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박성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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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와 매미의 위기일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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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 이인애 시인
거미줄에 걸린 매미, 날개를 퍼덕이며
“구혼길에, 세상이 온통 덫이 되었구나
여기도 지뢰밭, 저기도 지뢰밭"
거미는 웃으며 말했다. “그대는 오늘의 특식.”
매미는 분통 터뜨리며, “파랑 봉투법은 어쩔 텐가,
시간 초과 근무로 당장에
신고해 삔다"
거미는 그물을 당기며 만만디 “나는 법보다 밥보야, 7년 숙성이라 거 맛나게 생겼군”
그 말 끝나기 무섭게 매운바람이 휘이익! 거미줄을 잘랐다.
공중을 떼구르 구르며 풀려난 매미,
먼지 속에 몸을 곧추 세우며 하는 말
“정의는 말보다 빠른 바람의 편이다."
"맴맴맴 매애애앰
세상 뜨겁게 누리자
체온 있을 때 아낌없이 사랑하자
우리는 오늘도 길 위에서 아슬아슬
곡예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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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라는 거미줄, 웃음이라는 해방 --- 다정 이인애 시의 해학적 존재론》
박성진 문화평론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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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속의 진리, 풍자 속의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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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 이인애 시인의 〈거미와 매미의 위기일발〉은 단순한 우화가 아니다.
이 시는 인간의 생존과 정의, 사랑과 체념, 권력과 저항을 유머의 장치 속에 녹여낸 사회적 시극이다.
웃음은 가볍지만, 그 밑바닥에는 윤리적 진동이 흐른다.
이 작품은 우리가 ‘웃으며 읽고 난 뒤, 조용히 생각하게 되는 시’의 모범이라 할 수 있다.
시인은 거미와 매미라는 익숙한 존재를 빌려
인간의 탐욕, 불평등, 그리고 정의의 허무를 풍자한다.
그 과정에서 ‘한국적 해학’이라는 미학을 철저히 재현한다.
해학은 냉소가 아니다. 해학은 슬픔을 웃음으로 끓이는 인간의 지혜다.
이 시의 유머는 곧 생존의 철학이며, 그 웃음은 절망을 견디는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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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면 “세상이 온통 덫이 되었구나”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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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의 이 첫마디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오늘날의 사회 구조 전체를 압축한 비판이다.
‘세상이 온통 덫’이라는 구절 속에는
경쟁, 불신, 제도적 억압, 감정노동, 사랑의 시장화 등이 모두 들어 있다.
‘구혼길’이라는 표현은 의미심장하다.
이것은 단순히 연애가 아니라, ‘인간관계의 전장’을 뜻한다.
사랑마저 거래되고, 인간의 감정조차 제도화된 시대,
매미의 날갯짓은 자유의 본능, 순수의 마지막 저항이다.
거미줄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망이며, 사회 시스템의 비유다.
시인은 ‘덫’과 ‘지뢰밭’으로 중첩된 세상을 보여주며
우리 각자가 이미 어떤 그물 속에 걸려 있는지를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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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의 웃음 “나는 법보다 밥보야”의 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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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은 시의 백미다.
“나는 법보다 밥보야.” 이 짧은 문장 안에
현대 사회의 윤리 붕괴와 생존본능의 이중성이 들어 있다.
법(法)은 이성의 질서이고, 밥(飯)은 생존의 본능이다.
거미는 정의보다 식욕을 택한다.
그 말은 한편으로 현실적인 생존의 처세이며,
다른 한편으로 도덕의 붕괴 선언이다.
이 구절은 부패한 권력자, 탐욕스러운 경제 구조,
양심보다 실리를 택하는 인간군상 모두를 향한 풍자다.
시인은 법보다 밥을 택하는 이 거미를 통해,
‘생존의 비극’을 웃음으로 드러낸다.
그 웃음의 온도는 따뜻하지만, 그 안의 현실은 냉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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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 봉투법은 어쩔 텐가” 유머 속의 사회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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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가 외치는 “파랑 봉투법”은
오늘의 한국 사회를 통째로 풍자하는 기막힌 언어유희다.
‘파랑 봉투’는 청탁, 뇌물, 정치의 불투명한 거래를 상징한다.
그 표현 하나로, 시인은 공무원 사회, 조직문화, 권력관계를 풍자한다.
매미의 분노는 서민의 분노이며,
그의 외침은 “정의로운 세상은 왜 이렇게 느린가?”라는 질문이다.
‘신고해 삔다’라는 사투리 투의 표현은
시적 유머이자 현실감의 미학이다.
이인애 시인은 현실어의 온기를 살려내며
풍자를 날카롭게 하면서도 따뜻하게 완화시키었다.
웃음 속에서도 진정성이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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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숙성’의 아이러니, 숙성된 탐욕, 농축된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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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가 “7년 숙성이라” 말하는 순간,
독자는 웃음과 소름을 동시에 느낀다.
