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이인애 시인-"개미의 보짱"》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박성진 문화평론가


개미의 보짱


多情 이인애


작다고 얕보지 마라

코끼리는 내 등에 올라탈 수 없으나

나는 코끼리를 살린 채

그의 등에 올라 가 이동할 수 있다


더구나

많은 식량을 필요로 하는 코끼리

다이어트는 코끼리 얘기다

잘록한 내 허리는 또 어떤가

날씬함의 대명사 아니던가


덩치보다 월등히

커다란 꿈을 실어 나르는

폭발적인 힘, 가히 슈퍼맨 급이지


세상은 그런대로 살만하다

지구는 그럭저럭 쓸만하다

긍정의 주문을 외우며

근면과 성실을 거머쥐고 걷는다


격랑을 헤치고 고해를 노 저어

인고의 시간에 최면을 건다

운명 앞에 주어진 고단함을

기꺼이 행복으로 견인하자


*보짱: 마음속에 품은 꿋꿋한 생각이나 요량




“작음의 철학, 견인의 미학”



미물의 역설에서 철학으로

이인애 시인의 〈개미의 보짱〉은 ‘작음’을 철학의 중심으로 세운 작품이다.

작다는 것은 약함이 아니라 세상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시인은 ‘코끼리’와 ‘개미’의 극단적인 대비를 통해 존재의 상대적 크기와

삶의 방향성에 대한 근원적 물음을 제기한다.

이 작품은 단순한 동물 비유가 아니라,

현대인의 근면, 자존, 인내, 그리고 자기 긍정의 생태철학도 숨어 있다.



“작다고 얕보지 마라”는 존재의 위계에 대한 저항이다.

첫 구절은 짧지만 강력한 선언이다.

“작다고 얕보지 마라.”

이는 약자의 목소리이자 수직적 사회 구조에 맞서는 인문적 반격의 소리다.

“코끼리는 내 등에 올라탈 수 없으나 / 나는 코끼리를 살린 채 / 그의 등에 올라 가 이동할 수 있다”

이 부분은 크기의 논리를 뒤집는 정신적 역량의 상징의 말이다.

개미의 보짱은 물리적 힘의 반대편에 있는 생명력의 논리이다.

‘살린 채’라는 표현 속에는 공존의 윤리도 배어 있기 때문이다.



“다이어트는 코끼리 얘기다”는 풍자와 유머의 미학으로

시인은 코끼리의 식량과 다이어트를 언급하며 웃음을 자아내었다.

그러나 이 유머는 단순한 익살이 아니다.

거대한 존재의 허약함과 작은 존재의 자족함을 대비시켜

삶의 본질적 균형을 드러내었다.

“다이어트는 코끼리 얘기다”라는 말은

거대함이 강함이 아니라는 말이다.

작음이 결핍이 아니라는 철학적 직관인 것이다.

그 안에는 자기 비하 대신 자기 확신을 강조하는 역설이 있다.



“슈퍼맨 급이지”라는 표현은 일상의 영웅화이다.

‘덩치보다 월등히 커다란 짐을 끌어 나르는’

개미의 노동은 일상의 영웅 서사로 변모하였다.

시인은 이를 “슈퍼맨 급”이라 표현함으로써

작은 존재가 감당하는 거대한 노력을 찬미한다.

이것은 허세가 아나다. 지속의 미학이다.

진짜 힘은 크기나 속도에 있지 않고,

멈추지 않는 꾸준함에 있음을 일깨워준다.



“세상은 그런대로 살만하다”는 긍정의 주문이다.

“세상은 그런대로 살만하다 / 지구는 그럭저럭 쓸만하다”

체념처럼 들리겠지만 오히려 긍정의 주문이 되었다.

삶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면서도 그 속에서 기쁨을 발견하는 지혜이다.

‘그런대로’, ‘그럭저럭’이라는 표현은 포기가 아니라 수용이다.

이 수용은 철학적 긍정의 형태로 나타나며,

삶을 바꾸지 못하더라도 해석하는 태도를 바꾸는 인간의 품격을 보여준다.



“근면과 성실을 거머쥐고 걷는다”

윤리적 노동의 찬가로 이 구절은 개미의 정체성이자 시인의 인생관을 함축하였다.

근면과 성실은 낡은 덕목이 아니라,

시간을 견디는 정신의 내구성이다.

개미의 느린 걸음에도 목표가 있고 방향이 있다.

그 길 위에는 묵묵한 자존이 깃들어 있다.

결과보다 태도, 성취보다 지속의 가치가 여기에 있다.



“격랑을 헤치고 고해를 노 저어” 고통의 승화로

시의 후반부는 인생 항해의 서사로 바뀐다.

‘격랑’과 ‘고해’는 인생의 비유다.

‘노 저어’는 의지의 상징이다.

“인고의 시간에 최면을 건다”는 표현은

스스로를 다독이며 버텨내는 존재의 기술이다.

이 대목은 절망의 미화가 아니다.

고통을 행복으로 바꾸는 능동적 의지의 시학이다.




“운명 앞의 고단함도 기꺼이 행복으로 견인한다.” 결론의 윤리

마지막 구절은 인생철학의 정점이다.

운명은 바꿀 수 없어도 태도는 바꿀 수 있다.

시인은 고단함을 회피하지 않고,

그것을 ‘행복으로 견인’하려 한다.

이것이 바로 보짱의 본질이다.

즉, 현실을 긍정하는 내면의 힘이며

무거운 운명을 스스로 이끌어가는 정신의 견인력이다.



“보짱”의 현대적 의미


‘보짱’은 단순한 기개나 고집이 아니다.

그것은 신념을 지속시키는 내면의 근육이며,

자기 신념을 잃지 않게 하는 정신의 축이다.

오늘의 사회처럼 외형이 강조되는 시대에

시인은 ‘보짱’을 통해 내면의 근육을 다시 세우고 있다.

작지만 단단한 마음, 그것이 곧 인간의 품격이기 때문이다.


작음도 견고한 철학으로 만든다


〈개미의 보짱〉은 단순히 개미의 노래가 아니라

삶의 태도를 노래하는 윤리시다.

작음을 수치로 환산하지 않고,

내면의 강도를 해석한 작품이다.

이 시는 생태시며 철학 시로 나아가

풍자 시이자 자기 계발의 언어로 읽힌다.

시인은 작은 곤충을 통해 인간의 존엄을 세우고 있다.



근면의 시학, 긍정의 철학의 시


이인애 시인은 작은 개미의 눈으로

지구의 질서를 읽어간다.

“세상은 그런대로 살만하다.”

이 단순한 시 한 줄 역시

절망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삶의 주문으로 통한다.

작은 존재들의 개미의 보짱을

잘 살펴야 한다.

개미의 보짱은

작음 속에서 우주의 질서를 발견한

현대적 생명의 찬가다. 시인이 역설적으로 묻는다. 당신의 보짱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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