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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알송알 Jun 21. 2023

호박아, 조금만 천천히

텃밭의 호박수확량이 너무 많다


호박아, 호박아. 잠깐만, 멈춰 봐.

내가 너희들 모두를 반가워할 만큼 위대하지 않아.

내가 아무리 잘 먹어도 11개가 한꺼번에 오면 곤란하고 난처하단다.

그저께는 된장찌개와 호박전으로,

어제는 카레라이스에 넣어,

오늘은 깍둑썰기해서 올리브오일에 구워 먹었어.

매일 먹고 있는데도 전혀 줄어들지 않아.

회전문에 갇힌 기분이야.


이웃들과 나누라고?

이웃집 텃밭을 보면 나에게 그런 말 못 할 거야.

게다가 이웃집이 심고 남은 모종을 나눠주어 내가 심은 거거든.


도시의 친구들에게 보낼까?

다른 작물들도 많으면 텃밭 꾸러미를 만들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나에게는 너희들 밖에 없구나.

그래도 친구 A에게 보내서 나눠 먹으라고 할까.


아니면 5일장에 들고 가서 팔아볼까?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1개 900원이고

오늘 장 보러 갔던 하나로마트에서는 1400원이더라.

얼마면 불티나게 팔릴까?


호박아 , 호박아. 천천히 올 수는 없는 거니?

일주일에 1개나 2개쯤이면 참 좋겠다.

그렇게 오면 언제나 반갑게 인사할 수 있을 것 같아.


나 지금 쫌 힘들다.

너희들을 어쩌면 좋으니?

오늘 텃밭에서 수확한 호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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