매미는 7년 동안 땅속에서 견디며
세상 빛을 보기 위해 단 7일을 산다.
그런데 거미는 그 ‘7년의 삶’을 ‘숙성’이라 말하며
먹잇감으로 평가한다.
이 장면은 인생의 잔혹한 풍경이다.
노력은 누군가의 밥이 되고,
시간은 누군가의 이익으로 전환된다.
이 시의 유머는 바로 그 아이러니에서 빛난다.
‘숙성’은 거미의 입맛에서는 탐욕의 은유이고,
매미의 입장에서는 희생의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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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개입 신의 손 혹은 정의의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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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 끝나기 무섭게 매운바람이 휘이익!”
이 장면에서 시는 현실의 풍자에서 신화적 시학으로 넘어간다.
이 바람은 단순한 자연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정의, 혹은 우주의 도덕적 균형을 상징한다.
시인은 인간의 언어로 정의를 세우지 않는다.
그 대신 자연의 바람을 불러
인간의 탐욕을 무너뜨리는 상징으로 삼는다.
이것은 윤동주 시학의 ‘자연의 도덕’과도 일치한다.
“정의는 말보다 빠른 바람의 편이다”
이 문장은 한국 현대시 전체를 대표할 만한 명구(名句)다.
말이 느리고, 법이 뒤처질 때,
진실은 바람처럼 먼저 움직인다는 통찰.
이것이 이 시가 품은 윤리적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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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의 부활 해방의 노래, 생의 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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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거미줄을 끊은 후, 매미는 떨어진다.
하지만 그는 다시 일어나 이렇게 말한다.
“정의는 말보다 빠른 바람의 편이다.”
이 구절은 인간의 회복력에 대한 찬가이다.
비록 상처 입고 떨어져도,
정의는 살아 있고, 희망은 다시 노래한다.
이때 매미는 단순한 곤충이 아니라 ‘시인’이다.
그의 노래는 절망 이후의 사랑이며,
인간이 다시 일어서는 생의 본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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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뜨겁게 누리자” 체온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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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의 마지막 노래는 너무나 인간적이다.
“세상 뜨겁게 누리자 / 체온 있을 때 아낌없이 사랑하자.”
여기서 ‘체온’은 단순한 온도가 아니라,
존재의 증거, 생명의 불꽃이다.
이 구절은
삶의 고통까지 사랑하라는 철학이며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긍정의 태도이다.
이인애 시인은 해학을 통해 바로 그 철학을 시로 변주했다.
체온이 식기 전에 사랑하자,
그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정의이며,
궁극의 윤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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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오늘도 길 위에서 아슬아슬 곡예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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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늘도 길 위에서 아슬아슬 곡예를 한다
이 구절은 초월할 수 있는 존재의 장면이다
초현실적 곡예를 하는 삶 속에서
인간은 곡예를 통하여 부활하려는 강한 욕구를 가진다.
여기서 시인은 ‘ 대화자’를 불러내어, 곡예사의 사랑의 감정을 호출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초월한 대화를 연출한다.
매미의 노래가 인간의 언어로 번역되는 순간,
이 시는 ‘자연시’에서 ‘철학 시’로 격상되었다. 온도가 식으면 삶은 자연으로 돌아간다. 삶은 가라앉았다가 일어서는 곡예사의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으려는
몸짓으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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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학의 미학 웃음은 저항이며 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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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 이인애 시의 해학은 단순히 웃기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그것은 고통을 견디는 힘이며,
정의가 늦게 오는 세상에서 살아남는 지혜다.
풍자 시가 냉소로 끝나면 독자는 허무를 느낀다.
하지만 이인애 시의 해학은 따뜻하다.
시인의 유머는 생을 포용한다.
시인의 해학적인 웃음은 인간을 해학으로 구원한다.
‘웃음의 미학’은 ‘슬픔의 변형’이다.
웃는 순간, 인간은 고통의 노예가 아니라 주체가 된다.
이 시의 매미처럼, 울음 대신 노래하는 존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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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미줄의 세상에서 바람처럼 노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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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와 매미의 위기일발〉은 단순한 해학시를 넘어
현대의 윤리적 우화를 완성한 걸작이다.
거미줄은 권력, 탐욕, 제도, 위선의 상징이며
매미는 인간, 예술가, 시인의 상징이다.
그 사이를 가르는 것은 바람이다
보이지 않지만, 언제나 정의의 편에 서 있는 바람이 분다는 것이다.
이 시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법보다 밥, 밥보다 바람, 바람보다 사랑.”
그것이 인간의 순리이다. 시인의 윤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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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평
다정 이인애 시인의 「거미와 매미의 위기일발」은
웃음으로 철학을 짓고, 유머로 정의를 세운 시다.
그는 말보다 빠른 바람의 속도로
시의 윤리를 새긴다.
이 시는 결국 이렇게 끝맺는다
> “맴맴 노래하라,
체온이 남아 있는 동안,
웃음은 바람보다 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