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김태균 시인-입 안의 이름》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박성진 문화평론가


경남 창녕 출생

광산초등학교 졸업

창녕중학교 졸업

창녕 농업고등학교졸업

(원예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졸업

(법학과)

월간 문학바탕 신인문학상 (등단)


시 ― 입 안의 이름


김태균


눈물이 흐르면

훔치지 마세요

노 저어 오는

그대 물길입니다


눈물이 흐르면

닦지 마세요

가슴 깊이 파고드는

그대 영혼입니다


내가 더 사랑하는 것


눈물은

입 안에 고인 이름

그대 한 사람뿐입니다

그냥 두세요.


***********


<평론>

김태균 〈입 안의 이름〉


영혼의 언어로 새겨진 ‘사랑의 침묵과 이름의 철학’




<서정의 근원 침묵으로부터 태어난 시>


김태균 시인의 시는 말보다 ‘머묾’에서 시작된다.

그의 시어에는 소리의 폭발보다 ‘숨의 정지’가 있다.

〈입 안의 이름〉은 말하기 이전의 자리, 즉 언어가 아직 태어나지 않은 고요의 세계를 보여준다.

‘입 안’이라는 표현은 말이 되기 직전의 상태를 뜻한다.

그곳에는 미처 내뱉지 못한 이름이 고여 있다.

이 시는 그 ‘부르지 못한 이름’의 고요한 진동을 노래한다.

김태균의 서정은 감정의 폭발이 아니라 영혼의 진동이다.

그는 외침 대신, ‘흘러내림’을 택한다.

이 선택이 바로 이 시의 미학적 출발점이다.



<눈물의 존재론 사랑은 흐름이다>


“눈물이 흐르면 훔치지 마세요.”

이 첫 구절은 감정의 윤리적 선언이다.

눈물은 슬픔의 징표이기 이전에, 사랑이 형태를 바꾼 물질이다.

그대에게로 향하던 마음이 물이 되어 흐를 때, 시인은 그것을 막지 않는다.

그는 눈물을 ‘그대 물길’이라 부른다.

여기서 눈물은 타자에게로 흘러가는 존재의 방향을 뜻한다.

김태균은 눈물을 감정의 부산물이 아니라, 존재가 존재로 흘러가는 과정으로 본다.

이 눈물의 세계에서는, 흐름 자체가 사랑이다.

그렇기에 그는 눈물을 닦지 않는다.

그것은 슬픔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랑의 징표이기 때문이다.



<명령의 역설 ‘하지 마세요’의 부드러운 금지>


시 전체에 걸쳐 반복되는 명령형 “훔치지 마세요”, “닦지 마세요”는

단호하지만 부드럽다.

이 금지는 억압이 아니라, 존재의 존중이다.

그는 감정의 억제보다 감정의 머묾을 택한다.

이 문장들은 마치 사랑의 예법 같다.

“감정을 없애지 말고, 그 자리에 그대로 두라.”

이 말은 타자에게 보내는 연민의 철학이자, 존재를 지우지 않으려는 윤리다.

감정이 사라지지 않도록 허락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사랑의 태도임을 시인은 안다.



<노 저어 오는 물길 ― 사랑의 귀환 구조>


“노 저어 오는 / 그대 물길입니다.”

이 시는 ‘흐름’의 구조를 가진다.

눈물은 흘러나가는 동시에, 그대가 나에게로 돌아오는 귀환의 물길이 된다.

즉, 슬픔은 소통의 끈이며, 이별은 재회의 통로다.

시인이 말하는 사랑은 떠남과 돌아옴의 순환이다.

그대가 떠났기에 눈물이 흐르고, 눈물이 흘러서 그대가 다시 온다.

이 관계의 역설 속에서 시인은 사랑의 영속성을 찾아낸다.

그의 사랑은 닫힌 결말이 아니라, 영원히 이어지는 파문이다.



<영혼의 파고 감정의 심연으로 들어가는 길>


“가슴 깊이 파고드는 / 그대 영혼입니다.”

이 대목은 시의 정점이자, 내면의 심연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파고듦’이라는 단어는 고통과 몰입을 동시에 함축한다.

사랑은 이 시에서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존재가 타자를 관통하는 영혼의 사건으로 나타난다.

시인은 이 영혼의 침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는 감정이 자신의 내면을 파고들 때, 오히려 그것을 영혼의 교감으로 받아들인다.

이때 사랑은 고통을 넘어 초월의 경험이 된다.



<“내가 더 사랑하는 것” 침묵의 고백>


이 한 줄은 시 전체의 중심축이다.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이미 모든 것이 전달된다.

‘더’라는 부사는 사랑의 무게를 결정하는 한 단어다.

그는 감정의 크기를 말하지 않고, 그 ‘더’라는 여백으로 사랑의 심도를 표현한다.

이 행은 절제의 미학이자, 침묵의 문학적 완성이다.

사랑은 말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랑은 말하기 직전의 떨림 속에 있다.

김태균은 그 떨림을 ‘더’라는 부드러운 미립으로 남긴다.



<입 안의 이름 언어의 탄생 이전>


‘입 안’은 말이 되기 직전의 세계다.

그곳에는 말할 수 없는 이름, 발화 이전의 감정이 머문다.

시인은 그 이름을 입 밖으로 내뱉지 않는다.

왜냐하면 부르는 순간, 그대는 현실이 되고, 현실은 상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입 안의 이름은 영혼의 온도 속에 머문다.

그것은 소리보다 깊은, 내면의 기도다.

