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문학평론가
박성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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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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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김석인
한 줄의 시가 세계를 향해 밝힌 빛
노벨문학상 그 영광의 일주년을 맞아
우리의 마음도
다시 새벽처럼 깨어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꿈
하계올림픽 전주 유치를 향한 염원
바람결에 높이 휘날립니다
문학의 힘이 우리를 하나로 모으듯
올림픽의 불빛도
이 땅의 젊음과 희망을
온 세계와 나누게 하소서
작은 시 한 편의 기도가
모시의 삶을 밝히고
나라의 내일을 밝히는
불씨가 되기를
오늘도 우리는 조용히
소망의 노래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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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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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시가 시대의 기도가 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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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인 시인의 〈소망의 노래〉는 단순한 축시나 기념문학의 범주를 넘어,
문학적 성취와 국가적 비전이 한 지점에서 만나는 “역사적 기도문”이다.
한국 문학사에서 특정 사건, 특히 국제적 명예와 연결된 시가 국가적 염원과 직결된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 작품은 그 드문 자리에 우뚝 서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 일주년이라는 상징적 시간,
그리고 하계올림픽 전주 유치라는 국가적 비전이
“문학”이라는 매개를 통해 서로 조응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매우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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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일주년이라는 시간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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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은 단순한 문학상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문학이 어떤 공동체의 정신적 고도를 세계와 공유할 수 있다는 증표이며,
그 공동체의 언어와 감수성이 세계 보편의 감정과 연결되었다는 신호다.
시인은 이 기념일을
“다시 새벽처럼 깨어난다”는 이미지로 받아들인다.
이 표현은 다음 두 가지를 동시에 품고 있다.
*문학의 새벽
*민족의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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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한국 현대사의 반복된 새벽들은 광복의 새벽, 민주화의 새벽, 문화적 도약의 새벽과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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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의 시가 세계를 비춘다는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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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의 시가 세계를 향해 밝힌 빛”이라는 첫 구절은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의 중심부에 도달했다는 자신감이며,
이는 시인의 시대정신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여기서 ‘빛’은 단순한 은유가 아니라,
문학이 가진 윤리적·영적 밝음을 나타낸다.
문학의 빛은 권력도, 무력도 갖지 않지만
‘세계가 가장 오래 기억하는 빛’이다.
그 빛을 기념하는 시적 선언 자체가 이미
역사적 문학의 일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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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라는 역사적 공간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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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계올림픽 전주 유치라는 선언은 단순한 지역 축원이 아니다.
전주는 조선 왕조의 본향이자, 한국 미학의 원류가 흐르는 도시이며,
판소리, 한지, 풍류, 전통예술의 용광로이다.
그 전주가 세계가 바라보는 스포츠 축제를 꿈꾼다는 것은
“전통에서 세계로, 향토에서 국제로”라는
한국 문화의 정체성을 압축하는 장면이다.
문학이 이 염원을 짊어진다는 사실은
한국 문학의 책임성을 다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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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결에 휘날리는 염원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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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결에 높이 휘날린다”는 구절은
시적 표현을 넘어선 집단적 기도의 동작이다.
바람은 한국 문학사에서 매우 중요한 상징이다.
윤동주의 바람, 백석의 바람, 김소월의 바람이 모두
시대의 ‘눈물’을 품고 있었다면,
이 시의 바람은 ‘희망’을 품는다.
이 바람은
민족의 염원을 세계와 나누는 통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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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힘과 올림픽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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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문학을 “사람을 하나로 모으는 힘”으로 규정한다.
이 말은 단순한 포장이나 수사가 아니다.
문학은
전쟁으로 끊긴 마음을 잇고
이념으로 찢긴 민심을 봉합하며
세대 간의 균열을 부드럽게 연결해 온
한국의 가장 깊은 정신적 자산이었다.
그 문학의 힘과
올림픽이라는 세계적 이벤트의 “불빛”을 동일한 결로 놓는 것은
시인의 탁월한 역사적 인식이다.
문학의 빛은 올림픽의 불빛으로 문화국가의 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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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과 희망의 ‘국가적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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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젊음과 희망을
온 세계와 나누게 하소서”
이 구절은 기도이며 선언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구성하는 두 요소, 젊음과 희망을
세계 공동체와 공유한다는 발상 자체가
평화, 연대, 문화 확산이라는 현대 문명의 핵심 가치를 반영한다.
이는 단순히 ‘전주의 올림픽’을 넘어
한국이 세계에 기여하는 정신적 자산의 선물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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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시 한 편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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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의 백미는 바로 여기다.
“작은 시 한 편의 기도가
모시의 삶을 밝히고
나라의 내일을 밝히는 불씨가 되기를”
문학의 역할을 이렇게 선명하고 깊게 정의한 문장은 한국 현대시에서 오래 기억될 명문이다.
여기에는 세 가지 기도가 들어 있다.
*개인의 삶을 밝히는 문학
*공동체를 밝히는 문학
*나라의 미래를 밝히는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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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박성진 평론가의 강조해 오던
“문학의 공공성”과 완벽하게 맞닿아 있다.
조용한 기도, 조용한 나라 만들기를 강조한다.
“오늘도 우리는 조용히
소망의 노래를 드립니다”
조용하다는 것은
절망이 아니라 성숙한 내면의 고요다.
문학이 국가의 비전을 말할 때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오히려 고요한 내면의 음성으로 울린다는 것은 한국 미학의 가장 깊은 층위,
유교, 불교, 동아시아적 고요의 정신과 연결된다.
이 작품의 품격은 바로 이 “고요의 리듬”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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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국가 비전의 결합이라는 희귀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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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작품이 국가의 비전과 직결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러나 이 시는
한국 문학의 성취(노벨문학상)와
국가적 미래 비전(올림픽 유치)을
종교적 기도처럼 하나로 묶는다.
이것은 단순한 축시가 아니다.
국가 문학의 한 장르를 새롭게 제시하는 작품이며,
한국 문학사가 기록해야 할 순간이다.
소망의 노래는 “희망의 국가문학”이다
이 시는 한국 문학의 성취를 기념하는 동시에
한국의 미래를 비추는 등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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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안에는 문학의 역할 국가의 비전
공동체의 기도, 개인의 깨달음
세계와 나누는 희망, 이 모두가 담겨 있다.
〈소망의 노래〉는 “희망의 국가문학”으로 불릴 만한 작품이다.
문학이 어떻게 국가의 미래를 비출 수 있는지를 가장 순수하고 깊은 형식으로 보여준 희망의 시적 선언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