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박성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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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만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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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안혜초
장미라면 어느 장미라도
그 향내가
비슷하지요
국화 역시 어느 국화라도
그 향내는
비슷하고요
사람은 다르지요 같은 이름이라도
사람은 저마다
그 사람만의
향내를 갖게
되지요
그대만이
갖고 있는
그대만의 향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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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독교적 인간 이해로 본 향기의 시학
<서론>
향기로 드러나는 ‘하나님의 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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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초 시인의 〈그대만의 향기〉는 단순히 감각적 아름다움을 묘사한 시가 아니다.
이 작품은 인간의 고유성을 찬미하며, 각자에게 부여된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을 시적 언어로 표현한다.
‘향기’는 곧 인간 존재의 내면적 품격이며, 보이지 않는 영혼의 빛이다.
시인은 자연의 질서 속에서 인간의 차이를 발견하고, 그 차이가 곧 하나님께서 부여하신 다양성의 은혜임을 노래한다.
이 시는 결국 “너희는 그리스도의 향기라”(고린도후서 2장 15절)는 말씀의 시적 실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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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와 국화
창조 질서의 아름다운 보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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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라면 어느 장미라도 / 그 향내가 비슷하지요”
“국화 역시 어느 국화라도 / 그 향내는 비슷하고요”
시의 첫 두 연은 창조 세계의 질서와 조화를 보여준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자연은 아름다움의 공통분모를 지닌다.
장미와 국화는 서로 다르지만, 각 종 안에서는 일정한 향기를 나누며 살아간다.
이것은 하나님의 창조가 혼돈이 아니다. 조화의 법칙에 기초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그러나 시인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자연의 유사성 너머에 존재하는, 인간만이 가진 특별함을 향해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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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전환, “사람은 다르지요”의 신학적 의미
“사람은 다르지요 같은 이름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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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절은 시의 중심축이자, 기독교적 인간관의 핵심을 상기시킨다.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한 틀 안에서 찍어내듯 만드신 것이 아니라,
각 사람을 그분의 형상대로 다르게 창조하셨다.
즉, 인간의 다름은 불완전함이 아니다. 창조주의 계획 안에서의 다양성이다.
하나님은 우리를 동일하게 만들지 않으셨고,
각자의 향기로 세상을 풍요롭게 하도록 부르셨다.
이 “다름”은 죄가 아니라, 은혜의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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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의 은유는 성품과 믿음의 향기로 드러나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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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는 보이지 않지만, 반드시 느껴진다.
시인은 이 향기를 인간의 인격과 믿음의 열매로 본다.
겉모습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의 향기,
행동보다 깊은 것은 신앙에서 피어나는 내면의 향기다.
성경에서 향기는 자주 하나님께 드려지는 제물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그리스도께서는 하나님께 향기로운 제물이 되셨다”(에베소서 5장 2절).
마찬가지로, 인간의 삶 속에서 피어나는 선함과 사랑의 향기는
하나님께서 기뻐 받으시는 영적 향기다.
시인이 말하는 “그대만의 향기”란,
곧 하나님께서 각 사람에게 심어주신 믿음의 향기이자,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도록 주신 은총의 향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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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조의 미학을 온유함으로 전하는 사랑의 리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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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명령이 아니라 대화다.
“비슷하지요”, “비슷하고요”, “다르지요”, “되지요”
이 부드러운 어미들은 마치 목자가 양에게 말을 건네는 듯한 온유한 리듬을 형성한다.
강요하지 않고, 설득하지 않고, 오직 사랑으로 초대한다.
이는 예수의 말씀 방식과도 닮아 있는 것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너희는 그리스도의 향기라.”
즉, 시의 언어는 하나님의 사랑처럼 부드럽지만 변함없는 확신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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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연에 ‘그대만의 향기’, 존재의 은총
“그대만이 / 갖고 있는 / 그대만의 향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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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말은 단순한 감상적 문장이 아니라, 신학적 선언이다.
하나님께서는 누구에게나 고유한 향기를 허락하셨다.
그 향기는 비교나 경쟁의 대상이 아니다.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피어나는 선물이다.
시인은 “그 향기를 얻으라”라고 명하지 않는다.
이미 하나님 안에서 “갖고 있다”라고 말한다.
이는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선이 아니다. 하나님께 받은 은혜임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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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학적 성찰 타인의 향기를 인정하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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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만의 향기〉는 단지 개인의 자존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시인은 타인의 향기를 존중하는 태도 또한 강조한다.
서로 다른 향기를 가진 사람들,
그 다양성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공동체를 이룬다.
다름을 거부하지 않고, 각자의 향기를 존중할 때,
우리는 비로소 그리스도의 향기를 나누는 참된 사랑의 공동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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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향기로 사는 사람, 향기로 남는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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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만의 향기〉는 인간의 개별성을 넘어 영적 품격과 신앙의 향기를 노래한 작품이다.
이 시는 기독교인의 삶이란 곧 향기의 삶임을 일깨운다.
말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은 행동이며,
행동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은 마음의 향기다.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니”(고린도후서 2:15).
이 구절처럼, 시인은 인간의 존재를 하나님의 손길로 빚어진 향기로 본다.
그 향기는 오만이 아니라 겸손으로,
경쟁이 아니라 사랑으로 세상에 스며든다.
결국 이 시가 전하는 메시지는 단 하나,
당신은 이미 하나님의 향기이다.
세상에 그 사랑을 퍼뜨릴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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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만의 향기를 잃지 마세요.
그것이 곧, 하나님께서 안혜초 시인에게 맡겨주신 사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