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성진
시인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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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운다
소년이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니다
광주 암흑
절정의 밤
깊은 아픔의 역사가 있는 곳
평화롭던 45년을 깨트리고
서울의 봄 12,3 계엄령을 선포한자
바람아 바람아 멈추어다오
헬기소리가 신성한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인들이 국회로 진입하는데
시민에게 총구를 겨누며
총열을 손으로 잡는 여인
장갑차를 몸으로 막는 청년
전 세계가 바라보는 날
대한민국이 통곡하여 운다
소년이 운다
형무소 철문에 갇혀있던
수인번호 645번
윤동주의 영혼도
운다
바람이 감옥 창살을 부수어
별빛이 길을 내어주던 시인이 부활하여
계엄령 12,3 선포한 자를 향하여
호통치던 날 인왕산 자락의 비석에 새겨있는 '서시'가 운다
계엄령 선포하던 날
거친 폭풍우 몰아치던 12,3 그날에
십자가
끌어안고 동주와
인왕산이 국민과 함께 통곡하던 날
소년이 운다
다시 한번 그 소년이
소리 내어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