시인은 이름을 부르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영원히 그대를 간직한다.




<이름의 신성성 이름은 존재의 영혼이다>


이름은 단순한 기호가 아니다.

이 시에서 이름은 존재의 에센스이며, 기억의 화신이다.

“입 안에 고인 이름”이라는 구절은 ‘기억의 물질화’이다.

잊지 않기 위해 발화하지 않는다.

그의 사랑은 발음하지 않음으로써 지속되는 기억이다.

김태균은 이름을 ‘불러야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고여야 영원해지는 것’으로 전환시킨다.

이 신학적 반전은 그의 시를 일상에서 초월로 끌어올린다.



<눈물의 신비 인간과 신의 경계>


눈물은 인간이 지닌 마지막 순수의 언어다.

그것은 신에게 닿는 유일한 통로이기도 하다.

김태균의 눈물은 단순한 슬픔의 액체가 아니라, 영혼의 신성한 물이다.

그는 눈물을 통해 신성으로 나아간다.

이 눈물의 흐름은 곧 영혼의 기도이자, 구원의 사다리다.



<존재의 수용 “그냥 두세요”의 철학>


마지막 행 “그냥 두세요”는 놀라운 결론이다.

이 문장은 시의 정서적 해방이다.

그는 눈물도, 사랑도, 그리움도 고치려 하지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 두는 것, 그것이 진리이다.

이 짧은 한 줄에 동양적 사유의 깊이가 숨어 있다.

노자의 ‘자연(自然)’이 스며 있다.

김태균 시인은 이 구절을 통해

“존재는 완성되지 않아도 완전하다”라고 말한다.



<사랑의 미학, 절제 속의 풍요>


〈입 안의 이름〉은 절제의 미학으로 완성된 사랑의 시다.

감정의 폭발을 자제하고, 최소한의 언어로 사랑의 총체를 담는다.

그는 감정의 농도보다, 감정의 침묵을 택한다.

그 침묵 속에서 사랑은 스스로 성장한다.

이 절제는 문학적 전략이 아니라, 인간적 진실이다.

사랑이란, ‘말하지 않음으로 더 깊어지는 것’ 임을 시인은 알고 있다.



<시간의 정지 흐름 속의 영원>


눈물이 흐르지만, 그 흐름은 곧 영원이다.

시간은 흘러가지만, 사랑은 고인다.

이 시는 시간의 두 흐름에 ‘물의 흐름’과 ‘이름의 고임’을 대비시킨다.

한쪽은 변화를, 한쪽은 지속을 상징한다.

그리하여 시 전체가 흐르면서 고이는 시간의 역설로 구성된다.



<인간의 존엄 눈물의 철학적 복권>


오늘의 세계는 감정을 숨기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김태균은 눈물을 복권시킨다.

그는 “눈물을 닦지 마세요”라고 말한다.

이 한 줄은 인간의 존엄에 대한 선언이다.

감정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살아 있음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의 시는 눈물의 철학이다.

즉, ‘울 수 있는 인간이 가장 인간답다’는 믿음이다.


<종교적 은유 영혼의 통로로서의 눈물>


“그대 영혼입니다.”라는 구절은 종교적 깊이를 가진다.

눈물은 이 시에서 영혼의 통로이며, 인간과 신을 잇는 다리다.

이는 기독교의 ‘회개의 눈물’이자, 불교의 ‘자비의 눈물’이며,

동시에 인간 존재의 근원적 정화를 상징한다.

시인은 종교의 이름을 빌리지 않고도,

인간이 신에게 닿을 수 있는 길을 보여준다.

그것이 바로 눈물이다.



<심리적 구조 상실에서 수용으로>


시의 정서는 상실에서 시작하지만, 절망으로 끝나지 않는다.

‘훔치지 마세요’ ‘닦지 마세요’ ‘그냥 두세요’의 흐름은

고통을 수용으로 전환하는 내적 성장의 구조다.

이 시는 한 인간이 상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여준다.

눈물의 세계는 결국 치유의 공간이다.


<언어의 투명성 시어의 물리학>


김태균 시인의 언어는 맑다.

그의 시에는 비유의 과잉이 없고, 형용사의 폭력이 없다.

‘눈물, 물길, 영혼, 이름’ 같은 단어들이

거의 원시적인 투명함으로 배열된다.

그 투명함 속에서 의미가 반짝인다.

이 언어의 물리학은 마치 유리처럼,

빛을 흡수하지 않고 통과시킨다.

그 결과, 시는 설명이 아니라 ‘감응’으로 존재한다.


<리듬의 구성 반복과 파동>


시의 리듬은 단조롭지만, 깊은 파동을 만든다.

“눈물이 흐르면”이라는 반복은

마치 바다의 파문처럼 독자의 가슴에 울림을 남긴다.

그 반복은 단순한 운문이 아니다.


붓을 잡은 나에게도 시인은 여유 있게 말한다.

여유 있게 하세요 라는 시인의 말이

낯설지 않게 들려온다.

내가 더 사랑하는 것이 눈물 일지라도

그대 영혼 사랑하기에 소중한 사람,

비록 입 안에 사람을 부르지 않아도

고인 이름 가슴 깊이 파고드는 그대

한 사람뿐이라고 지금도 시인은 누군가와 대화하는듯하다. 그대 시인의 물길이기에

서정과 낭만을 깊이 있게 사유하는

시인의 시작하지 못한 그 말을 듣고 싶다

"입 안의 이름"의 시인으로 기억할 시인이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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