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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김석인 시인-노산 이은상 선생님을 기리며》

박성진 시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박성진 문화평론가


〈노산 이은상 선생님을 기리며〉


夕江 김석인 시인


한 시대의 등불처럼 서서

말 한마디, 글 한 줄에도

나라의 숨결을 일으키던 분,

그 이름 노산 이은상 선생님.


흙먼지 일던 이 땅의 가난한 골목에도

선생님의 문장은 새벽을 여는 종소리였고,

갈라진 민족의 가슴 위에는

조용히 흘러드는 치유의 강물이었습니다.


나라가 어지러울 때는

시로 길을 내어 국민의 마음을 세우셨고,

역사가 흔들릴 때는

한 줄의 곧은 글씨로 민족의 버팀목이 되셨습니다.


선생님 떠나신 자리에

이제는 깊은 침묵만이 내려앉았으나,

그 침묵 속에서도

선생님의 숨결은 바람으로 되살아

우리 마음의 깃발을 일으킵니다.


오랜 세월을 건넌 말씀은

아직도 우리의 어깨를 바로 세우고,

노래가 된 선생님의 혼은

후학들의 가슴속에서 다시 타오릅니다.


노산 선생님,

선생님이 남기신 길 위에

오늘의 우리가 다시 서 있습니다.


선생님의 언어는

이 땅의 희망이 된 기도이며,

민족을 품었던 영혼의 자리입니다.


저 하늘 맑은 곳에

보랏빛 자유가 흐르고 있다면,

그곳에서도 선생님은

조용히 나라를 위해 시를 쓰고 계시겠지요.


삼가 머리 숙여

선생님의 높은 뜻을 기리며,

남은 이들은

선생님의 노래처럼 바르게, 뜨겁게,

이 나라의 내일을 노래하겠습니다.


내가 즐겨 부르던 노래

가고파, 사우 등을 부르며


************


〈노산 이은상 선생님을 기리며〉


문화평론가 박성진


‘노산’이라는 이름 앞에


夕江 시인의 이 헌정 시는 한 문인의 생애에 바쳐진 단순한 추모가 아니다.

이는 한 민족의 정신을 세운 문인의 자취를 다시 세우는 일이며,

우리의 문학과 역사에 새겨진 깊은 결을 되살리는 작업이다.


노산 이은상은 시인이었고, 교육자였으며, 민족정신을 일으켜 세운 사상가였다.

그의 언어는 정서를 넘어 정신을 일으키는 힘이었고,

그의 글은 시대의 무너진 마음을 곧게 세우는 버팀목이었다.


‘등불처럼 서서’라는 선언


시의 첫 구절 “한 시대의 등불처럼 서서”는

노산을 규정하는 데 가장 정확한 표현이다.

여기서 등불은 단순한 밝힘이 아니다.

방향을 잃은 민족에게 길을 보여주는 존재,

흔들리는 시대에 정신의 중심을 다시 잡아주는 자이다.


서서라는 동사는 더욱 의미심장하다.

문인은 앉아서 글만 쓰는 존재가 아니라,

시대의 어둠 속에 직립하여 빛을 만들어내는 존재임을 뜻한다.


말 한마디의 무게


“말 한마디, 글 한 줄에도 나라의 숨결이 일었다”는 구절은

노산의 언어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한다.

그의 글은 단순한 감상이나 취향의 산물이 아니라,

민족적 품위, 지성과 정서, 윤리적 중심을 일으키는 말이었다.

가곡 가고파, 사우 등은 노래의 형식을 통해

수많은 사람에게 ‘살아 있는 정신’을 전달했다.


골목에서 민족의 가슴으로


시인은

“흙먼지 일던 가난한 골목”

“갈라진 민족의 가슴”

이라는 대조적 공간을 병치한다.

노산의 문학이 품은 스펙트럼은 넓다.

생활의 골목에서 민족 전체의 가슴까지,

그의 언어는 개인의 서정과 민족의 운명을 동시에 어루만졌다.

새벽을 여는 종소리,

흘러드는 치유의 강물이라는 비유는

그 언어가 가진 회복의 힘을 드러낸다.


길을 내는 시, 버팀목이 된 글씨


나라가 흔들릴 때

노산의 시는 길이 되었고,

그의 글씨는 버팀목이 되었다.

이는 그의 문학이 단순한 미적 성취가 아니라

윤리적 실천의 영역이었다는 뜻이다.

그는 시대를 선동하지도 않았고,

힘에 기대지도 않았다.

다만 바르게 쓴 한 줄로

시대의 중심을 세웠다.


침묵의 의미


노산의 부재는

“깊은 침묵”이라는 형태로 시에서 등장한다.

그러나 그 침묵은 공백이 아니다.

오히려 더 넓은 울림을 만들어낸다.

떠난 자의 침묵은

바람으로, 기도로, 노래로 변해

남아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다시 일으킨다.

시인은 그것을

“깃발을 일으킨다”는 말로 형상화했다.


오랜 세월을 건너오는 말


오랜 강을 건너온 말씀은

노산 문학의 시간적 의미를 보여준다.

노산의 언어는 유행하는 정서가 아니라

사람의 품격과 시대의 방향을 지키는 말이다.

그의 글이 지금까지 살아 있는 이유는

정직하고 담백하며,

감상에 빠지지 않고,

선동을 거부하며,

지성을 잃지 않는 언어였기 때문이다.


노래로 살아남은 혼


노산의 작품이 지닌 독보적 위치는

그의 시가 ‘노래’로 남았다는 점이다.

가곡은 시보다 오래 산다.

사람의 입을 통해 이어지고,

세대가 달라져도 다시 태어난다.

시인은

“노래가 된 선생님의 혼은 후학들의 가슴에서 다시 타오른다”라고 말한다.

이것은 문학이 음악을 얻을 때 생기는 영혼의 확장이다.


남은 이들의 자리

“선생님이 남기신 길 위에 오늘의 우리가 다시 서 있습니다.”

이 한 구절은

이 시의 결론이자 미래를 여는 문이다.

노산의 길은 과거의 길이 아니다.

오늘 우리가 다시 선택해야 하는 길이다.

바르게, 뜨겁게.

이 말은 단순한 미덕이 아니라

노산이 실제로 살아낸 삶의 태도이다.


마무리: 노산의 정신과 이 시가 남기는 유산

夕江-김석인 시인의 헌정 시는

노산 이은상을 향한 경의임과 동시에

이 시대의 문인이 지켜야 할 정신을 복원하는 작업이다.

노산의 언어는

정직한 말, 담백한 말,

민족을 품되 선동하지 않는 말이었다.

이 시는 그 정신을 현재로 불러오며

문학이란 무엇인가,

문인의 품격이란 어디 있는가를

다시 묻는다.

따라서 김석인 시인의 헌정 시는

추모를 넘어

한 시대의 정신을 다시 세우는

정신적 기념비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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