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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알송알 Oct 18. 2023

그냥 , 붕어빵


결막염을 한참 앓았다. 의사선생이 한 달은 고생할 거라고 하더니 정말 그랬다. 병원 다녀오자마자 금방 상태가 호전되길래, 의사들이 늘상 하는 엄포려니 했다. 처음처럼 눈알이 빠지고 머리통이 깨질 것 같은 아픔은 사라졌지만 계속 불편했다. 특히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답시고 모니터 앞에 오래 앉아 있으면 심해졌다. 책은 펴놓기만 하고 읽지 않고 글도 쓰지 않으면서 책에 구멍을 내고 모니터를 뚫어버릴 기세로 눈에 힘을 주어서 그런가? ‘우린 여기까지 인가 봐요’라는 말이 있잖은가. 책 읽기와 글쓰기는 여기까지 인가 보다. 이렇고 쓰고 나니 민망하다. 한 달에 2~3권 읽고 하루에 100자 정도 일기를 쓰는 게 전부이면서 폼을 잡아도 너무 잡았다. 이 것도 안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폼을 잡아도 되나 싶다가도 겸연쩍다. 암튼 그랬다.


지난주부터 눈의 상태가 좋아졌다. 몸이 덜 아프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래서 냉동실 정리를 했다. 갑자기? 맥락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냉장고 청소는 중요한데 소홀하기 쉽고 시작하기 만만찮다.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바로 이럴 때 하는 것이다.


나는 냉장고에  쟁여놓는 것을 싫어한다. 대개는 바로바로 해 먹고  남은 것도 되도록이면 빨리 먹으려고 애쓰는 데도 냉동실은 늘 가득하다. 문경으로 이사 와서 더 그렇다. 이웃들과 친지들이 맛보라며 나눠 주시는 것이 많다. 분명 맛만 보라고 하셨는데 양은 어마어마하게 많다. 우리 가족이 1년 내내 먹어도 남을 만큼이나 많다. 옥수수, 들깻가루, 늙은 호박썬 것, 고춧가루, 고추, 마늘, 말린 버섯, 콩, 팥 등등 참 많다. 언제 다 먹지? 다 먹을 수 있겠지? 가루는 가루대로 건어물은 건어물대로 비슷한 것끼리 정리하다 찹쌀가루를 발견했다. 큰 시누이께서 주신 것이다. 스프를 끓일 때 전분가루 대신 사용하지만 잘 줄지 않는다. 찹쌀가루를 무얼 해 먹지?


붕어빵을 만들기로 했다. 마침 작은 어머니께서 주신 팥과 콩이 있다. 인터넷의 도움을 받아 반죽을 하고 팥을 삶아 준비했다. 은근 손이 많이 가서 살짝 후회했다. 특별히 구매한 붕어빵틀을 이용해 오븐에 구웠다. 음…… 맛있다.  냉동실이 조금 비워진 것도 좋다. 성공이다.


결막염을 앓다 상태가 좋아져서 붕어빵을 구웠다는 맥락 없는 송알송알의 일기 끝

#2023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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