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김석인-이매창에게 피와 매화의 헌 시》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박성진 문화평론가



김석인 시인 시


〈이매창에게 — 피와 매화의 시〉


한 줄 시조에 피를 섞어

자신의 이름을 새긴 이매창,

그 눈빛은 유배된 시대의 하늘을

조용히 밝히는 등불이었다.


가슴 깊은 바람이 불면

그대의 매화가 다시 핀다.

허락받지 못한 사랑이

시가 되어 천년을 건너온다.


오늘, 부안의 바다 위에서

그대의 숨결이 노래된다.

고요 속에서도 떨리는 그 음성

예인의 혼은 아직도

붓끝에서 향기로 피어난다.


그리고,

그대의 붉은 매화 아래 서면

한 시대의 고독이 피로 스며든다.

그리움이 언어가 되고

사랑이 시가 되어 흐른다.


누가 그대의 노래를 잊으랴,

유배된 달빛 속에서도

그대의 이름은 눈부신 등불이 되리.


***********


김석인 평론 해설


이 시는 부안의 시조 시인 *이매창

(李梅窓)*을 기려, 시대의 한계를 넘어선 여성 예술가의 자각과 자아의 복원을 담아낸 작품이다.

김석인 시인은 이매창을 단순히 ‘기녀’로 호명하는 사회적 시선에서 벗어나, **예술을 삶의 구도(求道)**로 삼은 **독립된 존재로서의 이매창상(像)**을 그린다.


‘피와 매화’라는 시의 중심 상징은 여성 예술가의 고통과 자유, 그리고 인간적 진실의 결합을 의미한다.

‘피’는 억압된 시대를 살아낸 여성의 희생이며 동시에 창조의 원천이다.

‘매화’는 추위 속에서도 향기를 잃지 않는 자존의 상징이다.

따라서 이 시는 고통을 견디며 예술로 승화한 내면의 해방 서사를 담고 있다.


이매창은 조선 중기, 유교적 도덕률이 여성을 억압하던 시대에,

자신의 시적 감성과 철학을 통해 사랑과 자유, 예술의 삼위일체적 세계를 창조했다.

김석인 평론은 이매창의 내면을 한 줄 시조 속에 함축하여,

그녀의 고통을 ‘피’로, 그녀의 예술을 ‘매화’로 재현하였다.


***********


박성진 평론


〈피와 매화의 예술 — 이매창과 시대의 초상〉


김석인 시인의 이 시는 단순한 헌시(獻詩)가 아니다.

그것은 *한 여성 예술가의 영혼을 다시 역사 속으로 불러내는 복권의 시학(詩學)*이다.


이매창의 삶은 시대의 금기를 향한 도전이었다.

그녀는 한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한 침묵과 절제를 거부하고,

자신의 시와 사랑으로 존재를 증명한 예인이었다.

김석인 평론은 바로 이 지점에서 ‘예술은 생존의 기록’이라는 명제를 확장시킨다.


‘한 줄 시조에 피를 섞어 / 자신의 이름을 새긴 이매창’이라는 첫 연은,

예술이 곧 생명의 서명(署名) 임을 천명한다.

그 피는 단순한 희생의 피가 아니라, 시대의 무관심과 억압을 찢고 나온 언어의 탄생혈

(誕生血)이다.

그녀의 매화는 생명과 존엄의 상징이며,

‘허락받지 못한 사랑’은 세속의 도덕을 넘어선 인간 본연의 자유로 변모한다.


이매창은 시대의 희생자이면서, 동시에 **조선 여성 예술의 시원(始原)**이다.

그녀의 붓끝에서 태어난 시어들은 단지 남성 문인들의 부속물이 아니라,

그 자체로 독립된 예술 세계였다.

김석인 평론은 바로 이 사실을 시적 언어로 복원하여,

이매창을 ‘기녀’가 아닌 시인, 철학자, 예술가로 재해석한다.



<예술사적 의미>


조선 후기의 시조사(時調史)에서 여성 시인의 자리는 매우 협소했다.

황진이, 이매창, 허난설헌으로 이어지는 예인(藝人)의 계보는

단순히 남성의 감상 속 존재가 아니라,

한국문학의 내면에서 자라난 예술적 자각의 연대기이다.


김석인 시인의 시는 이 계보를 잇는다.

그는 이매창의 고독을 단순한 비극으로 보지 않고,

예술가의 숙명적 고독으로 인식한다.

그 고독은 도피가 아니라 창조의 원동력이며,

시 속에서 ‘붉은 매화’로 재탄생한다.


이매창의 매화는 ‘정절’의 꽃이 아니라,

진실을 향한 고독한 언어의 꽃이다.

그녀가 견딘 시간의 추위 속에서 피어난 향기는

오늘날까지도 예술가의 양심을 자극한다.



<문학적 구조>


이 시는 세 부분의 구조를 가진다.


첫째》

역사적 인물의 환기---

“한 줄 시조에 피를 섞어…”에서

시인은 독자의 시선을 단숨에 이매창의 내면으로 이끈다.


둘째>

예술적 변용


“허락받지 못한 사랑이 시가 되어…”

이 대목에서 김석인 시인은 억압된 감정이 언어로 변하는 순간을 포착한다.

이매창의 사랑은 세속의 비극이 아니라 언어의 승화이다.


셋째>

영원의 회귀---

“누가 그대의 노래를 잊으랴…”


여기서 시는 역사와 현재, 인간과 예술을 잇는 시간의 서정으로 확장된다.

이매창의 노래는 죽지 않고, 오늘의 바다 위에서도 다시 울린다.



< 총평 >


이 작품은 단지 이매창 개인에 대한 헌시가 아니라,

한국 여성 예술혼

(藝術魂)의 복권이자

예술의 본질에 대한 선언문이다.


김석인 시인은 역사적 인물의 삶을 단순히 재현하지 않고,

그 내면의 언어를 다시 ‘살려내는’ 시적 존재론을 제시한다.

그리하여 이매창은 과거의 여인이 아니라,

오늘의 시인, 내일의 예술가로 되살아난다.


‘피’는 인간의 실존이고, ‘매화’는 그 실존의 향기다.

이 시는 바로 그 둘이 만나는 지점에서,

예술의 영혼이 어떻게 탄생하는가를 보여준다.


따라서 《이매창에게 — 피와 매화의 시》는

한국문학의 여성 예술혼에 대한 가장 현대적 헌사이자,

시와 역사, 사랑과 자유가 하나로 융합된 예술 시의 정수(精髓)라 할 수 있다.


이매창에게 헌시하는 시인이자 평론가의

입장에서 헌시하며 핵심평론을 주셨기에 이매창의 피와 매화의 시, 황진이, 이매창 허난허설, 조선후기의 시조사의 계보를

독자들이 일부 접점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김석인 선생님께 감사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박성진 《전홍구 시인-가을의 저녁 한가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