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박성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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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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多情 이인애
단 한 마디로 인해
천국과 지옥을
넘나들게도 하며
때론 활화산처럼
뜨겁게 감정을 추게 하고
약이 되고 간간이
독이 되기도 하는 말
마신 물을
독으로 만드는
뱀의 세치 혀에선
내뱉는 모든 말이
비수가 되어
생명을 죽이지만,
결국엔
던진 쪽으로
부메랑 되어
돌아오는
말의 놀라운 회귀回歸 효과
기왕이면
온유와 격려의
입술을 따뜻이 열어
절제된 언어로
상처를 봉합하는
마법 같은
말씀으로
긍정의 파장을 연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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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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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만든 세상, 마음이 지키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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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문화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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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인간이 세상에 남기는 첫 숨
이 시를 읽으면 먼저 입을 다물게 된다.
그저 말 한마디의 무게를 잊고 살던 마음이, 문득 가볍지 않다는 걸 느끼게 된다.
“단 한 마디로 인해 천국과 지옥을 넘나들게도 하며” 이 구절은 우리가 매일 오르내리는 마음의 계단을 그려준다.
사람은 하루에도 수천 번 말을 한다.
하지만 그중에 진심이 담긴 말은 얼마나 될까.
이인애 시인은 ‘한 마디’의 힘을 정확히 꿰뚫는다.
그 한 마디가 어떤 사람에겐 위로가 되고,
어떤 사람에겐 상처가 된다.
말이란, 결국 사람의 기운이다.
그 기운이 따뜻하면 사람을 살리고,
차가우면 관계를 얼어붙게 만든다.
이 시를 읽는 순간, 우리는 말이 얼마나 ‘살아 있는 존재’인지를 깨닫는다.
그건 공기 중에 흩어지는 소리가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속에 오래 남는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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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양면,
약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활화산처럼 뜨겁게 감정을 추게 하고 / 약이 되고 간간이 독이 되기도 하는 말.”
이 두 줄은 참 현실적이다.
사람의 말은 늘 감정에 기대어 나온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웃다가,
또 다른 한마디에 멍드는 게 인간이다.
‘약이 되는 말’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
“괜찮아, 잘하고 있어.”
이런 짧은 말 하나가 사람을 살린다.
반대로 ‘독이 되는 말’은 순간에 뱉지만,
평생의 상처로 남는다.
그래서 시인은 말의 온도, 말의 방향, 말의 무게를 모두 묻는다.
우리 사회는 지금 ‘과잉의 언어 시대’다.
말이 너무 많다.
그만큼 상처도 많고, 오해도 많다.
이 시는 그런 시대에 던지는 조용한 경고다.
말을 많이 하기보다, 제대로 하라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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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의 혀, 말의 잔혹한 얼굴
‘뱀의 세치 혀’라는 표현은 섬뜩하다.
하지만 솔직히, 이 장면을 떠올리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독한 말이,
또 누군가의 하루를 무너뜨린 경험.
우린 모두 겪어봤다.
시인은 ‘마신 물을 독으로 만드는’ 이 구절을 통해,
언어가 인간의 내면을 얼마나 쉽게 오염시키는지 보여준다.
말은 결국 그 사람의 인격에서 흘러나온다.
입술은 생각보다 정직하다.
속에 있는 게 드러난다.
그렇기에 말은 도덕의 문제이자 존재의 문제다.
우리가 무심코 내뱉는 한 마디는 곧 우리 자신을 말해준다.
이 시가 무섭게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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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메랑처럼 돌아오는 말 언어의 인과
“결국엔 던진 쪽으로 부메랑 되어 돌아오는 말.”
이 한 줄은 단순한 인생 격언처럼 보이지만, 그 안엔 철학이 있다.
말은 사라지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공기 중에 떠 있다가
언젠가 돌고 돌아, 내게로 돌아온다.
이건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 수없이 입증된 일이다.
말은 결국 순환한다.
칭찬은 다시 나에게 복이 되어 돌아오고,
험담은 결국 내 삶의 그림자가 되어 따라온다.
시인은 그것을 ‘회귀’라고 부른다.
우리가 하는 말은 결국 우리 삶의 방향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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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된 말, 따뜻한 말씀
“온유와 격려의 입술을 따뜻이 열어 / 절제된 언어로 상처를 봉합하는.”
이 구절에 이르면 시의 결이 달라진다.
앞에서는 말의 위험을 이야기했다면,
이제는 그 말이 어떻게 구원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절제된 언어’는 단순히 말을 아끼자는 뜻이 아니다.
그 안엔 타인을 향한 배려와 존중이 있다.
세상은 빠르고, 거칠고, 말이 넘쳐난다.
그래서 오히려 절제된 말이 더 따뜻하게 들린다.
짧은 위로 한마디가, 백 마디 설명보다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시인은 ‘마법 같은 말씀’이라 표현하였다.
마법이란 말은 허공의 언어가 아니다.
진심이 담긴 말이 만들어내는 기적이다.
사람의 말이 음악이 되고, 위로가 되는 순간,
그것은 이미 ‘말씀’의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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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다 마음이 먼저여야 한다
이 시를 읽고 있으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말을 바꾸려면 마음부터 바꿔야 한다.
입에서 나오는 말은 결국 마음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인은 ‘말’과 ‘말씀’을 구분한다.
‘말’은 감정의 언어, ‘말씀’은 배려의 언어다.
한 끗 차이지만, 그 차이가 세상을 달라지게 한다.
말은 휘발되지만, 말씀은 남는다.
말은 흔적을 남기지만, 말씀은 온기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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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말이 사람을 만든다
〈말과 말씀〉은 교훈적인 시가 아니다.
잔잔하게 그러나 뼈 있는 목소리로
우리에게 ‘다시 말의 품격’을 묻는 시다.
말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그 말의 방향이 곧 그 사람의 인생이 된다.
시인은 결국 우리에게 이렇게 일러준다.
“말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니,
그 거울 앞에 설 땐 마음을 먼저 씻어라.”
그 한마디로 이 시의 모든 뜻이 완성된다.
이인애 시인의 이 작품은 결국,
말보다 더 큰 말 즉 ‘마음’의 시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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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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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은 기술이 아니라 마음이다.
그리고 마음은 언제나 말보다 앞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