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김석인 시인-도산의 등불》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박성진 문화평론가


〈도산의 등불〉

김석인 시


어둠 짙은 나라의 새벽에

한 사람이 등불을 들었습니다.

그 빛은 작았으나,

바람에 꺼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말보다 먼저 행동하였고,

이름보다 먼저 나라를 품었습니다.

사람이 하늘이라 믿으며

스스로를 낮추어 길이 되었습니다.


낯선 땅의 추위 속에서도

그의 마음은 언제나 조국의 봄이었습니다.

젊은이의 눈물로

희망을 심던 그 손길


이제 우리는 그 불씨를 이어

또 다른 새벽을 맞이합니다.

도산의 등불이여,

오늘도 우리 가슴속에서 타오르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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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윤리의 불꽃, 실천의 시학으로 읽는 〈도산의 등불〉”



서론>

시로 다시 켜는 민족의 불빛

김석인 시인의 〈도산의 등불〉은 도산 안창호 선생의 생애를 찬양이 아닌 성찰의 빛으로 조명한 헌정 시이다.

이 작품은 위인전적 서술이나 감정적 숭배를 벗어나, 한 사람의 도덕적 결단이 어떻게 시대의 어둠을 밝히는 행동의 미학으로 승화되는지를 간결하게 드러낸다.

시의 언어는 웅변이 아닌 ‘고요한 윤리’의 어조로 흐른다. 등불은 단순한 조명도, 상징적 장식도 아니다. 그것은 한 시대의 정신적 실천의 등불이며, ‘빛의 지속성’이 곧 도산 사상의 본질이다.


시의 중심 구조는 네 개의 장면으로 나뉜 도덕의 서사다.


서막>

어둠과 빛의 대조

첫 연의 “어둠 짙은 나라의 새벽”은 시간과 정신을 이중적으로 표현한다.

‘새벽’은 아직 완전한 낮이 아니며, ‘희망의 문턱’이다.

한 사람의 등불은 작지만 꺼지지 않으며, 이는 절망 속의 윤리적 자율성을 상징한다.

시인은 ‘크고 강한 빛’보다 ‘작고 꺼지지 않는 빛’을 강조한다.

그것이 바로 도산의 리더십과 인내의 리더십이다.


*윤리의 핵심 말보다 행동, 이름보다 나라

두 번째 연에서 시인은 ‘말’과 ‘이름’을 부정의 축으로 배치한다.

이는 구호나 명예보다 행동과 헌신을 우선한 도산의 철학을 직접적으로 언어화한 구절이다.

“사람이 하늘이라 믿으며 / 스스로를 낮추어 길이 되었다”는 구절은 도산 사상의 중심축인 ‘인존(人尊)’과 ‘섬김의 리더십’을 압축한 구절이다.

이 문장은 단순한 찬사가 아니라, 지도자의 윤리적 조건을 철학적 문장으로 승화시킨 표현이다.


*유배와 희망 ‘추위 속의 봄’이라는 정신의 온도

세 번째 연은 시의 감정적 핵심이다.

“낯선 땅의 추위 속에서도 / 그의 마음은 언제나 조국의 봄이었습니다.”

외적 냉기(추위)와 내적 온기(봄)의 대조는, 고난 속에서도 식지 않은 도산의 신념의 온도를 보여준다.

“젊은이의 눈물로 희망을 심던 그 손길”은 흥사단 창립 등 청년교육의 상징적 장면을 환기시키며,

절망의 눈물이 미래의 씨앗이 되는 ‘정신적 농사’의 이미지로 확장된다.

시인은 이 한 행으로 도산의 민족 교육철학을 시적으로 요약한다.


*계승과 청유에 있어 오늘의 윤리적 명령

마지막 연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현재형의 다짐’이다.

“이제 우리는 그 불씨를 이어”에서 주체가 ‘그’에서 ‘우리’로 이동한다.

시인은 독자를 동참자로 호명하며, ‘등불’의 주체를 과거의 인물에서 현재의 우리 모두로 확장한다.

마지막 구절 “오늘도 우리 가슴속에서 타오르소서”는 시적 기도이자 윤리적 맹세다.

그것은 단순히 ‘기억’하자는 말이 아니라, 다시 행동하자는 요청이다.


시어 분석에 있어 단단한 정신의 어휘 지도

상징어 의미 문학적 효과


등불 신념의 지속성, 인간 내면의 도덕의 불빛 시 전체의 중심 상징. ‘작지만 꺼지지 않음’으로 리더십의 핵심을 표현.

바람 시련, 외압, 시대의 부정적 조건 ‘바람에 꺼지지 않았다’는 구절에서 내적 강인함을 강조.

길 헌신과 인도의 상징 스스로를 낮추어 타인을 인도하는 도덕적 겸허의 표상.

봄 재생과 희망의 계절 추위와 대비되어 정신적 온도를 형상화.

불씨 정신의 계승, 공동체의 연대 개인의 윤리를 공동체적 사명으로 확장시킴.



시어가 교차하며 시의 구조적 리듬과 철학적 통일성을 만든다.

모든 단어는 윤리적 개념이면서 동시에 자연의 이미지로서 작용하여,

도덕의 추상성을 감각적으로 현실화시킨다.



문체와 리듬에 있어서 절제된 산문시적 운율이 따르며

김석인 시인의 가장 큰 미학은 절제와 명료함을 보여준다.

이 시에는 장식적 비유가 없다. 대신 짧은 구절마다 신념의 단단함이 있다.

‘—습니다’체를 사용했음에도 교훈적이지 않은 이유는, 그 어조가 설교가 아닌 증언이기 때문이다.

문장은 단호하지만 조용하다. 도산의 인품을 닮은 문체다.

끝 연의 청유형 ‘타오르소서’는 단 한 번의 상승을 통해 시 전체를 영혼의 기도로 마감한다.



주제 해석, 행동하는 윤리, 도산의 정신의 시적 전승

〈도산의 등불〉은 도산 안창호의 삶이라는 역사적 내용을 다루지만,

결국 시인은 그 삶의 외형보다 윤리적 에너지의 본질에 주목한다.

그것은 행동하는 양심, 말보다 행동과 빛의 지속, 이라는 세 가지 핵심 주제로 압축되었다.

이 시는 우리에게 “당신의 등불은 지금 어디서 켜져 있는가?”라는 도덕적 질문을 던진다.

따라서 작품은 추모시가 아니라 윤리적 자기 점검의 거울시로 읽힌다.



현대적 가치 지금 시대의 ‘도산의 등불’

오늘의 한국 사회는 여전히 ‘어둠 짙은 새벽’을 반복한다.

부패, 불신, 냉소가 만연한 시대 속에서 김석인 시의 등불은 도덕의 원형 복원을 요청한다.

그 빛은 거창한 혁명이 아니라, 작은 실천의 지속과 약속을 지키고, 진실을 말하고, 책임을 다하는 삶이다.

‘도산의 등불’은 과거의 유산이 아니다. 오늘을 견디게 하는 도덕의 심장불꽃이다.



결론 — 작은 빛이 큰 어둠을 이긴다

김석인 시인은 이 작품에서 위인을 신격화하지 않고, 인간의 윤리를 생활의 언어로 되살린다.

〈도산의 등불〉은 단지 안창호의 초상이 아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시민의 내면에 있는 작고 꺼지지 않는 불씨에 대한 찬가이다.

그 불빛은 거창한 영웅담보다 오래 남는다.

김석인 시인의 “작지만 꺼지지 않는 빛”- 그것이 바로, 시대가 다시 켜야 할 도산의 등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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