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문학평론가
박성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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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미소 앞에서
— 박성진
미술관에 들어서자
먼저 게르니카의 침묵이 나를 쳐다본다
울고 있는 말의 입이
내 웃음보다 더 또렷하다
나는 거울을 꺼내
슬쩍 입꼬리를 올려 보지만
전쟁보다 얕은 웃음이
스스로 민망해진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모나리자가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천천히 나를 비웃고 있다
그 미소는
누구의 것도 아닌 척하면서
모두를 알고 있는 얼굴
나는 따라 웃어 보지만
내 얼굴은
금세 해설이 붙는다
“억지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유리 진열장 속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손끝으로 턱을 받치고
세상 다 아는 듯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 미소 앞에서는
웃음이 아니라
생각이 먼저 부동석
그래서 나는
세 개의 미소를 지나
내 얼굴로 돌아온다
피카소 앞에서는 들킨 얼굴
다빈치 앞에서는 해석된 얼굴
미륵 앞에서는
아직도 고정된 얼굴
그 사이에서
나는 오늘도
조금씩 웃음을 연습한다
아무도 믿지 않을 만큼
그럴듯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