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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정연수 <둠벙>- 당신이 보석입니다》

박성진 시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박성진 문화평론가



당신이 보석입니다


정연수(둠벙)


햇살이 따뜻한 들

당신보다 따뜻할 수 없습니다


바다가 깊고 넓다고 해도

그대 마음보다

넓고 깊겠습니까


보석이 반짝반짝

빛이 난다고 해도

당신이 더욱 눈부시도록

빛이 납니다


꽃이 예쁘고 아름답고

향기가 좋다 하나

당신의 아름다움과

그대의 향기에

비교가 되겠습니까


세상에서 따뜻하고 향기롭고

배려 깊은 사람이 당신이고

마음이 넓고 넉넉한 사람이

당신입니다


오늘도 반짝반짝

빛나는

당신이 보석입니다


<보석을 발견하는 가장 인간적인 시선>


이 시를 읽으며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안도감이다. 세상이 늘 사람에게 무엇이 되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동안, 이 시는 단 한 번도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조용히 말한다. 이미 충분하다고, 이미 보석이라고. 이 단순한 선언이 오늘날 얼마나 어려운 말인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시인은 햇살과 들, 바다와 꽃이라는 오래된 자연의 언어를 빌려 사람을 바라본다. 그러나 자연은 목적지가 아니다. 비교의 도구도 아니다. 자연은 사람의 마음을 가늠하기 위한 잠시의 거울일 뿐이다. 그 거울 앞에서 자연은 늘 한 발 물러선다. 햇살도, 바다도, 꽃도 결국 사람의 마음을 이기지 못한다. 이 시의 세계에서 가장 깊고 넓은 것은 자연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다.


‘보석’이라는 말이 흔한 칭찬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시에서 보석은 값비싼 장신구가 아니다. 오래 묻혀 있어도 본질을 잃지 않는 것, 누군가의 손에 들리지 않아도 스스로 빛을 품고 있는 것, 상처가 있어도 깨지지 않는 것. 시인은 그런 의미로 사람을 보석이라 부른다. 그래서 이 칭찬은 가볍지 않고, 오히려 조심스럽다.


이 시에는 성취가 없다.

결과도 없다. 대신 태도와 마음이 있다. 따뜻함과 향기, 배려와 넉넉함. 이것들은 이력서에 적히지 않는 것들이고, 수치로 증명되지 않는 것들이다.

그러나 시인은 단호하게 말한다.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런 것들 때문이라고...

이 시는 조용히 가치의 기준을 다시 세운다.


무엇보다 이 시가 아름다운 이유는, 말하는 이가 자신을 앞세우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엔”이라는 문장도 없고, 감정의 과시도 없다. 대신에 담담하게 건네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읽는 이를 향하고 있다.

그래서 이 시의 ‘당신’은 특정한 누군가이면서 동시에, 이 글을 읽고 있는 우리 자신이 된다.


마지막에 “오늘도 반짝반짝”이라는 말은 특별한 위로가 아니다. 평범한 하루를 향한 말이다. 오늘도, 아무 일 없어 보이는 당신을 향하여 시인은 높임의

마음을 담아 당신은 보석이라는 말을 한다

이 문장은 응원이면서 동시에 책임이다. 이미 빛나고 있다면, 스스로를 함부로 다루지 말아야 한다는 조용한 당부이기도 하다.


이 시는 큰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대신 오래 남는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애쓰다 지친 순간, 이 시는 조용히 말하고 있다. 충분하다고, 이미 빛나고 있다고. 그 말 한마디로 사람을 다시 사람답게 만드는 것, 그것이 이 시가 가진 가장 깊은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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