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이인애 - 이어도》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박성진 문화평론가


이어도


多情 이인애


수평선과 하늘 맞닿은

선문대할머니 꿈의 발원지

파도와 숨바꼭질하는 섬


안개도 태풍도 삼키지 못한

바람의 시원始原, 이어도

그곳에 민족의 혼이 산다


고기잡이 뱃사람의

꿈결마다 드나드는

태곳적 신비로운 이름 파랑도

태극기 바람 따라 희망 깃드는

조국의 바다를 지켜온 파수대


밥 짓는 연기 없어도

칠천만 겨레의 숨결이 고동치는

역사의 등불 꺼지지 않는 바다

결코 잠들지 않은 대한의 영토


목놓아 부르자 염원의 노래

힘주어 부르자 간절한 기도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물질하는 해녀의 꿈이 익는 곳

대한민국 기대주 희망의 섬 이어도


************


<심화평론>


바다의 신화에서 민족의 혼으로



이인애 시인의 「이어도」는 단순한 섬의 묘사를 넘어, 한국인의 정신적 뿌리를 바다 위에 심은 서사적 서정시다.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수평선, 그 끝에서 피어오르는 신화적 섬 이어도는 곧 한국인의 집단무의식이 투사된 신성한 공간이다.

첫 행의 “수평선과 하늘 맞닿은”은 인간의 인식이 닿는 마지막 지점을 상징하며, 그곳에 “선문대할머니의 꿈의 발원지”가 있다는 설정은 바다의 모성을 불러온다. 선문대할망은 제주 여신신화의 중심이며, 바다에서 생명을 낳고 생명을 돌려보내는 ‘순환의 여신’이다. 시인은 그 신화를 통해 이어도를 단순한 지리적 장소가 아닌, 한국인의 원형적 생명공간으로 재탄생시킨다.



“안개도 태풍도 삼키지 못한 바람의 시원”이라는 구절은 이어도의 본질을 단번에 드러낸다. 그것은 어떠한 외세나 폭력도 꺾지 못한 민족의 혼이며, 자연과 역사 속에서 꺼지지 않는 생명력의 원천이다. ‘바람의 시원’이라는 표현은 이어도가 한국인의 생명정신의 발원지임을 상징하고, ‘시원’(始原)은 곧 태초의 세계를 의미한다.

시인은 그 근원을 통해 인간과 자연, 신화와 국가가 하나로 이어지는 존재론적 연속성을 시어로 드러내었다.



이어도의 신비는 “고기잡이 뱃사람의 꿈결마다 드나드는 태곳적 이름 파랑도”로 이어진다. ‘파랑도’는 이어도의 또 다른 이름이다.

제주 남쪽 먼바다에서 고기잡이에 나선 이들이 꿈속에서 본다는 섬이다. 즉, 실재하지 않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섬, 존재하지 않지만 모두가 믿는 섬이다.

그 상징은 곧 민족의 이상향이다. 시인은 이 신화적 섬을 ‘태극기 바람 따라 희망 깃드는 조국의 바다를 지켜온 파수대’로 재해석한다. 신화는 현실과 결합하고, 전설은 국가적 정체성으로 승화된다.



‘밥 짓는 연기 없어도’라는 대목은 이어도의 초월성을 강조한다.

현실적 생계의 냄새가 사라진 곳이다.

물리적 인간의 흔적이 없는 그곳에서조차 ‘칠천만 겨레의 숨결이 고동친다.’

이 장면은 개인의 생존을 넘어섰다. 민족적 생명력의 상징이 되었다. ‘역사의 등불 꺼지지 않는 바다’는 단지 한 지역의 바다가 아니다. 일제강점기, 분단의 시대를 거쳐도 꺼지지 않았던 민족의 불빛이다. 이는 곧 시인이 바라보는 ‘민족혼의 불멸성’을 상징한다.



이어도는 현실의 영토이자 정신의 고향이다.

“결코 잠들지 않은 대한의 영토”라는 구절은 국토의 개념을 물리적 경계에서 정신적 존재로 확장한다. 이어도는 지도 위의 암초가 아니다.

우리 마음의 "이어도사나" 바다의 라인이다.

이 점에서 시인은 이어도를 한국인의 내면적 독립선언문으로 제시한다.



