한다.

그것은 허무가 아니라, 여백의 충만이다.

진정한 삶의 충만은 채워서가 아니라, 비워서 완성된다.



<진실한 삶 피어남의 윤리>


“진실한 삶이란 / 저마다의 빛으로 / 저마다의 생김으로 / 피워 내야, 꽃이 된다.”


시의 마지막은 선언적이다.

진실한 삶은 모방이 아니라, 자기 빛을 피워내는 일이다.

세상에는 똑같은 꽃이 없다.

모양도 다르고 향도 다르다.

그러므로 진실한 삶은 개별성의 존중, 존재의 자율성을 뜻한다.

이 구절은 예술가에게는 창조의 선언이고,

철학자에게는 실존의 윤리이며,

시인에게는 자기 정체성의 노래다.

‘저마다의 생김’ 속에 삶의 다양성과 존엄이 있다.



<종합적 해석 꽃의 생태시학과 인간학>


변희자 시인의 〈삶, 꽃처럼〉은

인간 존재의 고통, 회복, 조화, 진실을

자연의 언어로 다시 써낸 시적 철학서이다.

그는 꽃을 통해 인간을,

자연을 통해 영혼을 읽는다.

이 시는 생태시학과 인문학이 결합된 작품이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단순히 관조가 아니라

존재의 본질로 재해석한다.

‘꽃’은 이 시에서 언어가 되고, 철학이 되고, 윤리가 된다.



<결론>

인간은 결국, 피어나는 존재


이 시의 메시지는 명료하다.

인간은 결국 ‘피어나는 존재’이다.

비록 가시가 있고, 볕을 잃고, 부러지더라도

다시 피어나는 것이 삶의 본질이다.

그것은 단순한 낙관이 아니라,

상처와 고통을 통과한 자만이 도달하는 ‘영혼의 향기’다.

변희자 시인은 이 짧은 시로

인간의 존재론적 서사를 함축하였다.

삶은 꽃처럼 피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자연에게 배워야 할

가장 고요한 향기임을 시인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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