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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동주의- 연희 교정에서

박성진 시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박성진 문화평론가


〈 연희 교정에서〉


박성진


바람 한 줄이

낯선 하늘을 스칠 때마다

나는 내 이름을 조용히 불러본다.


나라 없는 학생의 하루는

책상 위 연필처럼

쓰러질 듯 서 있다가

다시 일어서는 일.


북촌 굴뚝 위로

연기 한 줄이 피어오르면

그 연기 하나도

이 시대에는

쓸쓸한 결심이 된다.


종이 울리면

친구들은 노트를 펼치지만

나는 내 안의 조용한 나라가

왜 이토록 떨리는지 모른다.


해가 기울면

달빛이 교정 창가에 내려앉는다.

그 빛 아래서

쓰지 못한 문장들은

어둠 속에 웅크리고,

쓰고 싶은 말들은

한숨처럼 조용히 흐려진다.


그래도

오늘의 마지막 줄만은 적어본다.


별 하나의 침묵이여,

잃은 나라보다 더 밝게

내 마음에 타오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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