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박두익 시인-리얼리즘의 길, 세대의 증언》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박성진 문화평론가



서사시 리얼리즘의 길, 한 세대의 증언


박두익 시인


젊은 날, 고등고시 합격증 한 장

집안의 자랑이었고

한 세대가 꿈꾸던 희망의 증표였으나


1980년대, 광장의 함성은

그를 조용히 가만히 두지 않았다.

억눌린 시대의 청춘,

정의의 이름으로 모여 외쳤고

바람은 붉게 요동쳤다.


그는 주동자로 불렸고

임용의 문은 끝내 닫혔다.

빛나던 합격증은 한 장의 종이가 되어

책상 서랍에 잿빛으로 누웠다.


그러나 그는 쓰러지지 않았다.

시인의 길은 다른 곳에 있었으니,

현실을 직시하는 눈빛으로

사람들의 삶과 고통을 기록했다.


거리의 구호,

분필로 쓴 ‘민주’ 두 글자,

체제의 냉혹한 벽을 뚫고 나온 울음…

그 모든 것을 시인은 지켜보았다.

그리고 사실문학의 이름으로 남겼다.


그의 시는 화려한 수사가 아니라

구체적인 현실이었다.

한 청년의 좌절,

한 세대의 분노,

그리고 그럼에도 꺼지지 않던 희망.


사실문학---

그것은 가난한 이의 삶을 드러내는 일,

억눌린 자의 목소리를 기록하는 일,

시대의 모순을 외면하지 않는 일.


박두익 시인의 문학은

세태를 풍자하며,

현실을 증언하며,

끝내는 인간의 존엄을 지켜내려는

한 줄 시의 몸부림이었다.


화려한 관직을 꿈꾸던 청년은

세월 속에서 시인으로 바뀌었다.

그 꿈은 좌절이 아니라 변신이었고,

개인의 상처는 문학의 힘이 되었다.


세태문학의 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으나

그는 끝내 멈추지 않았다.

한 줄 시가 역사의 기록이 되고

한 권 시집이 한 세대의 초상이 되었다.


시인은 이제 증언한다.

“삶은 때로 무너지고,

시인은 때로 쓰러지지만,

진실은 언제나 다시 일어난다.”


리얼리즘은 그의 운명이었고

세태문학은 그의 사명이었다.

그렇게 박두익 시인의 문학은

오늘도 꺼지지 않는 증언으로 남아,

1980년대의 함성을 지금까지 이어주고 있다.


**********


<평론>

박두익, 리얼리즘 문학>





<서론> 증언으로서의 문학


박두익 시인의 문학적 궤적은 단순히 개인의 삶을 넘어, 시대의 집단적 경험을 증언하는 기록이었다. 고등고시 합격이라는 사회적 영예와 안정된 길을 마다하고, 그는 역사의 광장으로 나아갔다. 그 결과 사회적으로는 좌절과 낙인을 맞았지만, 문학적으로는 리얼리즘의 새로운 주체가 되었다.

그의 문학은 좌절을 미화하지 않았고, 고통을 회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현실의 잿빛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며, 그것을 언어로 남겼다. 이 점에서 박두익의 문학은 단순한 개인 서사가 아니라, 1980년대 한국 사회의 집단적 기억을 담는 사회적 증언의 장으로 기능한다.



<1980년대의 시대적 배경>


1980년대 한국은 군부 독재의 압제와 민주화 운동의 열기가 가장 첨예하게 충돌한 시기였다. 광주민주화운동의 피어린 상흔은 여전히 생생했고, 대학가와 거리는 끊임없는 시위와 최루탄 연기로 가득했다. 청년들은 자유를 외쳤고, 권력은 폭력으로 억눌렀다.

바로 이 시기에 청년 박두익 시인은 사회의 기성 질서와 타협하지 않았다. 그는 안정된 길을 버리고 거리의 함성 속으로 들어섰다. 이는 개인적 선택을 넘어선 시대적 숙명이었다. 그의 문학은 이 공기를 흡수하며 태어났고, 때문에 작품 곳곳에서 1980년대의 긴장과 고통, 그리고 희망의 흔적이 강렬하게 드러난다.



<청춘의 희망과 꺾인 길>


박두익 시인의 청춘은 두 얼굴을 지녔다. 하나는 고등고시 합격이라는 성공의 빛이었고, 다른 하나는 민주화 운동 주동자로 낙인찍혀 임용에서 배제된 좌절의 그림자였다. 이 이중성은 곧 그의 문학적 토양이 되었다.

합격증이 사회적 성공의 상징이었다면, 임용 탈락은 권력의 폭력이 개인에게 가한 징표였다. 그러나 그는 좌절에서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그 상처를 언어로 바꾸어냈고, 그 언어는 곧 세대적 공감의 언어가 되었다. 청춘의 상처가 문학의 자산이 된 것이다.



