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문학평론가
박성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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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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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사랑, 겨레사랑, 자유와 평화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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夕江 김석인
그대의 한 발걸음은
총성이 아니었습니다.
어둠 속을 오래 흔드는
낮고 깊은 울림이었습니다.
나라가 무너져도
정의만은 끝내 사라지지 않는다는
그 믿음의 울림이었습니다.
차디찬 하얼빈의 공기 속에서도
그대의 심장은
조국의 숨결을 먼저 들었고,
한 사람의 선택이
얼마나 많은 침묵을 깨울 수 있는지
몸으로 보여 주었습니다.
나라사랑은
입으로 외치는 말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태우는 불꽃이었고,
겨레사랑은
남의 아픔을
내 가슴 안으로 데려오는 일이었습니다.
자유와 평화는
그대가 목숨으로 남긴
가장 무거운 흔적이었습니다.
오늘의 우리는
그대처럼 목숨을 내놓지 않아도 되지만,
대신 마음을 내놓아야 합니다.
옳은 것을 옳다 말하고,
불의 앞에서
고개를 돌리지 않는 용기.
안중근이라는 이름은
과거의 페이지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가슴에서
다시 걸어 나오고 있습니다.
그대가 남긴 말처럼
“나라의 미래는 청년에게 있다.”
오늘의 우리는
그 문장을 가슴에 놓고
조용히 다짐합니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
평화를 지키려는 용기,
그 책임은
이제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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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안중근을 높이 부르지 않는다.
대신 곁으로 불러온다.
총을 들었던 순간보다,
그 총을 들기까지의 마음을 먼저 바라본다.
그래서 이 시에는 총성이 없다.
대신 오래 남는 울림만 있다.
하얼빈의 추위는
역사적 배경이 아니라
사람 하나가 홀로 서 있던 체온이다.
그곳에서 안중근은
분노보다 먼저 책임을 선택했고,
증오보다 앞서 미래를 생각했다.
그 사실을 시는 차분하게,
마치 이미 알고 있던 이야기처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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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이 좋은 이유는
안중근을 위대한 사람으로만 그리지 않기 때문이다.
나라를 사랑하는 일이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자기를 태우는 일이라는 걸,
겨레를 사랑하는 일이
멀리서 손뼉 치는 게 아니라
아픔을 함께 안는 일이라는 걸
시인은 너무 자연스럽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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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으로 갈수록
이 시는 우리에게 말을 건다.
목숨을 바치지 않아도 괜찮다고,
대신 마음은 내놓아야 한다고.
그 말이 무겁게 들리는 이유는
억지로 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안중근이 걸었던 방향을
조용히 보여 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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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남는 것은 질문이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위해
마음을 내놓고 있는가.
불의 앞에서
얼마나 정직하게 서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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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시에서
안중근은 과거가 아니다.
기념일도 아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 각자의 선택 앞에
조용히 서 있는 이름이다.
총성은 사라졌지만
안중근 의사의 울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