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박성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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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예 문학기행 시인들이 탄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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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 이인애 시인
버스 안은 이미 시집이다.
앞자리에 앉은 고수 시인은
커피 대신 은유를 마신다.
눈빛 한 번 번뜩이면 단어들이 선착순 줄을 선다.
미소 한 모금에도 서정이 묻어난다.
뒤쪽엔 다정한 시인이 있다.
창밖의 구름에도 인사를 건네고
참새 한 마리에도 운율을 얹는다.
“아, 저 나무 참 시 같다.”
말끝마다 가을 향수가 묻어나는 사람.
한편엔 내숭 시인이 조용히 앉아 있다.
“나는 아직 미발표야.”
“이건 시가 아니라 메모일 뿐이야.”
그러면서도 노트 속엔 금빛 구절들이 반짝인다.
발표 안 하려는 척,
이미 마음속엔 시집 발표 기자회견 중이다.
버스는 달린다,
비유와 현실 사이로, 낭만과 로망 사이로.
기사 아저씨는 시를 몰라도
이미 시적 분위기다.
창밖의 들판이 손뼉 치고
가을바람이 읊조린다.
신문예 시인들이 탄 버스,
그 안이 오늘 세상에서 제일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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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애 시인의 이 작품은 일상 속 작은 공간에서 시의 본질을 찾아내는 놀라운 감각을 보여준다.
버스라는 현실적 장소가 시인의 시선 아래에서 문학의 무대로 바뀌며, 평범한 순간이 서정의 장면으로 변모한다.
“버스 안은 이미 시집이다.”라는 선언은 시인의 존재론적 확신을 담은 문장이다.
시란 특별한 영감이나 장소에서만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숨결 속에서 스스로 살아난다는 사실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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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자리에 앉은 고수 시인은 언어의 장인이다.
“커피 대신 은유를 마신다.”라는 표현은 그가 얼마나 언어와 하나 되어 사는지를 보여준다.
그에게 시는 일상의 커피이자 영혼의 연료다.
그의 눈빛은 단어를 길들이는 불빛이고, 그의 미소는 한 편의 시다.
이 장면은 시를 업으로 삼은 이들의 고요한 긴장을 드러내며,
한 인간이 언어와 함께 호흡하는 삶의 단단한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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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쪽 좌석의 다정한 시인은 세상과 대화하는 화자다.
그는 구름에도 인사를 건네고, 참새 한 마리에게도 리듬을 붙인다.
그의 세계에서는 모든 사물이 시의 친구가 된다.
그는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말을 걸고, 그 속에서 시의 온기를 찾아낸다.
“아, 저 나무 참 시 같다.”라는 말은 단순한 감탄이 아니라,
세상을 시로 보는 눈, 즉 시적 인식의 탄생 순간이다.
그는 세상을 다정하게 바라보며, 언어를 따뜻하게 가꾸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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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내숭 시인은 웃음을 자아내는 존재다.
그는 자신을 감추려 하지만 이미 드러나 있고,
겸손한 척하면서 속으로는 시집의 제목을 정하고 있다.
이 모습은 문학인들의 익숙한 풍경을 유머로 비춘다.
그러나 이 유머는 조롱이 아니라 따뜻한 이해의 시선이다.
시인은 인간의 허영과 불안을 품어 안으며, 그것마저 시의 일부로 끌어올린다.
“이미 마음속엔 시집 발표 기자회견 중이다.”라는 구절에는
작가로서의 설렘, 자의식, 자부심이 모두 담겨 있다.
이것이야말로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의 솔직한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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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달린다, 비유와 현실 사이로, 낭만과 로망 사이로.”
이 대목은 시의 중심축이다.
비유와 현실은 문학의 두 바퀴이며, 낭만과 로망은 그 바람이다.
이 버스는 단지 이동이 아니라 시의 여정이다.
시인들은 현실을 떠나지 않으면서도,
현실 너머의 감정과 꿈을 향해 나아간다.
그 길 위에서 시는 멈추지 않는다.
삶의 골목마다 새로운 비유를 발견하며,
그들은 여전히 언어라는 휠을 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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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아저씨는 시를 몰라도 이미 시적 분위기다.”
이 구절은 작품 전체의 정서를 완성시킨다.
시를 모르는 사람조차 시 속에 살고 있다는 깨달음,
그것이 이 시가 말하고자 하는 문학의 본질이다.
시는 학문이 아니라 삶이다.
사람의 일상 속에는 이미 시가 있다.
운전사의 무심한 손길, 창밖의 들판, 바람의 흔들림마저
모두가 시가 된다.
이 구절은 예술의 민주화, 즉 시가 모든 사람의 영혼 속에 깃들어 있다는 아름다운 선언이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은 조용한 마침표이자 찬가다.
“신문예 시인들이 탄 버스, 그 안이 오늘 세상에서 제일 따뜻하다.”
이 따뜻함은 단지 온도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 사이의 온기, 문학이 만들어내는 연대의 온도다.
서로 다른 시인들이 하나의 공간에 모여 웃고, 이야기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순간,
그 안에서 문학은 다시 살아난다.
이 장면은 오늘의 문단이 잊고 있던 공동체의 감정을 되살린다.
문학은 혼자 쓰는 고독이 아니라,
함께 나누는 온도의 예술임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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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시인들의 자화상이면서 동시에,
문학 그 자체의 초상이다.
이인애 시인은 시단의 모습을 유머와 서정으로 엮어,
사람과 사람, 언어와 언어가 만나 생기는 시적 공명을 보여준다.
이 버스는 단지 도로 위의 차가 아니라,
시의 심장, 문학의 순례, 인간의 여정이다.
비유와 현실을 오가는 그 길 위에서,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된다.
시는 결국 사람을 향해 달려가는 버스다.
그 버스 안에 웃음이 있고, 침묵이 있고, 사랑이 있다.
그리고 그 버스가 존재하는 한,
문학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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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예 문학기행 시인들이 탄 버스는
이 시대 시인들의 초상화를 해학과 감동으로 그려낸 아름다운 기록이다.
이인애 시인은 유머를 잃지 않되, 진심을 잊지 않았다.
평범한 풍경을 통해 시의 본질에 ‘사람과 사람의 따뜻한 동행’을 새겨 넣었다.
그 버스 안에서 문학은 숨 쉬고, 웃으며, 여전히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