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성진
시인 박성진
■
한강 나의 갈증
또다시 달려온 한강에서
퍼올린 나의 갈증
큰 접시에 담긴 물
목마른 사내들
목을 축일 수 있을까?
갈증 나는 한강 물
깊이도 없이 말라버린 접시에
한 방울 반짝이며
남아있던 물마저
햇볕이 반짝거리며
핥아버린다.
날아가던 새마저
접시 위에 똥을 싸고
비웃듯이 소리를 내며
날아간다
손위에 있던
큰 접시 바라보며
타는듯한 갈증에 숨이 멎는다
한강에 남겨두었던
의식의 나무는 더
초췌해진 시 한 편을
긁적 긁적인다.
목마르지 않은
나의 한강을 바라보며
한강은 또 다른
나의 갈증을 불러일으킨다
문학, 문인, 예술,
보이려고
하는 행위들 보이려고 하는
분장, 가면 같은 날들
'씁쓸한 늦가을의 기억'
내 속 빈 강정은 더 말라
비틀어져가고
내 슬픈 자화상에
고개를 떨군
한강에서 나의 갈증에 되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