<사실문학의 토대와 전통>


박두익 시인은 사실문학의 계보에 서 있다. 사실문학은 꾸밈을 배제하고,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기록하는 문학적 태도다. 그의 작품에는 거리의 함성, 노동자의 거친 손, 서랍 속 합격증 같은 구체적 이미지가 등장한다. 이 모두가 현실의 직접적 단면이었다.

그의 사실문학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선다. 그는 현실을 기록함과 동시에 그 이면에 숨어 있는 모순과 불의를 드러냈다. 이는 곧 사실문학이 단순한 묘사가 아니라, 현실을 해부하고 고발하는 문학임을 증명한다.



<리얼리즘 문학의 본질>


리얼리즘은 단순히 현실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현실의 모순을 폭로하고, 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문학적 힘이다. 박두익 시인의 시는 개인적 체험을 넘어, 한 세대가 공유한 역사적 아픔을 담아냈다.

그는 좌절의 서사를 개인적 울분에 가두지 않고, 사회 구조의 부당함과 연결시켰다. 개인의 실패가 곧 시대의 구조적 폭력의 산물이었음을 보여줌으로써, 그의 리얼리즘은 개인과 사회의 교차점을 밝혀냈다.



<세태문학의 의미와 확장>


박두익 시인의 또 다른 문학적 지향은 세태문학이다. 세태문학은 한 시대의 생활상과 아이러니를 포착하고, 풍자와 기록을 통해 현실을 드러낸다.

그는 기득권의 허위와 서민의 고단함을 동시에 드러냈다.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는 세태의 초상은 그의 시 속에서 생생히 살아났다. 세태문학은 단순한 풍자가 아니라, 한 시대의 정신적 자화상이었다.



<억눌린 자들의 목소리>


박두익 시인의 시에는 사회적 약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공장의 노동자, 거리의 학생, 기득권에서 밀려난 서민. 그는 이들의 삶을 기록하며 문학을 억눌린 자들의 대변자로 세웠다.

그의 문학은 지배계급의 언어가 아니라, 침묵당한 이들의 언어였다. 그는 그들의 목소리를 시 속에 불러내어, 존재의 가치를 확인시켜 주었다.



<사회와 개인의 교차점>


박두익의 임용 탈락은 개인적 사건이었으나, 사실상 사회 구조의 폭력이었다. 권력이 한 개인의 삶을 꺾은 사건은, 동시에 수많은 청년들의 운명이기도 했다.

그의 시는 이 개인적 체험을 사회적 구조 속에 위치시켰다. 개인의 상처와 사회의 모순이 맞닿는 지점에서, 문학은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문학적 형식과 언어>


박두익 시인의 언어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는 담백하고 직설적인 표현을 택했다. 그러나 바로 이 꾸밈없는 언어가 현실의 무게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냈다.

그의 시는 군더더기 없는 리얼리즘 언어로 시대를 기록했고, 이로써 작품은 현실을 감추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하는 힘을 갖게 되었다.



<박두익과 한국 리얼리즘의 계보>


한국 리얼리즘 문학은 김수영, 신동엽을 거쳐 1980년대의 새로운 세대로 이어졌다. 박두익은 바로 이 계보 속에서 민주화 운동의 증언자로 자리한다.

그는 자신의 시를 통해 1980년대의 청년들이 겪은 억압과 좌절, 그러나 꺼지지 않던 희망을 기록했다. 그 이름은 한국 리얼리즘 문학의 역사 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좌표가 된다.



<사회적 낙인과 문학적 승화>


데모 주동자라는 낙인은 사회적 배제였으나, 문학적으로는 오히려 증언자의 자격이 되었다. 사회적 억압은 그를 침묵시키지 못했고, 오히려 더 강렬한 언어로 탈바꿈했다.

그의 시는 억눌림이 시가 되고, 좌절이 언어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이 변환이야말로 문학의 힘이며, 리얼리즘의 진실이었다.



<세태문학과 리얼리즘의 융합>


박두익 시인의 시에는 세태문학의 풍자성과 리얼리즘의 진지함이 동시에 살아 있다. 그는 시대를 웃음으로 비틀면서도, 그 밑바닥의 고통을 직시했다.

웃음과 눈물, 풍자와 고발이 교차하는 작품 세계는 독자에게 입체적 현실을 전달했다. 두 문학적 지향이 융합되며, 그의 작품은 더욱 깊이 있는 현실성을 획득했다.



<현대적 의미와 현재성>


박두익 시인의 문학은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오늘에도 유효한 거울이다. 불평등, 억압, 사회적 모순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의 작품은 오늘의 독자에게도 현실을 직시하라는 요청이 된다.

리얼리즘은 특정 시대의 산물이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는 한 끊임없이 갱신되는 문학의 태도다. 박두익의 문학은 그 사실을 가장 선명하게 증명한다.



<결론 리얼리즘의 불꽃>


박두익 시인은 좌절한 청년이었고, 사회의 피해자였으나, 동시에 시대의 증언자이자 리얼리즘의 계승자였다.

그의 문학은 개인의 실패에서 시작한 듯하였으나, 곧 한 세대의 진실을 담는 불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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