“목놓아 부르자 염원의 노래 / 힘주어 부르자 간절한 기도”라는 구절에서 시의 정점이 온다.

그 노래는 단지 해녀들의 노동가가 아니다. 그것은 민족의 기도이며, 수천 년 이어져 온 생명 신앙의 울림이다.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는 제주 해녀들이 물질(잠수) 전후에 불렀던 전통 민요로, 생명과 죽음의 경계를 건너는 노래였다.

시인은 그 노래를 다시 불러, 죽음의 위험을 넘어 생명의 희망으로 확장한다.



“물질하는 해녀의 꿈이 익는 곳”이라는 마지막 행은 이어도의 정수를 응축한다.

해녀는 생명의 경계 위를 걷는 존재이며, 그들의 꿈은 ‘깊이 잠수하는 삶’을 살아왔다.

바닷속에서 숨을 멈추고 세상을 견디는 그들의 몸짓은 곧 우리 민족의 역사와 닮아 있다. 일제의 억압, 분단의 고통, 시대의 태풍 속에서도 이어도는 잠기지 않았고, 해녀의 꿈은 꺼지지 않았다.

이 시는 바로 그 불멸의 꿈을 찬미하는 것이다.



시 전체의 구조는 신화적 서사에서 출발해, 민족의 현실과 영토의 상징으로 귀결되었다.

첫 연이 ‘기원’을, 둘째 연은 ‘정신의 불멸’을, 셋째 연은 ‘역사와 현실의 결합’을, 마지막 연은 ‘노래와 기도의 승화’를 말한다.

이러한 구조는 고대의 창세기의 신화처럼 순환적 리듬을 형성하였다. 《인간, 자연, 신성, 국가》의 관계망을 완성시킨다.


이 작품의 미학은 ‘보이지 않음의 존재론’에 있다. 이어도는 바다 밑에 잠겨 평소에는 보이지 않는다. 10미터의 높은 파도가 칠 때에

보인다는 이어도 섬의 신비로움은

평상시에는 보이지 않기에 더 신비롭고 영원한 대한민국의 영토이다.

시인은 바로 그 ‘보이지 않음’을 통해 존재의 진실을 증명하였다. 윤동주의 별이 하늘에서 보이지 않아도 빛나듯이 이어도 또한 바닷속에 잠겨 있어도 영원히 꺼지지 않는다.

그 보이지 않는 불빛이 곧 민족의 영혼이다.



이 시는 여성성과 모성의 해석을 내포하고 있다. 선문대할머니로부터 해녀로 이어지는 여성적 계보는, 바다를 삶의 근원으로 인식하는 모성의 미학이다.

이 여성적 생명력은 ‘조국의 바다를 지켜온 파수대’로 변모하며, 모성과 국가가 결합한다. 시인은 바다의 어머니를 통해 국가의 어머니를 노래하였다. 이어도의 모성은 곧 대한민국의 근원으로 승화된 것이다.



문학사적으로 「이어도」는 한국 해양문학의 전통 속에 뚜렷이 자리한다.

이생진 시인의

"바다의 시" 황금찬의 "섬"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의 초월적 공간의식이 모두 이 작품과 상통한다.

그들 모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고향’을 노래했고, 이인애 시인은 그 전통을 바다의 신화로 확장했다.



마지막으로, 이어도는 통일과 평화의 은유로 읽힌다.

남과 북이 갈라져도 바다는 하나이며, 이어도는 그 하나 된 민족의 심장을 품은 바다이다. “칠천만 겨레의 숨결이 고동치는 바다”는 분단의 벽을 넘어선 통일의 상징이다. 이 시가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한 애국이 아니다. ‘하나의 바다, 하나의 민족, 하나의 생명’이라는 영원한 선언문이다.


총평하자면, 「이어도」는 신화와 역사, 자연과 인간, 모성과 국가를 하나의 시적 공간에 응축한 대서사적 시편이다.

이인애 시인은 바다의 심장 속에 민족의 노래를 심었다.

이 노래는 영원히 이어도의 파도처럼

꺼지지 않는다.

이어도는 단순한 섬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내면에 잠들어 있는

대한민국의 혼이며, 한국의 영토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박성진 《조성복 시인-"어떤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