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박성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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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코스 — 우주의 하숙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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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
나는 오늘도 집을 나서며 생각한다.
이 집의 주인은 나일까, 아니면 고양이일까?
그 녀석은 소파의 진짜 주인처럼 나를 내려다본다.
지구도 그렇다.
우리가 주인이라 우기지만
태양은 매일 월세를 받아가고,
달은 밤마다 불쑥 찾아와 창문세를 받는다.
비가 오면 하늘의 수도관이 새는 것이고,
천둥은 은행에서 독촉전화가 온 소리다.
별빛은 우주 전등이 깜빡이는 일상,
그 아래서 우리는 집세 내는 세입자.
그래도 이 집은 참 넓다.
바다는 부엌,
숲은 거실,
하늘은 천장,
바람은 환기창이다.
어느 날은 나무가 나 대신 숨 쉬어주고,
어느 날은 구름이 내 빨래를 말려준다.
이 정도면 꽤 괜찮은 공동생활 아닌가.
우주는 거대한 오이코스,
지구는 그 속의 하숙집.
모두 조금씩 방세를 내며 산다.
빛으로, 숨으로, 사랑으로.
오늘 밤,
별 하나가 나에게 속삭인다.
“그대도 오이코스 이 집의 식구였음을 잊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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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코스 <그리스어> "hou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