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동주,박성진
<참회록>_박성진
살기 위해 붓을 놓았던 슬픈 시대
모두가 참회록을 알기에
그대 혼자서 걷는다 생각 마세요
다 같이 걷는 길
그대 언덕 위에 우리가 있기에
외로웠던 길은 잊으시오
<참회록>_윤동주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네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王朝)의 유물(遺物)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러운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