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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알송알 Aug 10. 2023

뱁새인가?

글쓰기도 잘 못하면서 책쓰기에 도전하다


“황새  쫓다 가랑이가 찢어진 뱁새가 된 기분이야.”

“아침에 신나서 깨춤 추며 서울로 간 사람이 왜 이래?”

“글쓰기워크숍인 줄 알고 신청했는데 책 쓰기 워크숍이라고 내가 말했잖아.”

“지난번에 들어서 알아. 서울나들이도 할 겸해서 계속 도전한다며?”

“응, 잘한 것 같아. 수업은 재미있어. 이번 회차 과제가 출간기획안 만들기였거든.”

“열심히 했잖아?”

“응. 그랬지. 이번 과제를 하면서 글쓰기와 책 쓰기가 다르다는 것을 조금 알겠더라고. 워크숍 첫날에 글쓰기와 책 쓰기가 다르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냥 다른가보다 했는데 이번에 확 실감이 나더라고.”

“그래서?”

“당신도 알다시피 내 글쓰기는 그냥 일기잖아. 내 일상을 기록한 글이 책이 될 수 있을까? 내가 가진 콘텐츠가 없어도 너무 없구나 싶어 일단 기가 한 번 꺾였어. 아무리 그래도 숙제를 안 할 수는 없지. 요즘 내 일기의 99%는 문경으로 이사와 처음 겪는 시골살이 이야기잖아. 기획안의 주제를 시골살이로 잡고 유사도서를 찾아보았어.”

“그래서 요즘 도서관에 가면 그런 책들만 빌려 왔구나?”

“그리고 오늘 아침 일찍 서울로 올라가서 광화문 교보도 가봤는데… 세상에나, 엄청 앉아. 귀농, 귀촌, 5도 2촌, 2도 5촌, 세컨드하우스 등등 그런데다 책의 구성이 거의 비슷비슷해. 사진도 삽화도 내가 생각한 그대로야. 내가 감탄하며 찍은 사진과 비슷한 사진이 책에도 있지 뭐야. 도시에 살다가 시골로 와서 살면 느끼고 겪는 일이 대동소이한가 봐. 나는 처음이라 신기하고 감동이고 놀랍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슷한 이야기의 반복인거지.”

“시골이 단순해서 그래.”

“암튼 그랬는데. 워크숍에서 선생님의 조언을 들었는데도 방향을 못 잡겠어. 책 쓰기는 내게 무리구나 싶어 기가 또 꺾였어.”

“당신은 참 급하구나. 처음부터 뭘 그리 잘하려고 그래. 잘하려고 하지 말고 내가 재미있으면 된다고 생각해.”

“글쓰기도 제대로 못하면서 책 쓰기가 웬 말이냐고. 내가 이걸 왜 하려고  했지? 에휴.”


터미널로 마중 나온 남편과 책 쓰기 워크숍에 대한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하며 집으로 갔다. 집에 도착하니 아이들이 집안으로 새가 들어왔었다고 호들갑이다. 작업실 화목난로 연통에서 푸드덕거리는 소리가 나서 난로 문을 열었더니 새가 날아올랐단다. 깜짝이야. 우리 집 난로 굴뚝에는 고깔모양 뚜껑이 있어 새가 들어오기 쉽지 않다. 어떻게 들어왔을까? 호기심에 고개를 들이밀었다가 발이 미끄러졌나? 들어오기는 들어왔는데 빛이 안 들어오니 눈도 캄캄하고 마음도 캄캄했겠다. 아이들이 새는 밖으로 잘 보내주었다며 사진을 보여주었다.


“쪼그맣다. 무슨 새지?”

“참새인가?”

“부리가 참새가 아니잖아. 참새가 이렇게 사나운 눈매를 하고 있을 리가 없어.”

“덩치로 보아 까치, 까마귀, 제비는 확실히 아닌 것 같아.”

“뱁샌가?”


이런… 책 쓰기 워크숍에서 뱁새 된 기분으로 돌아왔는데 집에서도 뱁새타령이다. 뱁새가 나를 알아보았나? 동족이니까 같이 놀자고 집안으로 들어왔나? 그런 거니?

나는 정말이지 뱁새인가

뱁샌가? 아니지? 너는 누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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